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 학생회관에서 학생들이 밀키트를 고르고 있다. photo 뉴시스
지난 20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 학생회관에서 학생들이 밀키트를 고르고 있다. photo 뉴시스

고물가로 대학생의 식탁 사정도 어려워지고 있다. 주요 대학 학생식당(학식)의 가격이 줄줄이 인상되면서 대학생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주간조선의 취재를 종합하면 이미 지난 학기에 서울대·연세대· 숙명여대 등이, 이달부터는 고려대·한국외대 등이 학식 가격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의 경우 지난 4월 학식 가격을 기존의 3000~6000원에서 4000~7000원으로 1000원 인상했다. 연세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학식 가격을 500원 올렸고 고려대는 지난 19일부터 1000원 인상한 6000원에 학식을 판매하고 있다. 한국외대 역시 지난 1일 학식 가격을 올려 중·석식의 경우 식대가 500원 인상됐다.

대학들은 이렇게 학식 가격을 올리는 이유로 식재료 가격이 급격히 오른 데다 인건비도 상승했다는 점을 들었다. 최근 학식 가격을 인상한 한 대학 관계자는 “학생들의 지갑 사정을 고려해 최대한 가격 인상을 늦추려 노력했지만 불가피했다”고 주간조선에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학생들은 이제 ‘저렴한 맛’에 찾던 학식의 이점이 없어졌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고려대 사회학과에 재학 중인 20학번 A씨는 “교내 식당의 밥값이 외부 식당과 큰 차이가 없는 상황에서 굳이 학식을 찾을 필요가 적어진 것 같다”며 “차라리 김밥이나 편의점 도시락을 사 먹는 게 낫다”고 말했다. 서울대 기계공학과에 재학 중인 B씨는 “가격이 올랐지만 음식 질은 오히려 떨어졌다는 얘기가 많이 흘러 나온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대에서는 지난 20일부터 학생회관 지하 1층 식당 공간에서 식재료와 양념 등을 조리할 수 있게 준비된 밀키트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보다 저렴한 가격에 학생들이 식사를 해결할 수 있게 하겠다는 제안에서다.

학생들은 이런 방안이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전국 26개 대학 총학생회로 구성된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는 지난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학식 가격 인상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들은 “물가 인상률이 6%에 달하는 와중에 학식 가격마저 올라가면 대학생들에게 식비는 더 큰 부담이 될 것”이라며 “학식은 대학생의 식비 부담을 줄이고 영양가 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최소한의 복지”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학 재정이 악화된 상황에서 대학과 교육부, 농림축산식품부는 함께 협업하여 대학가의 식비 부담 해결을 위해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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