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BJ가 번화가에서 인터넷 개인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photo 아프리카TV 캡처
한 BJ가 번화가에서 인터넷 개인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photo 아프리카TV 캡처

손흥민(30·토트넘) 매니지먼트사가 지난 17일(현지시간) 영국에서 열린 토트넘과 레스터 시티와의 경기에서 손 선수 가족을 무단 촬영한 영상이 온라인에 공개된 것과 관련해 불편함을 드러냈다.

손흥민의 매니지먼트사 ‘손앤풋볼리미티드’는 지난 19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최근 몇몇 SNS채널 및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손흥민 선수의 가족을 촬영한 영상들을 발견했다”라며 선수와 그 가족의 초상권 피해를 언급했다. 

이어 “또한 경기장에서 (팬들이) 선수의 가족들을 기습적으로 찾아와 사진을 요구하는 등의 행위로 가족들이 불편함을 겪고 있다”며 “제2, 제3의 복제물로 선수 및 가족의 초상권 피해가 더욱 늘어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당사자의 사전 동의 없이 선수의 가족을 촬영하는 것과 그 촬영분을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있는 채널에 공개하는 행위를 당장 멈추어 달라”며 만약 지속해서 무단촬영 및 영상 업로드 행위가 발각될 경우 법적 조치도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논란이 된 유튜브 영상. photo 온라인 커뮤니티 발췌
논란이 된 유튜브 영상. photo 온라인 커뮤니티 발췌

해당 영상은 지난 17일(현지시간) 영국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잉글랜드 프로축구 1부 프리미어리그 토트넘과 레스터 시티와의 경기에서 촬영됐다. 당시 경기에서 손흥민은 후반 14분 교체 투입돼 3골을 터트려 6-2 대승을 이끌었다. 

경기 후 축구 관련 국내 유튜브 채널에는 손흥민의 부모가 관중석에서 아들을 응원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 속 손흥민의 부모는 아들의 경기를 관전하며 환호하다 눈물을 훔쳤다. 이 영상은 여러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빠르게 확산됐고, 논란이 되자 해당 영상은 유튜브에서 내려간 상태다.

손흥민 측의 호소를 계기로 온라인에서는 크게 증가하고 있는 일반인들의 초상권 피해 문제가 다시 언급되고 있다. 스마트폰의 보급과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영상을 쉽게 촬영할 수 있지만, 그만큼 나도 모르는 사이에 타인의 얼굴이 촬영되는 등 사생활 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초상권이란 자기의 초상(얼굴 등)이 허가 없이 촬영되거나 공표되지 않을 권리다. 초상권 침해는 영상이나 사진 등을 촬영하면서 당사자의 동의 없이 몰래 촬영하고 이를 공유하는 행위다. 

photo MBN 보도화면 캡처
photo MBN 보도화면 캡처

특히 야외 방송에 대한 피해 및 부작용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유튜브나 아프리카TV 등 개인방송이 인기를 끌면서 BJ들이 서울의 ‘핫 플레이스’인 번화가를 찾아 ‘야방’(야외방송)과 ‘야킹’(길거리에서 여성 게스트를 섭외하는 방송)을 하다가 문제가 생기는 경우다. 이런 콘텐츠는 BJ가 강남역과 이태원 등 번화가에서 유동 인구가 많은 시간대에 지나가는 여성들을 섭외해 대화를 나누는 방식이다. 

문제는 원치 않는 사람들도 영상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이다. BJ가 인파가 붐비는 시간대에 자주 출몰하다 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 영상에 찍힐 수 있으며, 섭외를 위해 카메라를 짧은 시간 동안 들이밀어도 생방송으로 얼굴이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올 여름 건대입구역에서 ‘야방’의 피해를 봤다는 20대 A씨는 아직도 그날의 기억이 끔찍하다고 말한다. 당시 A씨는 모임을 위해 8시 경 건대입구역 먹자골목을 지나고 있었다. 이 때 실시간 방송을 하는 BJ가 말을 말을 걸며 섭외를 요청했고, A씨는 재빨리 얼굴을 가리고 거절 의사를 내비쳤다. 하지만 짧은 순간 A씨의 실루엣은 적나라하게 노출됐고, 시청자들은 실시간으로 A씨의 외모를 품평했다. 

A씨는 “부끄러움이 많아서 SNS도 안 하고 사진도 자주 찍지 않는다”며 “불특정 다수한테 나의 모습을 생중계해서 화가 난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BJ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당시에는 당황해서 얼버무리며 자리를 떴는데 생각할수록 억울하다”며 “신고하려고 했지만 빗겨가듯이 나온 5~6초짜리 영상으로 무엇을 할 수 있나 싶어서 포기했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왼쪽부터 강용석 변호사와 김세의 대표. photo 유튜브 가로세로연구소 캡처
왼쪽부터 강용석 변호사와 김세의 대표. photo 유튜브 가로세로연구소 캡처

유튜브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 역시 지난 4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 조민씨를 무작정 찾아가 얼굴을 노출하고 인터뷰를 시도해 비난을 받기도 했다. 

당시 김세의 대표와 강용석 변호사는 유튜브 영상 촬영을 위해 조씨가 근무하는 병원을 직접 찾아갔다. 김 표와 강 변호사는 엘리베이터에서 조씨를 발견해 직원식당까지 쫓아가 말을 건네며 인터뷰를 시도했다. 조씨는 촬영을 거부했고, 이들은 내부 직원에게 제지를 당해 밖으로 나왔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조씨의 얼굴은 카메라에 노출되었고, 캡처되어 인터넷에 퍼졌다.

이처럼 일반인들이 초상권을 침해받아 억울함을 호소하는 경우는 적지 않다. 수많은 콘텐츠가 쏟아지는 가운데 자신의 얼굴이 어딘가에 게시되어 있는지를 찾아내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며, 실시간 방송일 경우 녹화된 증거가 없기 때문에 증명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심지어 국내에선 초상권 침해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도 없는 실정이다. 다만 민사소송을 통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는 있다. 다만 실제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더라도 손해배상 금액은 소액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초상권 침해 대응 과정이 복잡하고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기 때문에 피해자들이 섣불리 나서길 꺼린다고 설명했다. 이에 현실적으로는 직접적인 삭제 요청이 방법이 될 수 있다며 영상이 무단으로 찍혔을 경우 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라 보상을 받을 수 있으니 전문가와 상담해볼 것을 추천했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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