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 해방_ 피터 아티아·빌기퍼드. 부키. 2만8000원현대의학의 눈부신 발전 덕분에 인간의 기대수명은 그 어느 때보다 더 길어졌다. 반면에 노화와 만성질환 탓에 길어진 수명의 마지막 10년을 불행하고 고통스럽게 살다 죽는 일이 너무나 흔해졌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 삶을 마치 운명인 양 받아들이고 있다. 과연 오래도록 건강하게 살다 편안히 죽는 것은 이룰 수 없는 바람일까?센세이셔널한 주목과 사랑을 받고 있는 이 책은 바로 이 질문에 명쾌한 답을 제시한다. 스탠퍼드대 의대 의학 박사로서 세계적인 장수 의학의 권위자이자 노화와 만성질
치열했던 선거도 끝났다. 선거 결과에 따라 각 정파들은 극명한 승패를 만끽했다. 하지만 선거를 통해 시민들이 얻고자 하는 것은 승패가 아니라 희망이다. 과연 새로 뽑힌 선량들이 사욕과 정쟁을 내려놓고 난마처럼 얽힌 국가 과제들을 해결하는 데 얼마나 헌신해 줄까.그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문제는 누가 뭐래도 저출산이다. 이것이야말로 22대 국회의 최대 현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당선자라면 누구나 반드시 읽어보아야 할 정책 지침서가 있다. 바로 정재훈의 ‘0.6의 공포, 사라지는 한국’(2024)이다. 저자는 이대로 가면
지난 3월 말 수난절과 부활절 기간에 종교개혁의 현장인 독일 비텐베르크를 두 번이나 방문한 것은 행운이었다. 두 번 모두 숙소가 있는 라이프치히에서 하얀색 ICE(독일 고속열차)를 탔다. 대평원을 백마처럼 달려 30여분 만에 비텐베르크에 도착했다. 사실 종교개혁의 주역인 마르틴 루터(1483~1546)가 태어난 아이스레벤, 대학 공부와 수도사 생활을 했던 에르푸르트, 종교개혁을 시작했던 비텐베르크, 그리고 10개월 동안 선의로 납치당해 머물렀던 바르트부르크성(城)이 있는 아이제나흐 등은 서로 차로 한두 시간 거리에 있으며 대평원 위
어느 여론조사에 따르면, 바이든 지지자의 59%가 “트럼프가 싫어서” 바이든을 지지한다. 트럼프 지지자의 39%가 “바이든이 싫어서” 트럼프를 지지한다. 미국 유권자의 절반이 ‘싫어서’ 투표할 기세다. 같은 조사를 우리나라에서 한다면 그 비율은 아마 더 높을 것이다. 이런 풍토에서는 “나를 좋아하게 하는” 정치보다 “상대를 싫어하게 하는” 정치가 더 효과적이다.마침 그러한 퇴행적 정치 현상을 날카롭게 파헤친 문제작이 있다. 바로 김민하의 ‘저쪽이 싫어서 투표하는 민주주의’(2022)다. 말 그대로 ‘저쪽이 싫어서 투표하는’ 현상이
드디어 세기의 역병 코로나가 끝난 엔데믹이 확실한 듯하다. 관광차 영국을 방문하겠다는 문의가 올 들어 확실하게 늘고 있다. 문제는 관련 요금의 인상이다. 특히 항공권과 호텔비가 심한 경우는 코로나 이전에 비해 거의 2배가 올랐다. 거기다가 영국 파운드는 현재 1700원대를 오르내리며 안 그래도 오른 영국 여행 경비를 더욱 끌어올리고 있다. 그래도 수년 만에 여행을 계획하면서 경비 인상 정도는 각오한 듯한 분위기이다. 정식 여행 시즌이 시작되기 전인데도 벌써 한국에서 많은 여행객이 영국으로 밀려오고 있다. 그러면서 “영국 여행을 어떻
괄호 치고_ 박주영. 모로. 1만8000원모든 사람에게는 괄호 치고 살아온 삶이 있다. 사회적 역할을 부여받은 인간은 매일 밖으로 나가 자신만의 전투를 치르고 집에 돌아온다. 전장에서 보낸 시간이 많아질수록 괄호 치고 묻어둔 말들과 마음 역시 차오른다. 판결문으로 공적인 의사를 수도 없이 전달한 판사에게는 어쩌면 남들보다 더 많은 괄호가 있을지도 모른다. ‘괄호 치고’는 ‘유 퀴즈 온 더 블록’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등 방송 및 기사에 꾸준히 인용되는 판결문을 쓴 박주영 판사의 세 번째 책이다. ‘어떤 양형 이유’ ‘
“변화에는 반드시 소리가 날 수밖에 없다. 조용한 변화는 검은 백조와 같은 것이다.” 지난 2월 말 민주당 공천 파동이 한창일 때 이재명 대표가 한 말이다. 이 말 중에 유난히 흥미를 끄는 대목이 ‘검은 백조’라는 격조 높은(?) 비유다. 한마디로 검은 백조가 없듯이 조용한 변화도 없다는 뜻이다. 얼핏 들으면 지당한 이야기다. 이 세상에 검은 백조가 어디 있겠는가.그런데 놀랍게도 신대륙 호주에서 검은 백조 한 마리가 발견된 적이 있다. 그것은 우리의 경험을 뛰어넘는 매우 희귀한 일이다. 우리는 이처럼 확률적으로 희박한 현상은 무시해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이 화제다. 제목이 시사하듯이 주인공은 이승만 전 대통령이다. 그는 우리에게 대체로 부정적인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다. 그래서 이 영화를 두고도 “아예 보지도 말라”는 주장까지 난무한다. 물론 “보지 않고는 말하지 말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해방 공간은 국내외 정세가 요동치던 험악한 격랑이었다. 그런 격랑을 헤치고 이 전 대통령이 반도의 반쪽에 어렵사리 세운 나라가 오늘날 번영을 구가하는 대한민국의 시초다. 과연 번영의 과실은 자랑하면서도 그 시초를 부정하는 것이 온당한가. 마찬가지로 그 시초를 만든 사람
“여러분 안녕! 제 소개를 드리겠어요. 한국 이름은 ‘재미’예요. 저는 태국(에서) 왔어요. 저는 의성유니텍고 1학년 3반이에요. 그리고 한국 학교에서 컴퓨터(를) 나는 공부하고 싶어요. 감사합니다.” 지난 2월 24일 방문한 경북 영덕군 경북교육청해양수련원의 1층 세미나실에선 외국인 학생들의 한국어 자기소개가 한창이었다. 손을 번쩍 들고 앞으로 나온 파차나야 파나람(17)은 종이에 적은 한글을 또박또박 읽었다. 발표가 끝나자 학생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이들은 오는 3월부터 경북지역 직업계고에서 3년간 수업을 듣는 국내 최초의 고교
키메라-만주국의 초상_ 야마무로 신이치. 책과함께. 3만3000원1932년 중국 동북지방에서 건국되었다가 1945년 태평양전쟁에서 일본이 패망하며 홀연히 자취를 감춘 나라 만주국. 만주국은 일제가 급조한 괴뢰국이었나, 아니면 실패한 유토피아였나. “나는 만주국을 머리가 사자, 몸뚱이가 양, 꼬리가 용인 괴물 키메라로 상정해보고자 한다. 사자는 관동군, 양은 천황제 국가, 용은 중국 황제 및 근대 중국에 각각 대비시키겠다.” 일본의 인문학자 야마무로 신이치는 이 책에서 만주국의 초상을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머리는 사자, 몸은 양, 꼬
4·10 총선을 50여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에서 공천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중진 의원들이 지역구 재배치 전략에 순응하고 있는 국민의힘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친명횡재’ ‘비명횡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민주당의 공천 논란은 계파 갈등을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있다. 급기야 민주당 출신 전직 총리들까지 나서 이재명 대표의 공천 작업을 문제 삼았다. 비명계 의원들 사이에서 ‘학살’ ‘사천’이라는 말이 쏟아지고 있지만, 칼자루를 쥐고 있는 이 대표는 별다른 대꾸 없이 공천 작업을 밀어붙일 태세다.민주당 내부의 갈등은 현역 의
존재하기 위해 사라지는 법_ 아키코 부시. 멜라이트. 1만8000원50년 전 앤디 워홀은 이렇게 말했다. “미래에는 누구나 15분 동안은 유명해질 것이다.” 그의 말대로 이제는 누구나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를 통해 주목받고 유명세를 얻을 수 있게 됐다. 자기 상품화를 위한 노력은 미덕으로 여겨지며 소셜미디어(SNS)에는 모든 이의 일상이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고 즉각적으로 소비된다. 자신의 피드에 ‘최고의 삶’을 과시하는 것이 능력으로 여겨지는 지금, 끊임없는 노출과 연결에 피로감을 느낀 이들은 어쩌면 반대로 “15분 동안만이라도 익명이
얼마전 미국 트럼프 대통령 시절 안보보좌관이었던 존 볼턴이 자신의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에 새로운 서문을 썼다는 뉴스가 있었다. 거기서 그는 트럼프가 올 11월 재선될 경우 중국의 대만 봉쇄 또는 흡수를 용인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이로 인해 대만이 독립성을 잃는다면 인접국들은 큰 공포 속에서 핀란드화라는 중립국화 정책을 추구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그중에 유독 눈길을 끄는 말이 ‘핀란드화’다. 핀란드 역사를 모르면 핀란드화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 마침 이런 갈증을 시원하게 풀어줄 마땅한 안내서가 있다. 바로 김수권의 ‘
신년에 들어서는 순간 올해 ‘절목(節目)’부터 살펴봤다. 원래 ‘나무의 마디’란 의미지만, 역사적 사건이나 유명한 인물을 기념한다는 의미도 있다. 출생이나 사망, 사건이나 작품 탄생시기를 기점으로 한 각종 절목들이 세계 곳곳에 있다. 키다리 대나무가 그러하듯, 절목이 많은 나무일수록 강하고 유연하다. 절목에 둔감한 개인, 사회, 국가일수록 문명·문화 선진국에서 멀어진다. 올해 절목 가운데 흥미로운 것은 소설 속 배경이 이미 40년이 지난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이다. 1949년 영국인 조지 오웰이 펴낸 책이다. 인도에서 태어난
최근 지구와 태양 사이에 햇빛을 가리는 거대한 차단막을 띄워 지구 온도를 낮추자는 아이디어가 현실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상상만으로 가능했던 지구온난화 해결 방법이다. 단순히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노력만으로는 뜨거워지는 지구를 식힐 수 없다는 판단에서 등장한 기술이다. 그 방식은 우주에 아르헨티나 면적 크기의 차단막을 띄우자는 것인데, 과연 이렇게 큰 차단막을 어떻게 우주로 보낼 수 있을까. 햇빛 2% 차단만으로도 1.5도 낮춰기후전문가들은 오는 2040년쯤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혁명 이전보다 1.5도가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었
일본의 수도 도쿄에서 기차로 2시간 거리에 있는 닛코(日光)는 자연과 유적을 품고 있는 명승지이다. 일본에는 “닛코를 보지 않고는 엄청나다는 말을 하지 말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사계절 풍광이 아름다운 국립공원지역이다. 가을의 단풍 경치가 유명하지만, 겨울의 설경을 찾는 사람도 제법 있다. 일본에서 가장 높은 호수가 있는 곳닛코의 자연 중에서는 주젠지호(中禅寺湖)와 게곤(華厳)폭포가 유명하다. 게곤폭포 전망대에 가면 주젠지호와 게곤폭포, 그리고 이 둘을 만들어낸 화산인 난타이산(男体山)을 동시에 바라볼 수 있다.난타이산은 해발 24
2월 19일 더불어민주당이 1차 공천심사 발표에서 경선 지역으로 분류한 23곳에 대해 경선투표를 시작한다. 권리당원 투표와 일반 여론조사를 50%씩 반영하는데 투표 마지막 날인 2월 21일 경선 결과를 공개하기로 했다. 서울 지역 3곳, 부산 1곳, 인천 2곳, 광주 3곳, 대전 2곳, 울산 1곳, 경기 3곳, 충남 1곳, 전북 1곳, 경북 3곳, 경남 2곳, 제주 1곳으로 총 23곳이다.민주당 경선은 이제 막이 올랐지만 '밀실공천' 논란에 여론조사를 둘러싼 논란까지 터지면서 당내 갈등이 적지 않게 분출되는 모양새다. 최근 친문 쪽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 학위 수여식에서 카이스트 졸업생이 축사를 하던 윤석열 대통령에게 소리를 치다 경호원들에 의해 강제로 쫓겨난 것을 두고 야권에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18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서 "현역 국회의원을 끌어낸 과잉경호로 국민적 비난을 아랑곳하지 않는 제2의 차지철 경호처"라면서 "입틀막 경호는 차지철 생환경호"라고 꼬집었다.그러면서 "대통령 주변에는 차지철만 있는가"라고 직격했다. 차지철은 박정희 정권 시절 경호실장으로 대통령 경호처가 야당 의원들에게 각종 물리력을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사안 관련 임원 회의를 마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결국 위르겐 클린스만(60·독일)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 감독을 경질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대표팀의 사령탑으로 취임한 지 채 1년을 채우지 못하고 경질되는 불명예 퇴진을 맞았다. 앞서 클린스만 감독이 미국 감독을 맡았을 당시의 천문학적인 위약금도 언급이 되면서 일각에서는 '위약금 사냥꾼'이라는 지적까지 나오는 모양새다.정 회장은 16일 서울시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임원 회의에서 클린스만 감독의 거취 문제에 대해 논의한 뒤 “많은 국민께 실망을 드려 대단히
이기는 정치학_ 최병천. 메디치. 2만원한나라당이 열세였던 2012년 총선 당시 박근혜 비대위는 어떻게 열세를 뒤집고 선거에서 승리했을까? 민주당보다 더 민주당스러운 과감한 혁신으로 ‘중도확장’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왜 대선과 총선에서의 압도적인 승리를 이어가지 못하고 정권을 넘겨줬을까? ‘탄핵 촛불연합’을 ‘촛불혁명’이라 부르며 진보적인 정책에만 매달리다 중도층과 개혁보수를 떠나보내서다. 최저임금 1만원과 종부세(종합부동산세)는 ‘정권교체 촉진세’로 작동했다.1987년 민주화 이후 8번의 대선과 9번의 총선, 무엇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