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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문화/생활
[2455호] 2017.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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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벵골호랑이의 최대 서식지 인도 벵골만 순다르반을 가다

전운성  강원대 농업자원경제학과 교수 

▲ 인도 갠지스강 하류 순다르반 102개 섬 중 48개의 섬은 맹그로브가 뒤덮인 호랑이섬이다.
‘낚싯배로 뛰어올라온 호랑이가 배에 탄 사람을 맹그로브 늪으로 끌고 갔다.’ 인도에서는 이런 뉴스가 심심찮게 보도된다. 인도에서 2014년부터 3년간 호랑이에게 희생당해 숨진 사람이 100여명에 이른다. 인도는 벵골호랑이의 나라이다. 그중에서도 히말라야의 만년설에서 발원한 갠지스강이 흘러내려 인도양과 몸을 섞는 곳, 인도 벵골만의 순다르반 지역은 세계적인 맹그로브숲이 그물처럼 얽혀 있는 곳으로 벵골호랑이의 최대 서식지이다.
   
   지난 1월 중순, 순다르반 지역을 방문하기 위해 배낭을 짊어지고 집을 나섰다. 3주간의 일정이었다. 100여개국을 여행하고 세계의 오지를 횡단했지만 매번 여행을 떠날 때마다 신발 끈을 바짝 조인다.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실수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나홀로 배낭여행이 주는 긴장은 그룹 여행과는 비교가 안 된다.
   
   순다르반은 야생동물과 인간이 삶의 경쟁을 벌이고 있는 현장이다. 동물과 인간, 어느 한쪽이 아닌 자연 속에서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양쪽의 문제를 농업적으로 풀어 보는 것이 이번 방문의 목적이었다. 강원대에는 에코피스리더십센터(EPLC)가 있다. 10여년 전부터 유한킴벌리의 지원을 받아 운영하는 국제 NGO 본부이다. 나는 이곳이 설립될 때부터 농촌 살리기 분야에 참여해왔다. 이번 방문은 EPLC가 진행한 프로젝트로, 인도 서벵골주의 주도 콜카타에 있는 NGO 남아시아환경포럼(South Asian Forum for Environment·SAFE)의 도움을 받아 진행됐다. 순다르반 지역 섬사람들의 식량 자립을 위해 어떤 농사를 지어야 하는지 일단 현장을 방문하고 조사해 보기로 한 것이다. 벵골만은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지만 홍수와 사이클론의 습격이 끊이지 않는 비극의 땅이기도 하다.
   
   생태환경을 유지하면서 인간과 생물의 공존 방법을 찾는 것은 인류의 숙제이다. 양쪽의 생존경쟁에서 밀려나는 것은 결국 야생동물이다. 인도의 경우 맹그로브 숲과 벵골호랑이만이 아니다. 인도 남쪽 지방의 울창한 티크 숲에 사는 야생코끼리와 해안가 호수를 찾아 날아오는 철새도래지도 마찬가지다. 대규모 개발로 인한 생태환경 훼손이 직접적 원인이지만, 지역 주민의 빈곤에서 비롯된 경우가 적지 않다. 농경지의 확대로 야생동물의 서식지가 줄어들 뿐만 아니라 먹고살기 위해 양귀비를 재배하고 도벌, 밀렵에 나서는 일도 서슴지 않고 있다.
   
   
▲ 순다르반 호랑이섬의 호랑이들이 먹이를 찾아 인근 유인도로 헤엄쳐 나오기도 한다. photo 순다르반 투어리스트 가이드북

   ‘모험의 창고’ 순다르반
   
   우리는 현장답사의 목적지인 순다르반으로 가기 위해 갠지스강 하구와 인도양의 벵골만이 만나는 거대한 델타지역으로 이동했다. 가는 도중 SAFE가 활동하고 있는 콜카타의 슬럼가에 잠시 들렀다. 좁고 긴 골목 양쪽으로 바람 한번 불면 날아갈 듯 허름한 집들이 끝없이 이어졌다. 집 앞에는 낡은 인력거들이 쉬고 있었다. 이곳 사람들의 주 생업이 인력거인 모양이었다. 한눈에도 알 수 있는 환경의 열악함에 탄식이 저절로 나왔다. 골목 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같이 간 SAFE 팀원이 말린다.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그리고는 SAFE에서 빈민촌에 물을 공급하는 정수장으로 안내했다. 마을 한가운데 있는 큰 호수의 물을 정화하여 공급하는 정수기가 작동하고 있었다. 이 마을 전체에 물을 공급하기에는 규모가 턱없이 작아 보였다. 실제로 구간별로 마련된 수도꼭지를 통해 제한적으로 공급되고 있었다. 겨우 기본적인 생활을 위한 정도이긴 해도, 이것마저 없으면 수천 가구의 주민들은 식수조차 해결할 수 없을 것이 뻔했다. 오지를 다니다 보면 이런 빈민촌을 숱하게 보지만 볼 때마다 마음이 무겁다.
   
   빈민촌을 떠나 포장과 비포장길을 두어 시간 달렸을까, 작은 포구가 나타났다. 이곳에서 순다르반의 섬으로 가는 배들이 출발한다. 우리가 가는 섬은 델타 남단에 속하는 드암라페살라 메이플라강 끝의 비타르카니카 람사르섬이다. SAFE가 지원하는 사업장 중 한 곳이었다. 도도히 흐르는 회색의 흙탕물에 정박한 배들이 흔들리고 있었다. 일행 중에는 낯익은 얼굴도 있었다. SAFE 책임자인 디파얀 데이 박사였다. 그는 외모부터 남다르다. 윗머리까지 넘겨 묶은 머리에, 검은 턱수염 한가운데만 하얗게 물을 들였다. 마치 인도 성자와 닮은 모습이었다. 그는 뉴델리대학에서 생물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미국과 일본 등 각지를 다니며 세계의 동향을 꿰뚫고 있었다. 강원대 EPLC에서 연수를 받은 인연이 있다. 그는 부인과 함께 은둔의 나라인 부탄의 한 대학에서 7년간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생태환경의 중요성을 깨닫고 NGO활동을 하게 되었다고 털어놓았다. 그의 특이한 경력은 이 지역 활동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었다. 그는 내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에서
   
   1년간 객원교수 활동을 한 것에 큰 관심을 보였다. 인도인들은 영국 대학의 경험을 굉장히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것을 자주 느낀다.
   
   포구는 각지로 떠나는 배들이 짐과 사람을 싣느라고 분주했다. 선창가는 좁고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조금만 잘못해 발을 헛디디면, 무너져내리는 흙과 함께 강으로 빠질 것 같았다. 한쪽에 ‘환영, 맹그로브 호랑이섬 방문’이라는 팻말이 보였다. 그동안의 고생이 씻은 듯이 날아가는 것 같았다. 우리가 탈 배는 SAFE에서 사업현장으로 갈 때마다 단골로 빌리는 바나니라는 이름의 배였다. 크기는 3t 정도였다. 배 타고 잠깐이면 도착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무려 4시간이나 강을 타고 하류로 가야 섬에 이른다고 하니, 갠지스강 델타의 크기를 알 만했다.
   
   인도 히말라야의 강고트리 빙하에서 발원한 갠지스강은 인도와 방글라데시의 평원을 지나는 동안 여러 갈래의 지류를 만들면서 수많은 섬들을 만들며 벵골만으로 흘러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섬들의 집합체가 순다르반이다. 순다르반은 ‘아름다운 숲’이란 뜻이다. 사실 인도는 네팔을 오가며 여러 번 들렀던 곳이지만, 순다르반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인도와 방글라데시에 걸쳐 있는 갠지스강 하구의 지도를 보면서 마치 고구마나 감자덩굴처럼 섬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것이 신기하고 궁금할 뿐이었다. 누군가 이곳을 히말라야 등 오지 탐험에 못지않은 ‘도전과 모험의 창고’라고 부른 것이 이해가 되고도 남았다.
   
   배를 타고 가면서, 디파얀 데이 박사는 강 양편으로 펼쳐지는 곳을 가리키며 설명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면적은 1만3000㎢로 남한의 12% 크기. 이 중 41%에 해당하는 102개의 섬이 인도에 속하고 나머지는 방글라데시에 속해 있다고 한다. 강 하류 삼각주를 형성한 델타지역은 해발 3m 이하로 세계에서 비옥하기로 손꼽히는 곳이라는 설명도 이어진다.
   
   
▲ 전운성 교수(오른쪽)와 NGO 단체 SAFE 소속의 디파얀 데이 박사.

   벵골호랑이와 인간의 동거
   
   세계 최대의 맹그로브 숲이 펼쳐진 순다르반은 국립공원으로 유네스코 문화유산에도 등재돼 있다. 이곳에 벵골호랑이 700여마리가 살고 있다고 한다. 정확한 개체수는 기록마다 다르지만 2014년판 ‘순다르반 투어리스트 가이드북’에는 700마리로 적고 있다. 현지에서 만난 사람들도 대부분 그렇게 알고 있다. 상위 포식자 벵골호랑이를 비롯해 맹그로브 숲에는 사슴, 도마뱀, 악어, 거북, 원숭이, 물개와 돌핀 등 수많은 종의 동물들이 동거하고 있다. 102개의 섬은 벵골호랑이섬과 사람이 사는 섬으로 나뉘어 있다. 맹그로브 숲으로 덮인 48개의 섬이 벵골호랑이가 사는 섬이라고 한다. 설명을 듣는 사이 배는 이름도 모르는 섬 사이를 요리조리 빠져 하류로 내려갔다. 호랑이섬 옆을 지날 때 혹시나 호랑이의 꼬리라도 볼 수 있을까 싶어 카메라를 들이대 봤지만 코빼기도 볼 수 없었다. 호랑이는 야행성 동물로 어두워져야 활동을 시작한다. 동틀 무렵부터는 주로 숲속에서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사람들 눈에 좀체로 모습을 드러내진 않는다. 굳이 호랑이를 보고 싶으면 작은 수로를 이용해 맹그로브 숲을 찾아나서거나, 인위적으로 설치한 섬의 전망대에 오르면 된다. 그러나 이곳에서 은밀하게 행동하는 호랑이를 보는 일은 운이 좋아야 가능하다. 호랑이 대신 강가를 어슬렁거리는 원숭이를 사진기에 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전 세계 호랑이 총 개체수의 70%가 순다르반에 살고 있다고 한다. 야생 벵골호랑이는 지난 100년 동안 90% 이상이 감소했다. 가장 큰 원인은 서식지 파괴와 밀렵이다. 갈색 털에 검은 줄무늬 털을 자랑하는 육중하고 장엄한 호랑이의 모습이 금세기에 사라질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절박하게 다가왔다. 호랑이가 뛰어난 수영선수라는 것을 알고 있는지. 사실 이곳을 방문하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호랑이는 백두산이나 시베리아처럼 깊은 산속에 사는 것으로만 알았지 섬 생활을 할 것으로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간조로 바닷물이 빠진 갯벌을 집돼지들이 헤매고 있는 것을 보는 순간 입맛을 다시는 호랑이 모습이 떠올랐다. 갯벌 사이에 놓인 송판을 따라 마을로 안내되었다. 섬 둘레를 따라 제방을 쌓아서 만조나 폭풍우를 동반한 사이클론에 대비하고 있었다.
   
   전통 초가로 이뤄진 농가들 사이에 있는 SAFE의 사업장에 들어섰다. 비닐하우스 안에서는 이 지역에 적합한 농작물을 찾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었다. 새우 등 물고기 증식을 위한 양어장 시험도 한창이었다. 수확이 끝나고 텅 빈 논에는 염소 등 가축들이 흩어져 있었다. 지주는 대부분 섬에 살지 않고 소작농이나 소농들이 주로 농사를 짓는다고 했다. 섬 주민 절반 이상이 극빈층으로 당장 먹을 것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였다. 게다가 이들을 괴롭히는 것은 생계만이 아니었다.
   
   매년 인도양에서 발생하는 강력한 사이클론이 한번 휩쓸고 지나가면 섬들은 거의 초토화가 된다. 기록에 따르면 1688년 강력한 사이클론으로 6만여명이 사망했다. 2007년에도 2000여명이 사망했다. 매년 수많은 가축이 사라지고 엄청난 재산 손실을 입고 있다. 이는 이웃 방글라데시의 피해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방글라데시의 경우 해안가를 중심으로 수천만 명이 모여 살고 있기 때문에 피해 규모는 이곳보다 훨씬 심각하다. 그러니 무방비 상태의 야생동물들은 말할 것도 없다. 저지대인 방글라데시에 사이클론이나 홍수를 피해 수백만 명이 대피할 수 있는 시설이 있는 것처럼 이곳에도 사람이든 야생동물이든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대피시설이 마련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이클론뿐만 아니라 대지진으로 인한 해일 등 자연재해로부터 맹그로브 숲도 위협을 받고 있다. 맹그로브 숲은 지구의 이산화탄소를 줄여줄 뿐만 아니라 각종 동물, 물고기의 서식처를 만들어주는 등 환경을 지키는 데 막대한 역할을 해왔다. 인간을 위한 섬을 해치는 것은 정작 인간들이다. 가난한 섬사람들이 숯을 만들어 팔 목적으로 호랑이섬에 잠입해 맹그로브를 남벌하거나 훼손함으로써 호랑이 서식지를 감소시키고 있다. 호랑이의 가죽, 뼈 등을 팔기 위해 밀렵에 나서는 이들도 있다.
   
   
▲ 순다르반에 있는 비타르카니카 람사르섬. NGO의 도움으로 양어장 시험을 하고 있다.

   생태 보호하려면 빈곤 해결부터
   
   인간들로 인해 서식지가 줄어들면서 생존 위기에 몰린 호랑이들도 먹이를 찾아나섰다. 섬에서 헤엄을 쳐서 나와 이웃 유인도로 원정 사냥을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가축뿐만 아니라 사람을 해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순다르반에서 잡힌 한 호랑이의 배를 갈라 보니 ‘멧돼지나 영양, 사슴 등 유제류의 부산물이 13%인 데 반해 사람의 부산물은 무려 87% 이상’이라는 놀라운 보고도 있었다고 한다. 순다르반은 인간과 야생호랑이의 최전선인 셈이다.
   
   때문에 벵골호랑이 보호를 위해서는 사람들의 자립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우선이다. 채소·원예 기술이나 물고기 양식사업 기술을 전수해 일단 소득을 향상시켜야 한다. 또 맹그로브 밀렵을 위해 호랑이섬에 잠입하는 위험을 막으려면 바이오가스 연료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주민소득 향상’과 ‘생태 보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 SAFE의 사업 핵심이자 나의 방문 목적이기도 했다.
   
   이번 방문을 통해 멸종 직전에 이른 야생동물 보호와 빈곤 해결은 결국 한 줄기라는 것을 다시 확인했다. 뱃머리를 돌려 다시 순다르반 입구로 돌아오는 뱃길, 이제는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느 섬이 호랑이섬이고, 어느 섬에 사람이 사는지. 호랑이가 사는 섬은 섬 둘레를 철망으로 둘러 놓았다. 호랑이가 빠져나오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 말하자면 섬 전체가 거대한 자연동물원인 셈이다. 그렇지만 철망은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천하의 호랑이에게 그깟 철망쯤이야. 주민들의 말을 들으니 섬을 빠져나온 호랑이가 배 위에 올라오는 일이 심심찮게 벌어진다고 한다. 석양이 만조의 갠지스강에 물들고 있었다. 황홀한 풍경에 넋을 잃은 순간 자연은 순식간에 그 빛을 거둬갔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너무 짧다는 생각에 초조감이 엄습했다. 더 이상 손을 놓고 있다가는 언제 자연의 대역습에 삶의 터전을 내줘야 할지 모른다.


   
▲ 가난한 소작농들이 살고 있는 람사르섬의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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