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주간조선 로고

상단주메뉴

  • [여행]  60대 고교동창생 3명 시에라 네바다 도전기
  • facebook네이버 밴드youtubekakao 플러스친구
  • 검색
  1. 문화/생활
[2414호] 2016.07.04
관련 연재물

[여행]60대 고교동창생 3명 시에라 네바다 도전기

구자호  사진가 

▲ 글레시어 포인트에서 바라본 요세미티밸리 전경. 오른쪽 우뚝 선 바위가 하프돔. 안셀 애덤스의 하프돔에 떠오르는 달 사진이 너무나 유명해 전 세계에서 수많은 사진가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일출 전부터 몰려든다.
▲ 밸리 뷰에서 바라본 요세미티밸리. 대부분의 관광객은 여기서 기념사진을 찍는다. 왼쪽은 엘 캐피탄. 오른쪽 폭포는 브라이드베일폭포. 가운데 멀리 보이는 바위가 하프돔이다.
“갈래?”
   
   “어디?”
   
   “시에라 네바다!”
   
   “그래 가자!”
   
   이렇게 쉽게 여행은 결정되었다. 60대 후반에 들어선 고교동창생 3명의 약간은 위험한 ‘시에라 네바다’ 2주간의 트레킹. 우리는 원시 자연의 공기를 마음껏 마시며 행복하게 걸었다.
   
   일반적으로 요세미티국립공원이라고 하면 바로 안셀 애덤스의 사진 하프돔을 연상한다. 요세미티는 옐로스톤과 함께 미국을 대표하는 국립공원이다. 미국 서부여행을 해본 사람들은 대개 주마간산으로 들러서 요세미티밸리를 배경으로 기념사진 한 번씩 찍어본 경험들은 있다. 그러나 시에라 네바다는 거칠고 험하다는 느낌만 들고 명확히 그림이 떠오르지 않는다.
   
   Sierra Nevada(시에라 네바다).
   
   1777년 스페인어로 명명된 시에라 네바다는 ‘눈 덮인(nevada) 산맥(sierra)’이라는 뜻. 현장에서 보니 이름 한번 제대로 지었다는 생각이 든다. 6월의 태양은 뜨겁게 대지를 달구는데 주위를 둘러보면 하얀 산들이 멀리서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우리는 한국에서 가장 높은 한라산(1950m)보다 높은 해발 2000m대에 텐트를 치며 야영을 했다. 한반도에서 가장 높은 백두산(2744m)보다 훨씬 높은 3000m대에 눈 녹은 물이 만든 호수가 수십 개나 있었다.
   
   이 산맥은 네바다주가 아닌 캘리포니아주에 있다. 동쪽면 일부가 네바다주에 살짝 접하고 있을 뿐이다. 남과 북으로 644㎞ 뻗어 있고 너비는 110㎞로 남한 면적의 3분의 2 정도인 6만3118㎢이다. 최고봉은 미국 본토에서 가장 높은 휘트니산(4421m)이다.
   
   시에라 네바다는 한국으로 치면 태백산맥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속에는 3개의 유명한 국립공원이 있다. 1억년 전 빙하가 흘러내려 만든 요세미티계곡이 있는 요세미티국립공원,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나무가 있는 것으로 유명한 세쿼이아국립공원, 그리고 킹스캐니언국립공원이다. 미국에서 6번째로 크고, 두 번째로 깊은 타호(Tahoe)호수가 해발 1897m에 있다.
   
▲ 시에라 네바다에는 해발 2000~3000m 높이에서도 수목이 울창하다. 그 한가운데로 오솔길이 나 있어 걷기에 쾌적하다.

▲ 요세미티밸리 차도에서 트레일로 들어서면 바로 상하 1단의 요세미티폭포를 바라볼 수 있는 포토 포인트가 있다. 단체관광객들의 필수 코스이다.

▲ 이스트 시에라 쪽 요세미티국립공원에 있는 엘리자베스호수(해발 2852m)가 6월의 태양 아래서도 녹지 않고 버티고 있다. 뒤에 보이는 설산 중에서 가장 높은 것은 유니콘산(3247m)이다.
산맥에는 20개의 원시지역(wilder- ness)이 있다. 이 지역은 연방정부가 야생동물의 보호와 원시경관을 보호하기 위해 1964년 법으로 정했다. 전체 면적의 15%에 해당하는 9530㎢이다. 연방 산림청에서 엄격한 관리를 하고 있다. 등산로를 따라서 당일 산행을 하는 것은 자유지만 야영을 하려면 필히 허가를 받아야 한다.
   
   시에라 네바다에는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등반 루트 2개가 지나간다. JMT와 PCT. JMT(John Muir Trail·존 뮤어 트레일)는 요세미티밸리 해피아일(Happy Isles)에서 출발하여 인요(Inyo)와 시에라(Sierra) 국립산림보호지역, 존 뮤어와 안셀 애덤스 원시보호지역들을 지나서 세쿼이아국립공원에 있는 휘트니산까지 338.6㎞로 오르락내리락한다. 처음에는 하이 시에라 트레일(High Sierra Trail)이라 불렀으나 미국 국립공원을 지정하는 데 큰 역할을 한 존 뮤어가 타계하자 그를 기념하려 JMT로 명명했다. JMT에 도전하는 사람은 꼭 허가를 받아야 한다. 세계에서 이곳을 오려는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으로 신청하기 위해 밤을 새운다. 국립공원 측에서는 자연보호를 위해 1년에 1500명 정도만 허가를 내준다.
   
   PCT(Pacific Crest Trail·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는 멕시코 국경에서 캐나다 국경에 이르는 4279㎞에 이르는 긴 등반루트이다. 태평양을 끼고 있는 캘리포니아주, 오리건주, 워싱턴주를 통과하는 장대한 루트이다. 봄에 시작하여 가을에 끝나는 대체로 6개월이 걸리는 대장정이다.
   
   시에라 네바다산맥을 통과하는 고개가 21개나 있다. 낮은 곳은 1156m인 티아차피 패스에서 4009m인 포레스터까지 있다. 3000m가 넘는 것이 5개나 있으며, 티오가 패스(3031m)는 차로 넘어가는 120번 도로가 있다. 이 도로는 이스트 시에라에서 요세미티국립공원으로 들어가는 통로이다. 날씨 사정에 따라 변하지만 올해에는 5월 16일에 개통되었으며 대체로 11월 중순이면 폐쇄된다. 많은 눈으로 인해 시에라 네바다는 겨울에는 등반을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관광도 제대로 할 수가 없다. 즐겁게 트레킹이나 여행을 하려면 5월 하순에서 6월이 가장 좋다. 7월부터는 산의 눈이 다 녹아서 폭포에 물도 별로 없고 계곡에도 수량이 줄어 볼품이 떨어진다.
   
   지난 5월 28일(토요일) 오후, 나는 요세미티국립공원 밖에 있는 요세미티 레이크 RV 리조트로 들어갔다. 고교 동창생 3명은 서울에서 같이 출발한 것이 아니라 이곳에서 3시에 만나기로 했다. 하지만 교통체증으로 내가 현장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5시였다. 두 친구(박달수·김진희)가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세상에 그렇게 반가울 수가.
   
   박달수군과 김진희군은 백두대간을 완주한 베테랑 산악인이지만 나는 주말에 북한산이나 청계산을 오르는 아마추어이다. 그리고 적당히 걷고 막걸리나 즐기는 국가가 인정하는 노인이었다. 사실 이번 여행은 두 친구들의 철저한 계획에 나는 그냥 수저 하나 더 놓는 격이다. 두 친구는 만나자마자 캠핑장에 텐트를 치고 밥을 짓기 시작했다. 식사 후 나는 자연스럽게 설거지 당번을 맡았다.
   
   5월 29일 첫째 날 트레킹은 요세미티 전체를 조망할 수 있고 항상 아름다운 경치를 보면서 걷는 ‘파노라마 트레일’로 갔다. 시작은 글레시아 포인트에서 하는 게 좋다. 거꾸로도 할 수 있지만 1000m 표고 차를 올라갈 것인가 내려갈 것인가 하는 선택은 자유다. 16㎞의 길은 조금은 긴 거리지만 경치에 취해서 피곤한 줄도 모르게 된다. 걷는 데 5시간 반 정도가 걸렸다. 북한산 정도 갈 수 있는 체력만 있으면 꼭 도전하기를 추천한다. 5월 30일 둘째 날 트레킹은 ‘노스 돔 트레일’을 선택했다. 걸어보니 여기는 청계산 정상 옥녀봉을 올라갈 수 있는 체력이면 되겠다.
   
   5월 31일, 대망의 하프돔 트레일의 날이 왔다. 떠나기 전부터 힘들다는 얘기를 수차례 들었다.
   
   샌프란시스코에 살면서 30년간 1년에 50번 정도 시에라 네바다 사진을 찍는 피터 박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내 나이를 묻더니 9년이나 어린 자기도 고생했다며 조심하라고 충고를 한다. 왕복 27㎞로 13시간 정도 걸린다고 했다.
   
▲ 6월 3일. 해발 3000m가 넘는 ‘보겔상 하이 시에라 캠프’를 향하여 눈 덮인 길을 걷고 있는 필자(앞). 햇살은 뜨거워도 눈은 잘 녹지 않는다.

▲ 해발 2700m가 넘는 화이트산에서 살아 있는 브리스틀콘 파인. 현재 지구상에 살아 있는 나무 중에서 가장 오래됐다. 국립공원에 따르면 이 나무의 수령이 4500년이 넘는다.

사나이 자존심이냐? 안전이냐? 조금 고민하다가 나는 건강하게 오래 사는 쪽을 선택했다. 출발은 동료들과 같이 하다가 네바다폭포에서 헤어져 혼자 이곳저곳을 걸었다. 혼자 걷는 것도 재미있고 좋았다. 굉음을 내며 웅장하게 떨어지는 네바다폭포를 한참 바라보다가 너럭바위 위에서 낮잠을 청했다. 금방 잠에 빠졌다. 잠이 꿀맛이었다. 세상에 내가 이런 행복을 누리다니.
   
   약속시간이 되어 만남의 장소에 갔는데 친구들이 보이지 않았다. 슬그머니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30분이 지나자 친구들이 나타났다. 죽은 줄 알았던 자식이 살아돌아온 것처럼 반가웠다. 캠프에 돌아와 우선 샤워부터 하고 맥주 한잔을 나누니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다. 하프돔에 도전하는 사람은 새벽 4시경에 출발하는 게 좋고 물을 최대한 많이 가져가야 한다. 그리고 인터넷으로 미리 허가증을 꼭 받아야 한다.
   
   우리는 베이스캠프를 해발 3031m인 티오가 패스를 넘어 이스트 시에라에 있는 리바이닝시로 옮겼다. 인구는 300명을 조금 넘지만 이스트 시에라의 교통의 요지다. 주민들 대부분은 관광업으로 산다. 바닷물보다 2배나 짠 모노레이크가 있다. 고기가 살지 못하는 황량한 호수지만 볼거리는 꽤 있다. 차로 30분 거리에 많은 트레일이 있다. 산도 사람처럼 얼굴이 다 다르고 느낌도 다르다. 그래서 우리는 하루도 빠짐없이 눈길을, 숲을, 호숫가를 걸었다.
   
   원래는 원시보호지역에서 2박을 야영하면서 은하수 사진도 찍고 인적이 없는 곳에서 원시의 맛을 즐기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안내센터에 가서 서울에서 받은 허가증을 확인하고 그곳 상황을 알아보았다. 안내원이 말한다. “현재 눈이 녹지 않아서 허리까지 빠진다. 갈아입을 옷을 여러 벌 가져가라. 밤에는 고산이라 춥다. 그리고 곰들이 동면(冬眠)에서 깨어났으니 잘 대비해서 가라.” 말은 쉽고 편하게 하지만 잘 들어보면 아주 위험하고 힘들다는 소리다. 우리는 회의를 했다. 어떻게 할 것인가. 노인네들의 결론은 안전한 게 우선이다. 그래서 매일 당일 산행으로 바뀌었다.
   
   나는 가급적 사진을 찍지 않고 자연을 온몸으로 흠뻑 즐기겠다고 다짐하고 다짐했다. 하지만 상상할 수 없는 아름다운 풍경이 나올 때마다 카메라를 꺼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사진을 하는 사람은 어쩔 수가 없나보다. 그러나 마음 한편에서는 허전하고 먹먹한 기분이 든다. 26년 전 옐로스톤국립공원에 갔을 때도 이런 기분이 들었다. 이렇게 크고 좋은 땅이 우리나라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시에라 네바다의 트레일 대부분은 급경사가 없이 완만하게 길이 나 있다. 그래서 남녀노소가 다 즐길 수 있다. 체력에 따라서 더 멀리 걷든지 짧게 걷든지 정하면 된다. 이번 트레킹에서 두 친구들은 나보다 평균 3분의 1 정도는 더 걸었다. 그래서 모두가 만족했다. 대부분의 캠핑장은 시설이 잘 되어 있어서 쾌적하다. 샤워장과 세탁기는 있다.
   
   남녀노소 모두가 자기 수준에 맞게 계획을 세우면 즐거운 하이킹을 할 수가 있다. 젊은 사람은 JMT나 PCT에 도전해보는 것도 생각해볼 일이다. 우리는 리바이닝시에서 각자의 일정에 맞춰 헤어졌다. 나는 곧바로 서울로 왔다.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