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앤아웃코퍼레이션 류선종 대표는 “장사가 사업이 되면 경제에 선순환이 일어난다”고 했다. 사진 C영상미디어
인앤아웃코퍼레이션 류선종 대표는 “장사가 사업이 되면 경제에 선순환이 일어난다”고 했다. 사진 C영상미디어

2022년 어느 봄날 뉴스를 보던 류선종 인앤아웃코퍼레이션 대표는 허리를 곧추세웠다. 층간소음으로 칼부림이 일어났다. 아파트가 있는 나라라면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는 비극이었다.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아파트를 다시 지을 수는 없지만 소음이 들리지 않게 할 방법은 있지 않을까? 이런 질문이 ‘무음무음’을 줄인 ‘뭄뭄실내화’를 만들어냈다. 반도체 공장에서 사용하는 충격·진동 흡수 소재 ‘엘라스탄’과 ‘고탄성EVA’를 쿠션재로 넣은 뭄뭄실내화는 출시 후 1년 만에 5만 켤레 이상 팔렸다.

류선종 대표에게는 일상의 모든 순간이 아이템이다. 먹고 입고 자고 깨는 순간 불편은 아이템이 되고 고민은 아이디어가 된다. 그는 직접 브랜드를 개발하는 동시에 브랜드를 발굴하고 함께 성장을 도모한다. 인앤아웃코퍼레이션의 정체성은 ‘브랜드스케일업컴퍼니’다. 아이디어를 브랜드로, 장사를 사업으로 만든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23년 8월 한국의 자영업자 비율은 19.9%로 미국(6.6%), 일본(9.8%), 독일(8.4%)에 비해 크게 높다. ‘퇴사하고 치킨집이나 카페를 차려볼까’ 하는 이들은 많지만 성공하는 이들은 적고 제대로 된 창업교육을 받은 이들은 더 적다. 창업 경험이 없는 초기 자영업자의 90%가 창업 후 1년 이내 폐업하고 나머지의 70%도 5년 내 폐업하는 게 현실이다.

창업을 장려하고 돕는 인앤아웃코퍼레이션은 최근 서울 성동구 성수동으로 거점을 옮겼다. 이들이 쓰는 건물의 지하는 커뮤니티 공간, 1층은 팀원들이 직접 만든 브랜드 팝업스토어, 2층은 브랜드 공모전을 통해 발굴한 창업가의 공간, 3층과 4층은 실무와 회의 공간이다. 인앤아웃코퍼레이션의 정체성을 건물에 녹인 셈인데 류 대표는 이곳이 K-브랜드를 키우는 인큐베이터이자 세계로 내보내는 브랜드 액셀러레이터가 되길 바란다. 8년 전 그가 서울 용산의 지하상가 3평 공간에 창업했을 때부터 꾸던 꿈이다.

고양이 화장실 전용으로 사용하는 모래삽. 사진 인앤아웃코퍼레이션
고양이 화장실 전용으로 사용하는 모래삽. 사진 인앤아웃코퍼레이션
고양이들이 좋아하는 음수 패턴 3가지를 적용한 ‘피라미드 고양이 정수기’ 사진 인앤아웃코퍼레이션
고양이들이 좋아하는 음수 패턴 3가지를 적용한 ‘피라미드 고양이 정수기’ 사진 인앤아웃코퍼레이션

사옥을 성수동으로 옮겼다.

브랜드를 발굴하고 투자하는 회사로서 호랑이굴에 들어가자는 각오였다. 사람들이 가고 싶어 하는 곳엔 이유가 있다. 이곳이 우리의 오피스이면서 브랜드다. 이곳을 아지트로 일본, 미국, 동남아에도 K-브랜드를 알릴 거점을 만들 계획이다. 이제 건물은 부동산이 아니라 콘텐츠다. 어떤 콘텐츠가 담기느냐에 따라 사람들이 찾아온다.

인앤아웃코퍼레이션이 발굴하는 브랜드도 결국 콘텐츠 아닌가?

늘 발품을 판다. 서울 한남동, 연남동, 성수동, 서울숲 구석구석에 독보적인 가게들이 장사로 끝나는 경우가 있다. 장사가 사업이 되면 많은 사람이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단순 소상공인을 전문가들이 도우면 기업가형 소상공인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남다른 재능과 열정이 있다. 최근에 마포에서 구운 과자를 파는 과자방에 갔는데 너무 맛있더라. 부부가 작게 하는 가게인데 어떻게 성장시킬 수 있을까 생각하니 가슴이 뛰었다. 우리가 인앤아웃 아닌가. 들어올 때는 작았더라도 나갈 때는 멋진 브랜드가 되길 바란다.

열정과 재능이 있어도 창업이 쉬운 일은 아니다. 자영업자 폐업률도 높고.

소상공인이 잘돼야 한다. 문제는 남들이 하는 대로 따라하는 거다. 누구나 창업가가 될 수 있지만 자기만 할 수 있는 걸 해야 한다. 이들이 잘되면 세금을 내고 일자리도 만든다. 장사가 기업이 되면 사회와 국가에 선순환이 일어난다. 미국은 어떤 브랜드의 규모가 일정 수준 이상이 되면 인수합병을 한다. 기업과 브랜드를 사고파는 일이 자연스럽다. 그렇게 한 번 창업을 한 기업가는 또 재창업을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아직 쉽지 않다. 성공을 경험하면 다음 도전은 쉽다. 그 성공의 경험이 중요하다.

뭄뭄실내화는 인앤아웃코퍼레이션의 대표적인 성공작이다.

뉴스를 본 게 시작이었다. 층간소음으로 살인이 일어나다니 막을 방법이 없을지 고민했다. 처음엔 매트를 생각했는데 집 전체를 시공하려면 비용이 많이 든다. 비용을 줄일 방법을 찾다가 실내화를 생각했다. 포커스미디어코리아와 공동 기획했고 아파트 엘리베이터마다 ‘뭄뭄실내화’를 광고하면서 초기 물량이 완판되고 5만 켤레가 팔렸다.

‘브랜드스케일업’은 어떤 의미인가?

삼성이나 LG 같은 대기업도 처음엔 작은 상회로 시작했다. 소상공인을 어엿한 경제주체로 봐야 한다. 최근에 우리 회사에서 ‘대한민국 브랜드 공모전’을 열었다. 아이디어만 있다면 이곳 성수에 장소와 보증금, 인테리어와 창업기획 프로그램들을 모두 제공하겠다고 했더니 수많은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그중에서 경기 군포에서 과자점을 운영하는 지원자가 선정됐다. 계절마다 다른 ‘디저트 오마카세’를 선보이겠다는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그를 보면서도 생각했다. 사람은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 그 일을 하면 가능성과 잠재력이 폭발한다. 한 달 만에 새로운 브랜드가 탄생하는 셈인데 벌써 예약주문이 들어온다.

창업자들을 선정할 때 특별한 기준이 있나?

보면 진실인지 꾸미는지 드러나는 태도가 있다. 나는 1년에 500장 명함을 3~4통 쓴다. 경험이 쌓이다보니 사람을 만나면 태도가 보인다. 어떤 브랜드든 핵심역량은 창업자 자신이어야 한다. 카페를 한다면 사장이 바리스타여야 한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출근이 즐겁다. 직장생활할 때는 느끼지 못하던 감정이다. 그때는 연봉이 오르는 게 관심이었다면 지금은 사회와 나라와 미래를 고민한다. 우리와 함께한 브랜드가 성장하는 걸 보면서 나도 성장한다. 변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 잘된다고 그대로 머물러 있으면 안 된다.

인앤아웃코퍼레이션도 계속 변한다. 처음 회사 이름은 엔피프틴(N15)이었다. 용산 나진상가 15동 지하 1층에서 시작했고.

초기 자본금이 1000만 원이었다. 3평 공간에 책상 하나, 의자 4개로 시작했다. 만약 자본이 넉넉했다면 지금의 우리가 있을까 싶다. 절박해서 간절했다. 간절함에서 창의성이 나온다. 용산을 바꾸겠다는 각오였고 거기에서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팅을 시작했다.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대기업과 함께 일했다. 평생직장이 사라진 시대니 창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생각했다.

당시 N15은 중소벤처기업부가 인증한 창업 액셀러레이터였고 협업한 스타트업만 1200여 개에 달했다.

창업가에게 시제품 완성이나 유통의 어려움 등 문제를 해결해주면 제조업은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우리는 그 과정의 전문가다. 금융이나 경영이나 재무회계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 시행착오를 줄인다. 나는 실력있는 소상공인을 만나면 그렇게 이야기한다. 요리만 해도 된다, 옷만 만들어도 된다. 나머지는 우리가 하겠다.

왜 이런 도움을 주는 거지? 라는 생각이 들 것 같다.

그런 도움을 받아본 경험이 없어서 그렇다. 신뢰의 기반은 공유고 투명성이다. 투명할수록 신뢰하게 되고 신뢰하게 되면 비용이 줄어든다. 사회 전체가 그렇다.

지자체, 공공기관, 대기업은 언어가 모두 다른데.

나는 둘 사이를 이어주는 거간꾼이다. 우리가 하는 일은 사실 번역에 가깝다. 양측의 언어를 소통 가능하게 바꿔주는 거다. 정부의 언어와 기업의 언어가 다르다. 자기의 언어만 고집하면 일이 어긋난다. 그런 오해가 갑질처럼 비칠 때도 있고. 우리 같은 중간 플랫폼을 거치면 일이 더 오래 걸릴 것 같은데 더 빨라진다. 상대방이 원하는 언어를 쓰니까.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 미국 국빈 방문에 경제사절단으로 함께했다.

한국의 기업가형 소상공인과 벤처를 전 세계로 보내자는 데 합의와 공감이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 사업이 세계화되고 선진화되려면 해외자본의 투자도 유치해야 한다. 사절단에 참여하면서 뿌듯했던 건 세계 속에 한인 기업들이 굉장한 규모를 가지고 있는 걸 눈으로 확인해서다. 우리도 세계로 뻗어나가는 파이프 역할을 하고 싶다.

2022년에 모교인 카이스트에 기부를 했다.

직장을 그만두고 카이스트 경영학석사(MBA) 13학번으로 들어간 게 내 인생을 바꿨다. 그 과정에서 실리콘밸리의 창업자들을 만났고 창업가의 길을 걷게 됐다. 그들은 창업가들을 히든 챔피언, 숨어 있는 주역이라 생각한다. 중간이 튼튼해지고 허리가 두터워져야 사회가 탄탄해진다. 선수가 많아지면 경기의 질도 좋아진다.

일단 선수를 키우는 게 중요하겠다.

교육은 정말 중요하다. 언젠가는 창업학교를 세우고 싶다는 꿈이 있다. 초등학교부터 창업교육을 하고 대학교에도 창업 관련 학점제가 있어야 한다. 졸업하면 취업만 있는 게 아니라 창업이라는 길도 있다. 아이디어가 없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대부분 취업을 생각한다. 다른 길을 가는 사람들에 대해 관대하지 않은 분위기가 있다. 어렵게 창업을 결심하더라도 성공이 쉽지 않다. 교육의 경험이 없어서다. 군인들에게도 창업교육을 해주고 싶다. 그때가 진로와 미래에 대해 가장 고민이 많을 때 아닌가. 나도 그랬다.

지금은 뭘 고민하나?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 거시적인 위기다. 제3국에 있는 이들도 한국에서 창업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야 한다. 우리 브랜드도 다양한 나라에 들어가고, 다양한 나라의 인재도 우리나라에 들어오고. 그러려면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 외국인도 창업하고 재도약할 수 있는 열린 제도가 필요하다. 미국이 그렇다. 세계의 머리 좋은 인재들이 창업하려고 모인다.

고민의 스케일이 다르다.

우리나라 콘텐츠가 세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에서 선전하는 건 곧 영화관의 시대가 끝나리라는 걸 예견한 이들이 먼저 준비해서다. 저절로 되는 일은 없다. 미리 고민하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창업을 하니 사회와 국가와 세계의 미래를 생각하게 된다.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다. 미국의 기업가들이 기부를 많이 하는 이유를 기업을 해보니 알겠다. 사회가 안전하게 유지돼야 기업도 있다. 기업가는 아주 이타적이면서 또 이기적이어야 한다. 결국 극단의 이기심은 이타심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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