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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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때까지 어떻게 먹고살지 걱정해야 할 처지의 부모는 본인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생전에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줄 엄두도 못 낸다. 하지만 먹고살 재산이 충분한 부모라면 어차피 언젠가는 넘겨주어야 할 재산이기 때문에 가장 적절한 시간을 택해서 자녀들에게 재산을 물려주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증여란 무상으로 재산을 넘겨주는 것이기 때문에 많은 고민이 따른다. 증여자 본인의 문제일 수도 있고, 자녀들의 문제일 수도 있고, 둘 사이 관계의 문제일 수도 있다.

증여를 쉽게 실행하지 못하는 여러 가지 고민들 중 공통적이면서도 가장 큰 고민은 엄청난 세금부담이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의 증여세와 상속세의 최고세율은 50%나 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100억원을 물려주는데 세금을 무려 50억원을 내고 나면 50억원만 물려줄 수 있다는 얘기다.

개인적인 증여의 고민을 여기서 모두 다룰 수는 없고 공통적 고민거리인 세금과 경제적인 측면을 고려하여 증여와 상속 중 어느 방법이 유리한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상속세와 증여세는 과세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방법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유불리가 결정된다. 단정적으로 어떤 방법이 더 유리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누진세율의 적용과 공제액의 차이

첫 번째로 고려해보아야 할 사항은 누진세율이다. 우리나라의 상속증여세 과세방법인 누진세하에서는 증여는 개인별로 세율을 적용하지만 상속은 상속재산 전체에 대해 세율을 적용한다. 때문에 증여보다는 상속이 높은 세율을 적용받게 된다는 것이 첫 번째 기억해야 할 원칙이다.

두 번째로는 공제액의 차이다. 일단 증여공제보다는 상속공제액이 크다. 증여는 개인별로 배우자는 6억원, 자녀는 5000만원만 공제되는 데 반해 상속공제의 경우에는 기본공제가 5억원이며 배우자 공제도 최저 5억원에서 30억원까지다. 상속이 증여보다는 매우 많은 금액을 공제해주고 있다.

이를 염두에 둔다면 대체로 재산이 많을 경우 상속보다는 일부 재산을 사전에 증여하는 것이 유리하다. 예를 들어 재산이 40억원이고 상속공제가 10억원인 경우 4자녀에게 10억원씩 사전증여한다면 30%의 세율이 적용되지만 증여하지 않고 전부 상속을 한다면 50%의 세율이 적용되기 때문에 사전 증여가 유리하다. 

그러나 재산이 10억원밖에 안 된다면 이를 4자녀에게 2억5000만원씩 사전증여하면 20%의 증여세를 부담하게 된다. 반면 전부 상속을 하게 되면 10억원의 상속공제를 받아 한푼도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증여가 불리하다.

 

상속공제의 한도

사전증여가 유리하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전 재산을 사전증여하고 상속재산을 한푼도 남겨주지 않을 경우 오히려 ‘상속세 폭탄’을 맞을 수도 있다. 왜냐면 ‘상속공제한도’라는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상속공제는 기본공제가 5억원이고 배우자공제금액은 법정상속지분가액의 범위 내에서 실제로 상속받은 금액만큼을 공제받는다. 이 경우 그 금액이 5억원 이하인 경우에는 5억원을 공제하며 30억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30억원을 한도로 공제한다. 따라서 상당히 많은 금액을 공제받게 되는데 이러한 상속공제의 한도는 사망 시 남겨진 재산을 한도로 한다.

예를 들어 재산이 40억원인 부모가 전 재산을 생전에 배우자를 제외한 4자녀에게 10억원씩 사전증여를 하고 상속 시 남은 재산이 하나도 없다고 가정해보자. 사전증여를 하지 않았다면 상속세 과세표준은 40억원에서 상속공제 10억원(기본공제 5억원+배우자공제 5억원)을 반영해 30억원이 된다. 이에 대해 상속세가 과세된다. 하지만 사전증여해 상속 시 재산이 없을 경우 상속공제 한도가 달라진다. 남은 재산이 0원이기 때문에 공제한도도 0원이 되어 상속세 과세표준이 40억원이 된다. 사전증여하지 않을 경우 30억원이 될 과세표준이 40억원으로 늘어나 뜻하지 않게 상속세 폭탄이 터지게 되는 셈이다. 이 점을 유의하여 자녀들은 부모님께 ‘전 재산을 미리 다 증여하시라’고 하는 망언은 하지 않기를 바란다.

 

사전증여의 합산과세

앞에서 상속세는 누진세율을 적용하기 때문에 낮은 세율을 적용받으려면 사전증여를 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재산을 분할할 경우 낮은 세율의 적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단 여기서 알아두어야 할 조항이 있다. 사망일로부터 소급하여 10년 이내에 증여한 재산은 상속재산에 합산되기 때문에 상속재산의 분할을 통한 낮은 세율의 적용이 불가능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전증여가 유리한 경우도 있다. 즉 재산가치가 상승한다고 가정할 경우다. 사전증여 재산을 상속재산에 합산한다고 해도 사전증여할 당시의 증여가액으로 합산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0억원짜리 부동산을 사전증여하고 5년 후 상속이 이루어질 경우를 따져보자. 사전증여한 부동산의 가치가 상속일 현재 20억원이라면 상속일로부터 10년 이내에 증여한 부동산의 가액은 상속재산에 합산하기 때문에 5년 전 증여한 10억원을 상속재산가액에 합산한다. 

그런데 만약 사전증여를 하지 않았다면 상속일 현재의 가치인 20억원으로 상속재산가액을 계산하게 되기 때문에 사전증여일 이후 상승한 재산가치금액만큼의 상속세 부담이 줄어들게 된다.

사전증여를 하게 되면 증여일로부터 상속일까지의 재산가치 증가분과 증여받은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임대수익 등에 대해서는 상속으로 받는 것에 비해 세금 부담없이 물려받는 것으로 간주돼 이 부분도 사전증여가 유리하다.

또한 손자녀나 며느리 또는 사위 등은 상속인이 아니기 때문에 상속으로는 재산을 물려줄 수 없다. 물론 유언을 통해 물려줄 수는 있지만 그보다는 사전증여를 통해 물려주게 되면 유언을 하지 않고도 재산을 물려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손자녀 등에게 증여한 재산도 상속재산에 합산되어 상속세를 계산하지만 자녀 등 법정 상속인에게 사전증여한 경우에는 상속일로부터 소급하여 10년 이내에 증여한 재산이 합산된다. 이에 반해 손자녀 등에게 사전증여한 재산의 경우에는 5년 이내에 증여한 재산만 합산하는 유리한 점도 있다.

 

기타 경제적·사회적 요인

요즘을 100세 수명시대라고 하는데 죽을 때까지 재산을 움켜쥐고 있다가 100세에 재산을 물려주면 재산을 받는 자녀의 나이도 벌써 70대가 돼 있다. 노인이 노인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노노(老老)상속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렇게 노노상속이 이루어지면 노인이 된 자녀가 재산을 상속받은 후 그 재산으로 투자나 소비를 하지 않고 장롱 깊숙이 넣어둔 채로 또다시 죽을 때까지 자녀와 갈등을 해야 하는 비극이 발생하게 된다.

생전 증여를 하면 조기에 부(富)를 자녀세대로 이전시킴으로써 자녀들의 경제활동을 원활히 지원하고 부의 독점으로 인한 부모와 자녀 간의 세대갈등도 해소할 수 있다. 또 젊은 세대로의 부의 이전을 통해 국가와 사회의 경제발전에도 도움이 되며 절세에도 도움이 된다. 사전증여를 적극적으로 하는 부모세대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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