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푸틴 대통령의 부분 동원령에 반대하는 집회 시위에 참가한 남성이 경찰에 의해 현장에서 끌려가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예비군 30만명 가량을 징집할 것으로 예상된다. photo AP
21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푸틴 대통령의 부분 동원령에 반대하는 집회 시위에 참가한 남성이 경찰에 의해 현장에서 끌려가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예비군 30만명 가량을 징집할 것으로 예상된다. photo AP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0만 예비군 동원령’을 발표하자 러시아 전역에서 거센 반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또 해외로 빠져나가려는 젊은층의 행렬도 줄을 잇고 있다. 인근 국가로 향하는 항공편은 두배가 넘는 가격에도 매진됐고, 소셜미디어에선 '징집 피하는 법' '팔 부러뜨리는 법' 등의 검색량이 증폭했다.

로이터 통신과 BBC 등 외신에 따르면 인권단체 ‘OVD-인포’는 러시아 38개 도시에서 동원령 반대 시위가 벌어져 21일(현지시간) 저녁까지 1천311명이 넘게 체포됐다고 밝혔다. 이중 최소 502명은 수도 모스크바, 524명은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나왔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이날 국영TV를 통해 방영된 대국민 연설에서 부분적 동원령 시행을 알렸다. 국방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대학생을 제외한 18~27세 남성 중 1년간 의무 군 복무를 마친 예비역 30만명이 징집 대상이라고 밝혔다. 러시아의 전체 예비군 병력은 약 2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동원령 발표 이후 국외 탈출 러시가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모스크바에서 무비자로 갈 수 있는 튀르키예(터키) 이스탄불, 아르메니아 예레반,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아제르바이잔 바쿠 행 직항편은 매진됐다. 이스탄불행 비행기표 최저가는 8만 루블(약 184만원)에서 17만3000루블(약 398만원)로 두 배 넘게 뛰었다.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5개 유럽연합(EU) 회원국 가운데 4개국이 러시아 관광객 입국을 불허하기로 해 육로를 통해 러시아를 빠져나가는 것도 힘든 상황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군 동원령을 내린 21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 이르쿠츠크, 예카테린부르크 등 도시에서 반대 시위가 잇따랐다. photo AP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군 동원령을 내린 21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 이르쿠츠크, 예카테린부르크 등 도시에서 반대 시위가 잇따랐다. photo AP

한편, 이번 시위를 주도한 러시아 청년 민주화 운동단체인 ‘베스나(vesna)’ 등 젊은 층은 “푸틴을 위해 죽을 필요는 없다. 당신은 러시아에서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하다”며 “당국에 당신은 아무 의미도, 목적도 없는 총알받이일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수감 중인 러시아 반체제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는 “이 범죄적인 전쟁이 더욱 악화, 심화하고 있으며 푸틴이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을 끌어들이려 한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며 시민들에게 항의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특히 이번 동원령에 징집대상이 된 젊은 예비역 남성들이 대거 시위에 참여하면서 시위대 규모가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에서는 반전 단체 중심으로 시위 참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확산중이다. 이에 모스크바 검찰청은 인터넷상에서 미허가된 가두시위에 합류하라고 촉구하거나 직접 참여할 경우 최고 '15년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구글과 러시아 검색 사이트 ‘얀덱스’에는 ‘팔 부러뜨리는 법’ ‘징병 피하는 방법’ 등의 검색이 늘어난 상태다.

러시아에서 동원령이 내려진 것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구체적인 동원 대상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규모는 전체 예비군 2천500만 명 중 30만 명으로 추정된다.

시위가 격화되자 러시아 국방부는 동원 대상에 대학생과 징집병은 포함되지 않는다며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동원 대상자의 채무 상환을 유예하는 등 지원책을 내놨지만 성난 민심을 달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영국 가디언은 전쟁이 발발하기 전에도 입대를 회피하기 위한 뇌물은 성행했지만, 앞으로는 훨씬 더 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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