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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우울증(Climate Depression)이라는 단어가 있다. 단순히 날씨에 따라 기분이 달라지는 증상을 일컫는 것이 아니다. 기후우울증이란 기후위기가 자신과 가족·친구·친지를 비롯해 국가와 인류에게도 위기를 가져올 것이라는 생각 아래 불안과 우울감 등을 느끼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개념이지만 외국에서는 곳곳에서 강조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6월 3일 열린 유엔환경회의 50주년을 기념하는 브리핑에서 “기후변화는 정신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고 선언했다. “빠르게 변하는 기후를 보면서 사람들은 두려움, 절망, 무력감 같은 감정을 강렬하게 경험한다”는 것이 WHO의 설명이다.

기후우울증은 ‘환경적 비애(Environ-mental Grief)’라는 단어로도 대체된다. 뉴욕타임스에서는 ‘기후 불안(Climate Anxiety)’이라고 표현했고 몇 년 전부터 외국 학자들은 ‘외상전 스트레스 장애(Pre Traumatic Stress Disorder)’라는 개념을 기후위기와 연결하는 작업을 해왔다. 기후변화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질 것이라는 무력감이 생기는 것을 관찰하는 작업이다.

실제로 재활용 재료를 활용하는 업체 ‘세븐스제너레이션’이 지난해 4월 영국의 여론조사업체 ‘원폴’에 의뢰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59%의 미국인은 기후위기가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대답했다. 이 응답률은 젊은 세대일수록 높았는데 24~39세를 아우르는 밀레니얼세대의 71%가 기후위기로 정신건강이 나빠졌다고 응답했다. 주목할 만한 부분 중 하나는 18~23세인 Z세대의 78%는 기후위기 때문에 “아이를 갖지 않겠다”고 답했다는 점이다.

즉 기후우울증은 우울감 같은 감정적인 부분만 포함하는 것이 아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 낮은 확신 때문에 생활방식과 진로까지도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같은 조사에서 85%의 밀레니얼세대는 기후위기에 적극적으로 맞서고 있다고 답했다. 일회용품을 안 쓴다거나 채식주의를 실천하는 것 등이다.

우리 사회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가 엿보인다. 데이터리서치, 엠브레인리퍼블릭 같은 여론조사기관에서 펼친 여론조사 결과들을 보면 90%의 응답자들이 기후위기 문제가 ‘심각하다’고 여기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리서치의 2019년 조사를 보면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후 현상으로 건강에 악영향을 받고 있다는 응답이 75%를 넘었다. 개인 차원에서도 기후위기의 영향을 느끼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20~30대 중에는 약한 수준의 우울감이나 비출산을 선언하는 경우도 있다. 통신회사에 다니는 36살 A씨는 “우울감을 느끼는 것은 아니지만 아이를 낳지 않기로는 결심했다”고 말했고, 대학원생 29살 B씨는 “날씨 뉴스나 기후위기 관련된 뉴스는 일부러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이유에서다.

토론토대학의 케이티 헤이즈 교수는 국제정신건강저널에 투고한 논문 ‘기후변화와 정신건강’을 통해서 기후위기로 인한 정신장애를 뚜렷하게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확실히 발생하는 일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저소득층과 소외계층을 중심으로 우울감, 무력감, 불안감 같은 감정이 일어나기 쉽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 문제를 전쟁과 같은 영향력을 끼치는 사건처럼 다뤄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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