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각의 여러 가지 의미를 설명하는 이영우 칼스베드 이사(왼쪽)의 이야기를 정준 프로가 경청하고 있다. photo 민학수
라이각의 여러 가지 의미를 설명하는 이영우 칼스베드 이사(왼쪽)의 이야기를 정준 프로가 경청하고 있다. photo 민학수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플레이오프 최종전인 투어 챔피언십 우승자에게는 트로피로 퍼터가 주어진다. 골프의 성인(Saint)이라 불리는 보비 존스에게 메이저대회 13승 전부를 안겨준 비장의 퍼터 ‘캘러미티 제인(Calamity Jane)’이다. 캘러미티 제인의 길이는 33과2분의1인치, 구스 넥(goose neck) 디자인에 로프트 8도짜리였다.

캘러미티 제인은 1800년대 후반 미국 서부 개척시대 유명 여성 총잡이였던 마사 제인 캐너리의 별명이다. 그녀를 만나는 상대는 재앙(캘러미티)을 겪게 된다는 데서 유래했다. 존스는 숱한 우승 기회를 놓치다 이 퍼터를 만나고서 천하를 얻었다.

정준(52) 프로는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에서 3승(1996년 신한동해오픈·2003년 매경오픈·2005년 로드랜드 클래식)을 거두었다. 그가 퍼팅 실력이 좀 더 받쳐줬다면 그 배 이상 우승을 했을 것이라는 평도 따라다녔다.

그는 현역시절부터 사용한 퍼터가 300개가 넘는다. 그만큼 이래도 안되고 저래도 안될 정도로 퍼팅은 속을 썩였다.

그러던 그의 골프백에 3년 가까이 같은 퍼터(이븐롤 암락 퍼터)가 들어 있다고 한다. 

정 프로에게 퍼팅에 대한 큰 깨달음을 주고 보물 같은 퍼터를 찾아준 이가 있다. 38년째 피팅 전문가로 활동하는 이영우 칼스베드 이사다. 주말골퍼를 위해 두 사람의 일문일답을 소개한다.

퍼터 중 퍼팅 스트로크에 가장 중요한 부분은 어디일까? 이 이사의 답이다. “퍼팅의 방향성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 퍼터의 라이각이다. 라이각은 헤드를 바닥에 내렸을 때 바닥과 샤프트 사이의 각도를 말한다. 퍼터의 라이각은 보통 70~71도다. 하지만 어드레스에 따라 퍼터 헤드의 힐(뒷부분)이나 토(앞부분)가 들릴 수 있다. 자신에게 맞지 않는 라이각이 형성되면 스위트 스폿이 줄어든다. 토나 힐이 들리면서  스위트 스폿이 500원짜리 동전 크기에서 10원짜리 크기로 준다. 관용성이 줄고 방향성에도 문제가 생긴다.”

클럽 중에서 기술 특허가 가장 많은 것은 드라이버나 아이언이 아닌 퍼터다. 그만큼 퍼터를 만드는 데 기술적인 요소가 많이 들어간다. 손바닥에 가득 잡히는 굵은 그립은 최경주 프로가 사용하면서 화제가 됐다. 그립은 굵을수록 좋을까?

이 이사는 “손목 움직임이 많은 골퍼에게 두꺼운 그립은 손목을 억제하는 작용을 한다. 손바닥에 그립을 많이 접촉할수록 손목을 덜 쓰게 되고 넓은 그립 위에 놓인 엄지손가락이 편안하면서도 퍼팅을 할 때 견고한 역할을 하게 한다. 하지만 얇은 그립은 퍼팅할 때 손의 느낌을 더 잘 전달할 수 있다. 타이거 우즈가 얇은 그립을 사용하는 것도 그런 이유이다.”

퍼터 길이가 짧을수록 공과 가까워지기 때문에 정확성이 좋아진다는 주장도 있고 긴 퍼터를 사용하면 허리를 편안하게 펼 수 있어 긴장을 덜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 이사는 최근 긴 퍼터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예전부터 여자는 33인치, 남자는 34인치를 가장 선호했다. 그런데 최근 36인치 등 긴 퍼터를 주문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샤프트가 1인치 증가해도 무게는 1g 늘기 때문에 유의미한 수준은 아니다. 편안한 어드레스에서 안정된 스트로크가 나온다고 생각하는 골퍼가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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