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지방환경청에서 드론을 띄워 미세먼지 농도 측정 및 대기 시료 채취를 하고 있다. 최근에는 필터가 장착된 드론을 특정 지역에 날려 미세먼지를 흡착하는 기술이 도입됐다. photo 뉴시스
전북지방환경청에서 드론을 띄워 미세먼지 농도 측정 및 대기 시료 채취를 하고 있다. 최근에는 필터가 장착된 드론을 특정 지역에 날려 미세먼지를 흡착하는 기술이 도입됐다. photo 뉴시스

미세먼지가 계절을 가리지 않는 불청객이 된 지 오래다. 외출하려면 마스크부터 챙기는 게 일상이 됐고, 창문을 열지 못하니 공기청정기가 없는 집을 찾아보기 어렵다. 미세먼지 문제는 한 나라에 국한된 게 아닌 만큼 저감 기술에 대한 관심도 세계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미세먼지를 줄이는 기술, 과연 어디까지 진화했을까.

 

수백 대 드론이 공기정화장치 가동

미세먼지는 탄소입자에 질산과 황산, 암모니아, 중금속 이온 등이 달라붙어서 형성된다. 질산과 황산은 화력발전소나 공장, 자동차에서 주로 배출된다. 암모니아는 보통 축산농가에서 많이 발생하지만, 도시의 하천과 음식물쓰레기에서 나오는 양도 만만찮다.

이러한 미세먼지를 제거하는 기술적 원리는 매우 다양하다. 그중 산업적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기술은 필터를 이용한 여과 집진기와 정전력(전하에 의해 발생하는 흡입력 또는 반발력)을 이용한 집진 기술이다. 공기청정기는 필터 원리를 적용한 대표적 기술이고, 발전소나 제철제강 등 분진과 유해가스가 많은 현장에서는 정전력 원리의 전기 집진기를 주로 설치한다.

최근에는 정보통신기술(ICT)의 발달로 극세필터, 숯탈취필터, 초미세먼지 항균필터, 바이러스닥터 등 다양한 기능을 가진 필터를 연속적으로 배열하고 여기에 전기 집진의 원리까지 결합시킨 청정 시스템이 등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소각로에서 배출되는 다이옥신과 비산재를 1차 필터에서 제거한 후 아직 걸러지지 않은 내용물을 2차 필터에서 제거하는 식이다. 한 단계 진보된 기술로 초미세먼지는 물론 박테리아 등의 유해물질까지 최대치로 걸러낸다.

한편 미세먼지 제거 필터를 드론에 장착해 공기를 정화하기도 한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는 필터가 장착된 드론을 특정 지역에 날려 미세먼지를 흡착하는 기술을 소개한 바 있다. 드론 한 대로는 별 의미가 없겠지만, 수백 대의 드론이 공기정화 장치를 가동해 대기의 미세먼지를 흡착한다면 효과는 클 것이다. 드론이 수시로 충전하면서 장시간 체공할 수 있도록 상공에 열기구 형태의 드론 충전소를 설치하는 방법도 제시하고 있다.

공기정화에 드론을 활용하는 방법은 최근 관심이 매우 높다. 공중에서 미세먼지를 뭉쳐 응고시키는 기술은 대표적으로 꼽힌다. 드론이 화학물질을 싣고 날아올라 대기 중에 뿌려서 미세먼지를 응고시킨 뒤 지상에 떨어뜨리는 방식이다. 중국 정부가 군수업체에 의뢰해 개발된 드론은 최대 반경 5㎞의 미세먼지를 제거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세먼지 응고 화학물질로는 땅에 닿아도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는 것을 찾고 있다.

인공강우도 미세먼지 대책으로 자주 거론된다. 물과 결합하면 쉽게 녹아버리는 미세먼지의 특성 때문이다. 생활 속 미세먼지 예방대책으로 ‘물을 자주 마시라’는 얘기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인공강우는 구름 입자를 자극해 비를 내리게 하는 방식이다. 구름 씨앗(Cloudseed), 즉 응결핵 역할을 하는 염화칼슘이나 요오드화은을 대기 중에 살포해 주변의 수증기를 달라붙게 하여 커다란 빗방울을 만든다.

중국은 인공강우 기술의 선두주자이자 이 방식을 즐겨 사용한다. 인공강우 시설을 갖춘 지방자치단체만도 2000개가 넘는다. 인공강우는 효과적으로 미세먼지를 제거하는 방법이지만 요오드화은 등의 화학물질이 토양 오염을 유발할 수 있어 부작용이 따른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인공강우가 기상 이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인공강우 대신 빌딩 옥상에서 고인 빗물을 스프레이처럼 흩뿌리는 방법이 쓰이기도 한다. 미국 환경보호국 소속 물리학자인 사오차이 위 박사가 생각해낸 아이디어다. 빗물을 이용하는 만큼 친환경적인 데다 비용도 적게 들고, 기술적 난이도가 낮아 두루 사용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하지만 물을 뿌릴 때만 농도가 낮아지고 효과 범위도 좁다는 게 단점이다.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미세먼지 자동제어 스마트 시스템도 또 다른 간편 기술이다. 스마트폰, 대기질 측정 시스템 등의 IT기기와 스프링클러, 펌프 등이 융합된 기술이다. 예전에는 근로자들이 수시로 물을 뿌려 공사현장의 미세먼지를 제어했다면, 이 시스템은 자동으로 미세먼지를 측정해 오염 정도에 따라 스프링클러를 작동한다.

액상 흡수제 ‘키어솔’을 이용한 이산화탄소 흡수 장치. 미세먼지도 90% 흡착한다. photo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액상 흡수제 ‘키어솔’을 이용한 이산화탄소 흡수 장치. 미세먼지도 90% 흡착한다. photo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필터 없이 정전기·물만으로 공기 정화

국내에서도 미세먼지를 막기 위한 연구들이 활발하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 개발해 2021년 SK머티리얼즈에 기술을 이전한 이산화탄소(CO₂) 포집용 액상 흡수제 ‘키어솔(KIERSOL)’도 그중 하나다. 간단한 화학구조로 이뤄진 탄산칼륨을 주재료로 한 특수 액체를 이용해 공장 굴뚝에서 나오는 배출가스 중에서 이산화탄소만 흡수한다. 다른 나라보다 저렴한 흡수제 원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적은 에너지로도 운전이 가능하다는 게 특징이다.

키어솔은 원래 이산화탄소 포집이 목적이었다. 그런데 시험 도중 미세먼지를 90% 흡착한다는 사실이 발견돼 미세먼지와 이산화탄소를 동시에 잡아내는 기술로 발전했다. 발전, 시멘트, 정유, 철강 등 각종 산업 및 플랜트 제조 시설에서 활용할 수 있다. 국내 화력발전소에만 이 기술을 적용해도 미세먼지 발생량의 약 15%를 줄일 수 있다는 게 연구원 측의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필터 없는 신개념의 기술적 진보도 이뤄지고 있다. 정전기와 물만을 활용해 공기를 정화하는 한국기계연구원 환경기계시스템연구실의 습식 공기정화 기술이 그것이다. 5~10㎛(1㎛=100만분의 1m) 정도의 극미세 탄소섬유를 통해 정전기를 만들어내고 이 정전기가 미세먼지를 끌어당긴다. 이 미세먼지 입자는 물이 흘러내리도록 설계된 수막형 집진장치에 의해 수막과 함께 아래쪽에 위치한 수조로 내려가 제거된다.

연구팀은 정전방식의 무필터 집진 기술에다 습식 촉매를 이용한 질소산화물(NOx)·황산화물(SOx) 동시 저감 기술을 결합시켜 질소산화물·황산화물은 물론 초미세먼지까지 제거할 수 있도록 했다. 1년 동안 실증한 결과 기존 장비보다 화력발전소에서 나오는 대기오염물질을 70%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건설·환경공학과 한종인 교수도 필터 없는 공기청정기 ‘하얀비’를 개발한 바 있다. 선풍기와 비슷한 장치로 미세먼지를 빨아들인 후 장치 내부에서 물을 뿌려 먼지를 녹이는 원리다. 공기청정기에 물을 붓게 되면 내부의 프로펠러가 돌아가 공기를 빨아당기고, 이 과정에서 흡착된 오염물질은 물통 안으로 들어간다. 이 장치는 크기의 제약이 없다. 따라서 실내외 설치가 모두 가능하다. 전봇대처럼 곳곳에 하얀비를 설치해 미세먼지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방법을 검토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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