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5일 정부는 ‘디지털 권리장전’을 발표했다. 디지털 권리장전이란 디지털 시대에 새롭게 제정돼야 할 윤리·규범을 규정한 헌장이다. 왜 지금 이런 헌장이 필요한 것일까?책 ‘포노 사피엔스’를 쓴 국내 4차 산업혁명의 권위자 최재붕 성균관대 부총장(기계공학부 교수)은 먼저 디지털 권리장전의 전문을 짚었다.“지금 인류는 디지털 기술의 무한한 가능성이 이끄는 문명사적 변혁을 마주하고 있다. 이는 인간의 삶과 사회 모습에 근본적인 변화를 유발하면서 자유와 평등, 인간의 존엄과 같은 보편적 가치를 지키기 위한 새로운 차원의 규범을 요구하
몇 년 전 처음으로 승마장에 간 적이 있다. 그때 들은 이야기는 “말 뒤쪽으로 접근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말 관리사는 “말은 예민한 동물”, “큰 소리를 내지 말 것” 같은 주의사항을 힘줘 반복했다.8월 초 찾아간 제주 서귀포시 제주곶자왈도립공원 인근 ‘곶자왈 말구조보호센터’에서는 전혀 달랐다. 낮잠에서 깨어 한데 모인 말들이 다가오더니 손과 팔에 코를 비비고 냄새를 맡았다. 처음 보는 사람인데도 스스럼없었다. 팔에 얼굴을 가져다대고 등을 슬쩍 밀어대기도 했다. 갈기를 어루만져봤다. 조심스럽게 손을 가져다대자 김남훈 대표가 환하게
교육학자 오천석 박사가 1972년 펴낸 책 은 ‘교사의 기도’로 시작한다. ‘저에게 이 세상의 하고 많은 일 가운데서 교사의 임무를 택하는 지혜를 주심에 대하여 감사합니다’로 시작하는 기도문은 ‘긍지를 느낄 수 있는 스승이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로 마무리된다.전제상 공주교육대학교 교육학과 교수는 ‘십자가를 능히 짊어지게 해달라’는 이 기도문을 소리내어 읽고 나서 매 학기 첫 수업에 임한다. 30년 동안 해온 일이다. 전 교수는 “가르치는 학생들에 대한 책임감을 다지는 한편 가깝게는 학생의 미래, 나아가서는 나라의 미래를 바꿀
국악신동, 트로트신동, 아기호랑이 등 별명 많은 11세 가수 김태연 양을 수식하는 말이 또 하나 있다.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홍보대사’다. 잼버리는 4년에 한 번 열리는 세계적인 행사다. 전 세계 150여 개 국가에서 온 청소년과 지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문화를 교류하고 우애를 다지는 야영 축제다.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개최하는 이번 잼버리는 8월 1일부터 8월 12일까지 전북 부안군 새만금 일원에서 열린다. 세계 각국에서 4만 3000여 명이 참가한다.잼버리에 참여하기 위한 조건이
2023년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에서 예고 없이 주목을 받은 사람이 있다. 연극부문 연기상을 받은 배우 하지성이다. 지난 4월 28일 인천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그의 이름이 호명되자 어느 때보다 큰 박수가 쏟아졌다. 우리나라에서 뇌병변장애인 최초로 연기상을 받은 배우가 됐기 때문이다.하지성이 무대에 올라 수상소감을 말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렸다. 휠체어를 탄 그의 입보다 마이크가 훨씬 높이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제작진이 별도로 건네준 마이크를 손에 들고 소감을 말해야 했다.수상소감은 자신을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저는
세계 최저 출산율을 반등시키기 위한 윤석열정부의 저출산 정책의 밑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3월 2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를 통해서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를 위원장인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것은 7년 만의 일이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정부의 저출산 정책을 총괄하는 역할은 김영미 부위원장이 맡고 있다. 김 부위원장은 그간 학계에서 저출산 정책과 사회인식 전반에 대한 연구를 해왔다. 저출산이라는 단어가 생겨나기 전부터
‘피렌체의 식탁’은 대중적인 매체는 아니다. 출판사 메디치미디어에서 운영하는 뉴스레터 형식의 이 온라인 매체의 독자는 주로 오피니언 리더 그룹에 속하는 사람들이다. 정치권에 몸담은 인물들, 학계·언론계 인사들은 종종 피렌체의 식탁 내용을 화두에 올린다. 김현종 메디치미디어 대표는 “맨 처음 진보 성향 오피니언 리더들 2000명에게만 읽게 하자는 목표가 있었는데 이제 1만3000명이 넘는 독자가 구독한다”고 설명했다.그 원동력은 역시 콘텐츠에 있다. 메디치미디어만이 가지고 있는 콘텐츠의 색깔이 있다. 지난 12월 13일 서울 중구 메
디컨슈머 J B 매키넌. 문학동네. 1만8500원소비가 곧 미덕인 사회다. 정치지도자들은 국민들에게 ‘사라’고 권유한다. 경제학자들은 소비하지 않으면 불황이 닥칠 것이라 경고한다. 그런데 문제는 사면서(buy) 사는(live) 것이 문제되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즉 소비가 가속화될수록 ‘기후재앙 시계’는 더 빨리 돌아간다.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쓴 책 ‘디컨슈머’는 인류가 만약 소비를 줄인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상상하면서 시작된다. 분석의 계기는 코로나19다.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의 소비가 20% 줄어들었을 때, 경제는 붕괴하
다른 모든 병원들처럼 세브란스병원의 홈페이지에도 병원장의 인사말이 실려 있다. 하종원 병원장의 인사말은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끝난다.“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격려를 부탁드리며 의료서비스 향상을 위해 좋은 의견을 보내주시면 적극적으로 반영하겠습니다.”보통의 인사말과는 사뭇 다르다. ‘환자를 위해 노력하겠다, ○○년 내에 어떠한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말 대신 불편 신고를 적극적으로 해달라는 당부의 말이 자리하고 있다.지난 12월 14일 세브란스병원에서 만난 하종원 병원장의 이야기 속에서 인사말의 숨은 맥락을 찾을 수 있었다. 실제로 하
지난 여름 대학을 졸업한 26살 서연수씨는 졸업 전 합격했던 한 회사에 입사하는 걸 포기했다.“남들은 가고 싶어 하는 곳이라 제 결정이 어리석다는 반응도 있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곳에 입사해 직장생활을 오래할 수는 없을 것 같았어요. 가부장적인 조직 문화로 유명하고, 실제로 그곳에 다니는 선배들 얘기를 들어봐도 재미있게 일할 수 있는 곳은 아니더라고요. 차라리 조금 더 취업 준비를 해서, 원하는 곳에 입사하자는 생각을 했어요.”서씨처럼 요즘 20대 청년들은 일과 직업에 대해 갖는 생각이 다른 세대와 확연히 다르다. 우선 한국직업
2022년 이후의 서울은 이전까지의 서울과 달라질 것이다. ‘도시기본계획’만 해도 2022년을 기점으로 달라졌다. 도시기본계획이란 5년마다 수립해야 하는 최상위 공간 계획이다. 2014년에 발표된 ‘2030 서울플랜’에서 만들고자 한 서울은 ‘소통과 배려가 있는 행복한 시민도시’였다. 지난 3월 이 계획은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으로 대체됐다. 서울시가 새롭게 발표한 미래상은 ‘살기 좋은 나의 서울, 세계 속에 모두의 서울’이다. 앞선 계획이 소통, 배려 같은 가치 중심적인 것이었다면 이번 계획은 삶, 경쟁력 같은 실제적인 것들
공공보건의료대학, 약칭 ‘공공의대’는 문재인 정부 때 이미 의료계 반발에 부딪혀 무산되었던 정책이다. 의료취약지역인 지방의 필수의료를 보완하겠다는 취지를 담아 추진되었던 정책으로, 대학이 학생의 수업료를 지원하는 대신 해당 지역에서 10년간 근무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11건의 각종 공공의대 신설 법안이 계류 중이다. 관련 법안이 처음 발의된 것이 2015년이니 8년째 표류 중인 셈이다.그런데 최근 이 법안들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9월 16일 전북에 다녀온 다음의 일이다.
지난 9월 28일, 전주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의 얼굴은 하루 종일 뉴스 프로그램에 비쳤다. 이날 오전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제기한 가처분 신청 일괄심문에 앞서 취재진 앞에 섰기 때문이다. 비슷한 풍경은 지난 9월 14일에도 있었고, 7월에도 있었다. 7월 12일에는 전 비대위원이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검수완박법’, 즉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 권한쟁의심판 공개 변론에도 참석해 당의 입장을 밝혔다.비대위에 이름을 올린 것도 벌써 두 번째다. 지난 8월 16일 출범했던 ‘주호영 비대위’에 합류했다가 사퇴한 것이 첫 번째고, 9
온라인 커뮤니티는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맨 처음 온라인 커뮤니티는 ‘놀이’의 영역으로만 인식되었다. 그러다 커뮤니티의 정치적 영향력에 집중하는 사람이 늘어났다. 정치적 사건이 생길 때마다 커뮤니티에 집결한 시민들이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점차 영역을 확대해 나가면서 커뮤니티는 이제 하나의 공동체가 됐다. 사회의 한 부분이 된 것이다.이를 테면 ‘맘카페’가 그렇다. 보통 기혼 여성을 중심으로 모인 맘카페는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개설되곤 한다. 대개 지역별로 만들어지는데 ‘마포에서 아이 키우기’ ‘일산 아지매 고양맘 우리
커뮤니티에서는 여론을 미리 읽을 수 있다. 주간조선이 데이터 기반 전략컨설팅 업체 아르스프락시아와 함께 대형 커뮤니티 두 곳을 분석해 본 결론이다. 주간조선과 아르스프락시아는 윤석열 대통령과, 지난 6~8월 방영되었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대상으로 커뮤니티 여론과 실제 지지율, 시청률을 비교해 봤다. 조사 대상이 된 커뮤니티는 ‘에펨코리아’와 ‘더쿠’다. 각각 20~30대 남성과 20~30대 여성이 주로 활동하는 곳이다. 커뮤니티 규모만 따지자면 에펨코리아는 한국 커뮤니티 중 두 번째로 크고, 더쿠는 월평균 방문자 수가
고물가로 대학생의 식탁 사정도 어려워지고 있다. 주요 대학 학생식당(학식)의 가격이 줄줄이 인상되면서 대학생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주간조선의 취재를 종합하면 이미 지난 학기에 서울대·연세대· 숙명여대 등이, 이달부터는 고려대·한국외대 등이 학식 가격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의 경우 지난 4월 학식 가격을 기존의 3000~6000원에서 4000~7000원으로 1000원 인상했다. 연세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학식 가격을 500원 올렸고 고려대는 지난 19일부터 1000원 인상한 6000원에 학식을 판매하고 있다. 한
대통령실은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 논란에 대해 "사적 발언을 외교적 성과로 연결하는 것은 대단히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새벽 미국 뉴욕 현지의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 발언에 대해 외교 참사라는 비판이 상당한데 대통령실 입장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이 관계자는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고 뒤따라가던 입장이었기 때문에 (발언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대통령도 무사히 행사를 잘 마치고 바로 다음 회의가 지체돼서 부리나
윤석열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짧은 만남을 가졌다.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 펀드 제7차 재정공약 회의’에 참석해 바이든 대통령과 만났다. 당초에 예정에 없던 참석이었으나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윤 대통령이 글로벌 펀드에 대한 기여를 확대하기로 했다고 밝힘에 따라 당일 초청됐다고 대통령실은 밝혔다.윤 대통령은 행사 종료 후 각국 정상들과 자유롭게 대화를 하는 바이든 대통령과 마주쳤다. 바이든 대통령 주변에 서 있다가 48초 가량 대화를 나눴다. 백악관에 따르면 두 정상은
이란에서 젊은 여성이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덕 경찰(morality police)’에 체포됐다가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후 이에 항의하는 시위가 이란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히잡을 제대로 갖춰 입지 않았던 22살 쿠르드계 이란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체포된 것은 지난 13일이었다. 그는 체포 3일 후인 지난 16일 혼수상태에 빠진 후 숨졌다. 소셜미디어에 공유된 아미니가 의식을 잃고 누워 있는 사진은 경찰이 가혹행위를 가했다고 의심하기 충분했다.아미니가 숨진 다음날, 아미니의 고향인 이란 사케즈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1일(현지시간) 윤 대통령 취임 후 처음으로 미국 뉴욕에서 양자 회담을 했다. 유엔총회 참석차 나란히 뉴욕을 찾은 계기로 성사된 정상회담이다.이번 회담은 의제를 정하지 않고 논의하는 약식회담 형식으로 진행됐다. 기시다 총리가 참석하는 미국 뉴욕 맨해튼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친구들’ 행사장에 윤 대통령이 찾아가는 방식으로 대면 회담이 성사됐다.대통령실은 현지시간으로 이날 낮 12시25분, 출입기자단 공지를 통해 한일정상회담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30여분 지난 12시56분에 윤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