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정세균 의원. 박진 전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왼쪽부터) 정세균 의원. 박진 전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지난 9월 어느 날 서울 대학로의 커피숍인 ‘커핀그루나루’에 박진(59)·오세훈(54) 두 사람이 마주 앉았다. 한 사람은 지역구 3선 국회의원 출신, 다른 사람은 초선 국회의원을 거쳐 서울시장을 지낸 인물이다. 두 사람은 이른바 ‘남원정’(남경필 경기지사·원희룡 제주지사·정병국 의원)과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 권영세 전 주중대사 등이 함께하는 ‘돌밥회’(돌아가며 밥을 사는 모임) 멤버로 막역한 사이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후보였던 강금실 돌풍을 누를 때 박진 의원은 오세훈 후보 선대본부장을 지내기도 했다. 그런데 이날 대학로 커피숍에선 평소 형, 동생 하던 두 사람 사이에 대충 이런 대화가 오갔다.

강남스타일 vs 강북스타일

“오 시장이 강남스타일이잖아? 나는 강북스타일이거든.”

“형이야말로 옥스퍼드대학도 나왔고, 강남 아줌마들이 좋아할 걸요.”

“무슨 소리, 나는 종로의 아들이야. 다른 지역구로 갈 가능성은 제로거든. 오 시장이 강남에 가라.”

“쉬운데 두 번씩 나간다면 저한테 공천 주겠습니까.”

“그럼 안철수랑 붙어.”

“안철수는 다 죽은 카드인데, 제가 왜 살립니까?”

지난 11월 9일 서울 시내 한 호텔 커피숍에서 만난 박진 전 의원은 두 사람의 이 같은 대화 내용을 들려주며 “그날 웃겼다”고 했다. 하지만 어디 웃기기만 했을까. 강남스타일, 강북스타일 같은 농반 진반 속에 팽팽한 긴장과 날카로운 가시가 들어 있다는 건 누가 들어도 안다.

이날 두 사람이 옥신각신한 이유는 내년 4월 총선 종로 지역구에 새누리당 후보로 누가 나가느냐는 문제 때문이었다. 종로는 박진씨가 연고권을 주장하는 곳이다. 3선(16~18대)을 모두 이곳에서 했다. 그는 “의사인 아버지가 40년간 종로구 혜화동에서 ‘박내과’를 운영했고 그곳이 내가 태어난 곳”이라고 했다. 그런데 여기에 오세훈 전 시장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오씨는 강남을에서 초선을 지냈지만 종로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고 있다. 그는 기자에게 “내가 박진 선배의 영토로 들어가는 것처럼 말들 하는데 종로의 새누리당 당협위원장은 엄연히 정인봉씨”라면서 “나도 서울시장 할 때 종로를 위해 많은 애정을 쏟았고 앞으로도 할 일이 많다”고 했다. 참고로 두 사람이 “네가 나가라”고 한 서울 강남 지역구는 이번 총선에서 기존 갑을(甲乙)에서 병(丙)으로 분구가 점쳐지고 있다. 새누리당의 경우 류지영 의원, 이은재 전 의원 등 여성 비례대표 출신들이 이곳을 염두에 두고 뛰고 있다.

박진·오세훈 두 사람의 대학로 입씨름은 지난 8월 말 ‘돌밥회’ 모임에서 비롯됐다. 당시 남경필 지사가 호스트였던 모임에서 누군가가 “오 시장 종로 나가는 것 아니야”라고 물은 게 발단이었다. 당시 박진씨가 “무슨 소리야 지금, 종로에는 내가 있는데”라며 오씨에게 “어떻게 된 거냐”고 물었지만 별 대답이 없었다고 한다. 박씨는 “그때 오세훈이 종로에 관심 있다는 걸 알았다”고 했다.

두 사람의 입씨름은 삼세판으로 이어졌다. 두 사람은 지난 11월 3일 서울 종로구 주상복합건물인 ‘경희궁의 아침’의 한 카페에서 다시 마주 앉았다. 하지만 두 사람은 이날도 평행선을 그었다. “우리가 그래도 형, 동생 하던 사이잖냐. 어떻게 네가 여기에서 이럴 수가 있냐.” “제가 얼마 전에 안동에 갔었는데, 거기 사람들 ‘페어플레이’하더라고요. 우리도 여기에서 그렇게 하죠.” 결국 두 사람은 이날도 빈손으로 헤어졌고 감정의 골은 더 깊어졌다.

루비콘강을 건너다

두 사람은 이후 앞서거니 뒤서거니 ‘루비콘강’을 건너버렸다. 오세훈씨는 11월 10일 자양동을 떠나 명륜동 아남아파트로 이사를 왔다. 그는 “이사까지 왔다. 경선을 염두에 두고 있고 자신감이 있다. 당 대표가 오픈프라이머리를 지론으로 삼고 있는데 당에서 어떻게 정리를 해주느냐”고 했다. 공교롭게 오씨가 이사를 한 다음날 세종문화회관에서 박진씨의 출판기념회가 대대적으로 열렸다. 이날 박씨는 지난 6개월간 자전거로 누빈 지역구 얘기를 ‘박진의 종로 이야기’라는 책에 담아 참석자들에게 나눠줬다. 이뿐 아니라 ‘영어 도사’로 통하는 자신의 영어 학습법을 담은 책과 정치 휴지기 중 세계의 싱크탱크를 방문했던 기록을 담은 책도 함께 안겼다. 자신의 말마따나 ‘3종 선물세트’를 안긴 보기 드문 출판기념회였다. 박씨는 “오 시장이 경선, 경선 하는데 경선이 아니라 뭐든 할 자신이 있다. 경선 하면 오히려 오세훈이 다친다”고 했다.

모든 선거는 어찌 보면 잔혹한 게임이다. 막판에 한 사람이 웃기 위해 여러 명이 피눈물을 흘려야 한다는 의미에서다. 선거에선 무승부가 없다. 피말리는 승부든 싱거운 승부든 결국 승자와 패자는 갈린다. 이런 차가운 승부는 공천 경쟁에서부터 시작되기 마련이다. 이미 적지 않은 사람들이 내년 총선을 노리고 부나방처럼 공천 경쟁에 뛰어들고 있지만 결국 공천장은 하나뿐이다. 이런 선거 잔혹사가 종로에서도 다시 쓰이기 시작했다.

박진·오세훈 두 사람이 공천장을 놓고 정면 충돌하고 있는 종로는 한국 정치의 1번지로 불린다. 총선 개표 방송에서도 제일 먼저 나오는 곳이 종로이고, 해마다 발간되는 국회수첩의 국회의원 총람의 제일 앞장을 장식하는 것도 종로다. 종로는 거물들이 거쳐간 곳이기도 하다. 윤보선(3~5대 민의원), 이명박(15대 국회의원), 노무현(15대 국회의원 보궐선거) 등 세 명의 대통령이 이곳에서 배출됐다. 이곳을 거쳐간 정치인들은 “종로 유권자들이 호락호락하지 않다”고 얘기한다. 여든 야든 인물을 보고 표를 주지 아무한테나 표를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종로는 항상 거물들의 싸움터였고, 무명 정치인들의 무덤이었다.

박진·오세훈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공천장을 받는다고 해도 내년 총선에서 마지막으로 웃기 위해선 종로 현역인 새정치민주연합 정세균(65) 의원의 벽을 넘어야 한다. 당 정책위의장과 대표, 거기다 장관까지 지낸 60대 정치인이지만 정 의원은 현역 중 가장 열심히 지역구를 누비는 의원으로 정평이 나 있다. 정 의원은 지난 19대 총선 때 자신에게 네 번 금배지를 안겨준 호남 지역구(전북 무주진안장수임실)를 포기하고 돌연 종로로 올라와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승리를 낚아챘다. 지난 11월 9일 지역구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정 의원은 “당시 나는 승부를 반반이라고 생각했는데 주변에선 대부분 회의적이었다. 다행히 상대인 홍사덕 선배가 ‘점잖게’ 선거운동을 하는 틈을 타서 죽기 살기로 한 덕분에 승리할 수 있었다”고 했다.

셋만 모이면 정세균이 나타난다

정 의원의 이 ‘죽기 살기식 선거운동’은 지난 4년 내내 이어져 왔다. 그에게는 올해 달성하기를 원하는 목표 수치가 하나 있다. 바로 의정보고회 100회다. 올해 들어 지금까지 이미 65회나 열었다고 한다. 일주일에 거의 두 번꼴이다. 정 의원은 “종로 구민들 있는 곳은 어디든지 달려간다”고 했다. 이런 그를 두고 “종로에선 사람 셋만 모이면 정세균이 나타난다”는 우스갯소리도 나돈다. 그는 “종로에 올라오면서 골프도 끊었다. 국회와 지역구 두 일에만 집중한다”며 “나랑 20번 만났다는 유권자도 있다”고 했다.

그의 지역구 관리 ‘내공’은 생활밀착형 법안에서도 엿보인다. 잘 모르는 사실이지만 종로구 거주 시민들은 지난 1월부터 고궁을 출입할 때 절반의 요금만 낸다. 정세균 의원이 만든 법안 때문이다. 큰 혜택은 아니지만 종로 주민들은 고궁 출입을 할 때마다 지역구 의원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정 의원은 얼마 전 ‘깜짝 발언’을 통해 종로를 더 주목하게 만들었다. 그는 지난 11월 5일 팟캐스트 방송에 출연해 종로에서 재선에 성공하면 차기 대권에 도전할 것이란 취지의 얘기를 했다. 그는 기자에게 “당시 준비된 질문과 발언이 아니었다”면서도 재선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종로에 올 때 당선되면 더 큰 정치를 해보고 낙선하면 정계은퇴하겠다고 했다. ‘종로가 기억하는 정치인’이 되고 싶은데 그러려면 한 번 더 해야 한다. 종로는 특별한 곳으로 꿈을 펼치기에 좋다.”

지난 19대 총선 이후 종로에서 치러진 선거 성적표를 보자. 정세균 후보가 홍사덕 후보를 5000여표 차로 이긴 지난 19대 총선 이후 종로에서 치러진 모든 선거에서 정세균 의원이 속한 당 후보는 상대를 이겼다. 예컨대 18대 대통령 선거의 승자는 박근혜 후보지만 종로에서는 47.9% 대 51.1%로 문재인 후보에게 졌다. 2014 지방선거에서는 정몽준 후보가 상대인 박원순 후보에게 42.7% 대 55.5%로 졌고, 구청장 선거에서는 새누리당 이숙연 후보(36.2%)가 새정치민주연합 김영종 후보(54.5%)에게 완패했다. 반면 ‘정세균 이전’만 해도 현 야당의 종로 총선 성적표(소선거구제가 도입된 13대 이후)는 8전1승7패로 절대적 열세였다. 여기서 1승은 노무현 대통령이 15대 보궐선거에서 거둔 성적이다. 최근 선거 성적표만을 보면 정세균식의 지역관리가 만만치 않음을 엿볼 수 있다.

오세훈, 박원순을 겨누다

종로 지역구의 유권자 수는 13만명 남짓이다. 동 수는 17개로 적지 않다. 전통적으로 평창동 등 상대적으로 부유한 동부는 여당 강세, 서민동네로 꼽히는 창신동·숭인동 등 서부는 야당 강세로 통한다. 그 가운데가 중립 성향의 중원이다. 종로는 2명의 서울시의원을 두고 있는데 이런 동네 성향이 시의원 선거에도 반영된다. 가회동과 삼청동, 평창동 등이 속한 제1선거구에서는 새누리당 후보가 주로 당선되고, 창신동과 숭인동 등이 포함된 제2선거구에서는 늘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당선됐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도 제1선거구는 새누리당 남재경 후보가, 제2선거구는 새정치민주연합 유찬종 후보가 당선됐다. 종로의 호남 유권자 비율은 30%대로 서울 평균 수준이지만 동별 밀집도에 따라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된다. 동별 유권자 수를 보면 평창동이 1만6095명(지난 8월 말 기준)으로 가장 많고 이어 혜화동(1만5376명), 청운효자동(1만1500명) 순이다. 기본적으로 종로는 4년마다 유권자의 면면이 확연히 바뀌는 서울의 다른 선거구와 달리 유권자의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적다. 그만큼 전출입 인구가 적다는 의미다. 이는 달리 말하면 “발로 뛰는 만큼 거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간단치 않은 ‘정세균 벽’에 새누리당에서는 과연 누가 도전할까. 정세균·박진·오세훈 세 사람은 지난 11월 1일 한자리에 모인 일이 있다. 당시 박진씨의 빙부상에 정세균·오세훈 두 사람이 잇달아 모습을 나타낸 것이다. 이날 박씨는 “정치는 정치고, 인생은 인생”이라며 정세균 의원을 깍듯하게 대접하는 모습을 보였다. 두 사람은 숱한 지역 행사에 같이 다녔고, 과거 상임위 활동도 같이해 친한 사이다. 이날 정세균 의원은 “내년 총선의 상대가 누가 될지 신경 쓰지 않는다”며 “선거라는 게 약하다고 해서 덜 준비하고 강하다고 해서 더 준비하는 게 아니다”고 했다. 누가 상대가 되든 개의치 않고 자신의 길만 가겠다는 태도였다.

내년 총선에서 정세균 의원의 맞상대가 누가 될지는 새누리당 경선룰이 가장 큰 변수지만 아직 오리무중이다. 오픈프라이머리를 주장해온 김무성 대표 측은 100% 여론조사 방식도 주장하지만 친박(親朴)은 기존 방식대로 당심(黨心)을 일정 비율 섞는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만약 100% 여론조사로 치러지면 오세훈씨가 지금으로선 유리하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그는 적합도나 지지율에서 박진씨를 앞서고 있다. 예컨대 지난 10월 28일 알앤써치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내년 총선에서 누가 새누리당 후보로 적합한가’라는 질문에 종로구 주민 응답자 504명 중 37.7%가 오씨를 선택했다. 박진씨는 23%를 차지했고, 종로 출마설이 나돌던 안대희 전 대법관은 16.3%를 기록했다. 오세훈씨는 정세균 의원과의 맞대결에서도 53.6% 대 37.5%로 앞섰다. 당시 여론조사에서는 박진씨도 정세균 의원과의 맞대결에서 48.6% 대 35.5%로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

오세훈씨는 지난 11월 6일 국회에서 열린 정병국 의원·‘청년과 미래’가 공동주최한 ‘제2회 대학생 리더십 아카데미’에 강연자로 나서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박진 전 의원이 정세균 의원하고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되면 양보할 의사도 있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지만 지난 11월 9일 기자와 만나서는 양보 의사가 추호도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지역구에 사무실을 물색하고 있다”며 “종로 당원들 사이에서도 될 사람을 밀어주자는 분위기가 있다. 객관적 데이터를 보면 최근 몇 차례 선거에서 종로는 야당에 번번이 지지 않았느냐. 종로를 쉽게 생각하고 승리의 추억에 젖어 범상하게 선거를 치러서는 안 된다. 나는 두 번의 여론조사에서 10%포인트 이상 박진 의원을 앞섰다”고 자신의 경쟁력을 강조했다. 그는 본선에 나갈 경우 박원순 현 서울시장을 겨냥할 뜻도 비쳤다. “서울시장을 할 때 가장 큰 관심이 강남북 균형발전이었다. 특히 종로와 중구는 서울의 얼굴로 광화문 광장, 인사동 리모델링, 남산 르네상스, 동묘·세운상가 녹지축 등 내가 해놓은 사업이 많다. 그런데 박원순 시장이 들어와서 각종 규제를 늘리면서 도심 개발에 역행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그걸 이슈화할 수 있다. 규제를 혁파해서 종로구민들의 심적 고통을 해결하면서 명실상부한 서울의 중심으로 만들기 위해 내가 해야 할 일이 많다.”

이런 오씨의 도전에 대해 박진씨는 “이미지 정치”라고 비판하고 있다. 그는 “오 시장은 이미지 정치를 이제 그만해야 한다. 나도 정세균 의원과 맞붙으면 이긴다고 나온다. 여론이란 항상 변하는 것이다. 오세훈이라는 이미지와 이름 석 자만 갖고 종로를 접수할 순 없다. 뭔가 조급해 나를 밟고 가겠다는 것인데 내가 호락호락하지 않다”고 했다.

박진 “나는 종로의 뿌리 깊은 나무”

박진씨는 자신이 종로에서 거둔 세 번의 승리가 결코 쉬운 승부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2002년 재보궐선거 때는 당시 민주당 핵심인 유인태 의원과 혈전을 치렀고, 2004년 선거에서는 노무현 탄핵 정국에서 ‘인간시장’ 작가인 김홍신씨와 겨뤄 588표 차의 신승을 거뒀다고 한다. 이어 2008년 18대 선거에서는 옥스퍼드대에서 같은 지도교수 밑에서 공부했던 손학규 후보와 내키지 않은 승부를 겨뤄 이겼다. 그는 “나는 종로의 뿌리 깊은 나무”라며 “바람이 분다고 잘 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자신이 본선에 나올 경우 지난 19대 총선을 앞두고 문제가 됐던 박연차 게이트 연루 혐의가 다시 불거질지 모른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이미 재판에서 무혐의를 받았다. 단 박연차씨가 보낸 차명 후원금을 걸러내지 못했다는 이유로 80만원의 벌금형을 받았지만 다 투명하게 공개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오 시장이 당과 상의도 없이 무상급식 찬반 투표를 강행해 서울시를 적에게 넘겼으면 자숙해야 하는데 내가 있는 곳으로 오겠다는 것은 명분 없는 복귀다. 정치 꿈이 큰 사람이라면 차라리 이번에 백의종군해서 당에 기여하면 나중에 찾지 않겠느냐. 2006년 지방선거 당시에도 오 시장보다 훨씬 먼저 서울시장 도전을 준비하다가 자료집까지 넘기며 양보했는데 또다시 양보하라는 건 인간적 도의도 아니다.”

박진·오세훈 두 사람의 안중에는 별로 없는 듯하지만 당심을 반영하는 경선이 치러질 경우 ‘정인봉 변수’도 고려해야 한다. 현 당협위원장인 정인봉(62) 위원장은 그야말로 종로에서 잔뼈가 굵은 토박이다. 종로에서 16대 국회의원에 당선됐다가 당선무효 판결로 의원직을 상실하고 박진 의원에게 바통을 넘겼지만 그 이후에도 금배지에 대한 열정이 식지 않고 있다. 내년 총선에도 도전의지를 내비치며 부지런히 지역구를 챙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약 그가 경선에 나서 오세훈·박진 두 사람 중 한 사람을 밀 경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관련, 정 위원장은 지난 11월 10일자 브레이크뉴스에 ‘오세훈이 시작한다는 정치, 종로에선 정치적 악취 진동’이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해 눈길을 끌었다.

정세균 의원은 기자에게 “선거는 종합예술”이라고 강조했다. 선거 결과를 몇 가지 요소로만 평면적으로 예단할 수는 없고 숱한 변수와 정치인의 의지가 함께 작용하며 드라마가 만들어져 간다는 얘기다. 사실 위에서 거론한 정치인들이 만들어갈 한국 정치 1번지의 드라마가 내년 4월 어떻게 막을 내릴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단, 그 드라마의 막이 오른 것은 분명해 보인다.

정장열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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