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국민의당 당사 외벽에는 지난 5월 대선 이후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국정은 협치, 국민은 혁신!’ 멀리서도 눈에 띄는 이 문구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의 협치(協治)를 다짐하는 국민의당의 상징물 같은 것이었다. 그런데 국민의당은 지난 7월 9일 이 현수막을 철거해버렸다. 이날 이언주 원내수석부대표는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청와대와 여당이 더는 협치를 할 의지가 없다는 게 명백해졌다고 판단해 당사 현수막을 철거하기로 했다. 정부와 민주당은 야당의 목소리를 전혀 듣지 않고 아예 깔아뭉개고 있다. 문 정부
지난 5월 30일 문재인 대통령에 의해 행정자치부 장관으로 지명된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앞둔 6월 5일 자신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구 유권자들에게 이런 인사 문자를 보냈다. “일전에 행정자치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을 받았습니다. 어깨가 무겁습니다. 동시에 여러분을 자주 찾아뵐 기회가 아무래도 줄어들지 않을까 싶어 송구스럽습니다.”그러면서도 그는 “서울에 있는 의원실과 (대구) 범어동의 사무실도 종전과 똑같이 운영될 것”이라며 “추진해오던 지역 사업이나 예산 등 공약 실천에 빈틈이 없도록 더욱 챙기겠다”고
전직 국회의원 몇 명에게 20여일 남은 이번 대선의 최종 승자를 점쳐봐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대부분 “모르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번 대선이 역대 대선과 너무 달라 예측이 쉽지 않다”는 이유였다. 지난해 4월 총선 때 더불어민주당 총선기획단장을 지낸 정장선 전 의원은 “정책이나 이념이 아니라 특정 후보가 싫다고 다른 후보에게 표가 쏠리는 경우는 처음 아니냐”고 했다. 그는 “1당 후보가 별다른 컨벤션 효과도 누리지 못했고, 지지율이 10%대였던 후보가 갑자기 30%대로 뛰어오르는 것도 처음 봤다”고 했다. 차명진 자유한국당
끊임없이 설(說)만 제기되던 ‘김종인 탈당’이 드디어 현실화됐다. 더불어민주당 내 비(非)문재인계 중심 역할을 해온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 대표가 지난 3월 8일 민주당을 탈당했다. 지난해 1월 영입돼 4월 총선을 승리로 이끈 그가 13개월 만에 민주당을 떠난 것이다. 그의 탈당은 여론조사상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이 굳어지고 있는 조기 대선구도를 흔들 수 있는 마지막 변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민주당 내부에서는 김종인 전 대표의 탈당 결행을 의외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가 그동안 언론을 통해 탈당 가능성을 끊임
이른바 ‘벚꽃 대선’ 가능성이 현실화되면서 최대 관심사는 현재의 ‘문재인 대세론’이 유지될 수 있느냐로 모아지고 있다. 당장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맞상대로 여겨지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귀국 20일 만에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문재인 대세론’이 더욱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독주하는 문재인과 문재인 이외 고만고만한 후보들’ 간의 대결 구도가 더욱 선명해지고 있다. ‘벚꽃 대선’은 지난 1월 31일 퇴임한 박한철 전 헌법재판소장의 “늦어도 3월 13일까지는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 결정이 선고돼야 한다”는 언급이 근거
조기대선이 가시화되면서 ‘정치공학’이라는 말이 난무하고 있다. 유래가 불분명한 이 용어는 요즘 정치권에서 상대방을 공격하는 단골 무기로 쓰인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지난 2007년 개헌 성사를 위해 차기 대통령의 임기를 1년 가까이 단축하자고 주장했던 고 노무현 대통령 주장도 문 전 대표 논리에 따르면 정치공학적 발상에 불과하다.”이 말은 지난해 말 천정배 국민의당 전 대표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를 공격한 내용이다. 문 전 대표가 임기단축 개헌을 정치공학이라고 일축하자 오히려 문 전 대표의 주장이 정치공학이라고 되받아친 것
일본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을 지낸 구로다 가쓰히로 기자는 1987년 6월 민주항쟁 때부터 한국을 취재해왔다. 당시 도쿄 본사에서 서울발 기사를 다듬는 한국 데스크였다. 구로다 기자는 한·일 관계가 불거졌을 때 종종 반한(反韓) 발언으로 한국인의 분노를 사긴 하지만 한국을 누구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외국인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그는 실제로 신촌 대학가에서 30년간 거주하면서 한국 젊은이들의 성장사를 제3자의 눈으로 관찰해왔다. 그런 구로다 기자에게 ‘100만명’이 모였다는 11월 12일 촛불시위에 대한 인상을 묻자 이런 얘기를
4선의 무소속 주호영 의원(대구 수성을)은 최근 마무리된 20대 국회 상임위 배정에서 당초 정무위를 신청했다가 국토위로 밀려났다. 무소속과 비교섭단체에 배정된 정무위 정원이 단 한 명이었는데, 정의당 심상정 대표(3선·경기고양갑)가 신청하는 바람에 양보하고 말았다. 주 의원은 전화통화에서 “선수(選數)로 따지면 내가 원하는 상임위로 가고 심 의원이 양보해야 하지만 심 의원이 당 대표인 데다 정의당이 정무위를 전략 상임위로 지정했다고 해서 내가 양보했다”며 “18대 때만 하더라도 정무위는 인기 상임위가 아니었는데 19대부터 의원들이
“앞으로 북한의 변화 등 우리를 둘러싼 대외 환경이 요동칠 텐데 이를 미리 읽어내고 필요하면 시진핑이나 푸틴에게 전화라도 걸 사람이 누구겠어요. 그분이 (대통령 자리를) 원하는 게 아니라 나라를 위해 우리가 모셔와야 하는 게 아닌가요.”새누리당 이명수 의원(충남 아산)에게 전화를 걸어 ‘반기문 대망론’에 대한 의견을 묻자 잘 정리된 듯한 답이 돌아왔다. 올해로 임기가 끝나는 반기문(72) 유엔 사무총장 같은 인물이 대통령으로 필요한 시대적 상황을 맞고 있다는 답이었다. 새누리당 충청권 재선인 이 의원은 “대내적인 문제는 죽이 되든
4·13 총선 결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총선 기간 내내 외쳐왔던 3당 체제가 자리 잡았다. 하지만 작년 12월 안철수 대표가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할 때만 하더라도 그의 3당 실험이 성공할 것이라고 점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의 대권욕이 부른 현실성 떨어지는 도전이라는 비판과 우려가 많았다. 특히 중도층을 노린 그의 3당 실험에 대해서는 진보좌파 진영에서 비판이 쏟아졌다. 비판의 논조는 대부분 비슷했다. 우리처럼 상대적으로 보수층이 두꺼운 양당 체제에서, 특히 사표(死票)가 대량으로 나올 수밖에 없는 승자독식 소선거구제에서는
경남 밀양시 내의동에 사는 오명규(59)씨는 지난 18~19대 총선에서 현 지역구 의원인 새누리당 조해진(53) 후보를 찍었다. 오씨는 이번 20대 총선에서도 별일이 없는 한 조 의원을 다시 밀어줄 생각이었다. “큰 도덕적 결함이 없고 젊은 사람이 일도 잘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 조해진 후보’에게 한 표를 던지겠다는 오씨의 구상은 ‘원천봉쇄’당했다. 새누리당 공선심사에서 조 의원이 컷오프(공천배제)당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당원이기도 한 오씨는 컷오프 이후 무소속 출마를 강행한 조 의원을 지지하기 위해
새누리당 이인제(68) 의원과 국민의당 임내현(64) 의원은 사법시험 선후배 사이다. 이 의원은 사시 21회, 임 의원은 사시 16회로 나이가 네 살 어린 임 의원이 오히려 법조계 선배이다. 임 의원은 대구, 광주고검장 등을 거치며 법조계에서 경력을 꽉 채운 후 2012년 19대 총선에서 환갑의 나이에 첫 금배지를 달았다. 반면 이인제 의원은 사시 합격 이후 7년 정도의 평판사 경력만을 쌓은 후 일찌감치 정치권으로 진로를 틀었다. 이 의원은 40세인 1988년 13대 총선에서 첫 금배지를 달았다.지금 두 사람의 정치권에서의 위상은
종군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한·일 외무장관 회담이 열린 지난해 12월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수송동 일본대사관 앞. 영하의 날씨 속에 ‘소녀상’은 입을 꼭 다문 결연한 표정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소녀상 뒤로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였다. 소녀상 바로 앞 도로인 ‘평화로’는 순찰을 도는 경찰관 외에는 인적이 드물었다. 가끔 지나치는 행인들도 5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소녀상이 친숙해서인지 눈길도 주지 않았다. 소녀는 누군가 둘러준 노란색 목도리와 모자를 하고 있었지만 맨발이 시려 보였다. 맨발 옆에 꽃신 한 켤레가 가지런히 놓여
“분열이면 필패인가?”지난 12월 13일 결행된 안철수 의원(서울 노원병)의 새정치민주연합 탈당은 내년 4월 총선 전망과 관련해 논쟁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내년 총선에 참가할 것으로 보이는 이른바 ‘안철수 신당’으로 3자 대결 구도가 현실화될 경우 야권은 여당에 어부지리(漁父之利)를 안겨주며 심각한 패배를 맞을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이러한 전망에 동의하는 쪽에서는 안철수 의원을 ‘분열주의자’로 비판하며 선거 막판이라도 야권 단일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하지만 정반대의 주장도 있다. 중도성향의 안철수 신당이 오히려 여권 표를
지난 11월 22일 서거한 김영삼(YS)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지지율이 극(極)과 극을 오갔다.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높은 국정 지지율을 기록한 사람도, 가장 낮은 지지율을 기록한 사람도 YS였다. 노태우 전 대통령 때부터 국정 지지율 조사를 시작한 한국갤럽의 자료에 따르면, 현 박근혜 대통령을 포함해 역대 최고의 국정 지지율은 YS 임기 1년차 2·3분기에 기록된 83%였다. 노태우 57%(1년차 2분기), 김대중 71%(1년차 1분기), 노무현 60%(1년차 1분기), 이명박 52%(1년차 1분기) 등 어떤 대통령도 YS의 최
지난 9월 어느 날 서울 대학로의 커피숍인 ‘커핀그루나루’에 박진(59)·오세훈(54) 두 사람이 마주 앉았다. 한 사람은 지역구 3선 국회의원 출신, 다른 사람은 초선 국회의원을 거쳐 서울시장을 지낸 인물이다. 두 사람은 이른바 ‘남원정’(남경필 경기지사·원희룡 제주지사·정병국 의원)과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 권영세 전 주중대사 등이 함께하는 ‘돌밥회’(돌아가며 밥을 사는 모임) 멤버로 막역한 사이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후보였던 강금실 돌풍을 누를 때 박진 의원은 오세훈 후보 선대본부장을 지내기
황우여(68)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별명은 ‘어당팔’이다. 이는 ‘어수룩해 보여도 당수가 8단’이라는 표현의 줄임말이다. 여기서 당수는 정치력을 뜻한다. 겉으론 약해 보여도 정치력이 만만치 않은 고수라는 의미다. 이런 의미의 ‘어당팔’에는 그동안 긍정적인 평가가 따라붙는 경우가 많았다. 강경파들에 동네북이 되면서도 그의 어수룩하고 온건한 스타일이 결국 숨막히는 대치정국에 숨통을 틔웠다는 식의 평가다. 예컨대 2012년 1월 탄생한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가 한나라당 간판을 내린 위기 상황에서 조속한 시일 안에 정상궤도에
삼사일언(三思一言). 새누리당 김무성(64) 대표의 측근들이 말하는 요즘 김 대표의 좌우명이다. ‘세 번 생각하고 한 번 말한다.’ 이 사자성구는 김무성 대표의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도 걸려 있고, 얼마 전 김 대표가 직접 입에 올리기도 했다. 김 대표는 지난 7월 국회법 파동 당시 “당이 어려울 땐 당에 보약이 되는 소리인지 독약이 되는 소리인지 엄중히 구분하는 것이 당원의 자격”이라며 “지금은 선당후사(先黨後私)의 정신으로 삼사일언해야 할 때”라고 의원들에게 당부했다.삼사일언은 실은 소속 의원들이 아니라 김 대표 자신을 향한 스
서울 여의도 국회 앞 대하빌딩은 정치권에서 ‘명당’으로 꼽힌다. 1997년과 2012년 대선에서 각각 대통령으로 당선된 김대중·박근혜 후보 캠프가 차려졌던 곳이다. 현재 이 빌딩 711호에는 ‘신민당’이라는 종이 간판이 걸려 있다. 3·4공화국 시절의 제1야당이 종이 문패로나마 부활한 이유에 대해 711호의 주인인 박준영 전 전남지사는 “내가 모셨던 김대중 대통령이 첫 대선후보가 됐을 때 소속 당이 신민당이었다”고 했다. 신당 건설에 나서면서 1970년 9월 김대중 대통령 후보를 만들어낸 신민당을 당명으로 삼았다는 설명이다. 김대중
본인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반기문(71)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9월 초 중국 태산(泰山·중국명 타이산)에 오른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다. 산둥성 태산은 중국 역대 황제들이 하늘의 뜻을 받드는 봉선(封禪) 의식을 거행한 곳으로, 대권을 꿈꾸는 한국의 정치인들 사이에서 복(福)을 비는 성산(聖山)으로 통해 왔다. 특히 ‘태산을 오르는 도중 비를 맞으면 뜻을 이룬다’는 속설은 한국 정치권에도 꽤 알려져 있다. 마침 반 총장이 태산을 오를 때 비까지 내려 중국의 SNS인 웨이보 등에서는 ‘반 비서장(유엔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