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서울 여의도 현대카드 사옥에서 열린 ‘잡페어’에서 인턴십 참가자들이 현업 담당자에게 직무와 부서 분위기 등에 대해 질문하고 설명을 듣고 있다. photo 현대카드
지난 7월 서울 여의도 현대카드 사옥에서 열린 ‘잡페어’에서 인턴십 참가자들이 현업 담당자에게 직무와 부서 분위기 등에 대해 질문하고 설명을 듣고 있다. photo 현대카드

지난 여름 대학을 졸업한 26살 서연수씨는 졸업 전 합격했던 한 회사에 입사하는 걸 포기했다.

“남들은 가고 싶어 하는 곳이라 제 결정이 어리석다는 반응도 있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곳에 입사해 직장생활을 오래할 수는 없을 것 같았어요. 가부장적인 조직 문화로 유명하고, 실제로 그곳에 다니는 선배들 얘기를 들어봐도 재미있게 일할 수 있는 곳은 아니더라고요. 차라리 조금 더 취업 준비를 해서, 원하는 곳에 입사하자는 생각을 했어요.”

서씨처럼 요즘 20대 청년들은 일과 직업에 대해 갖는 생각이 다른 세대와 확연히 다르다. 우선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발표한 ‘2022 한국인의 직업의식 및 직업윤리’ 조사 결과를 보면 20대가 삶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일이 아니다. 조사에 따르면 20대 직장인은 일보다 가족, 그보다 여가생활을 더 중시한다. ‘워라밸’, 워크 앤 라이프 밸런스라는 신조어가 탄생한 배경이다.

이런 조사 결과는 종종 20대 청년들이 일을 경시할 것 같다는 선입견을 낳곤 한다. 그런데 여러 연구를 보면 20대 청년들에게 일은 꽤 중요하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에서 지난 11월 ‘Z세대의 직장생활과 성장의 의미’라는 주제로 조사해보니 Z세대 직장인, 즉 20대 직장인이 직장을 통해 추구하는 가치 중에서 물질적 행복은 비교적 적은 비중을 차지했다. 오히려 다른 세대에 비해 지적 성장을 추구하는 경향이 높았다.

실제로 부기철 조선대 링크플러스사업단 교수는 연구를 통해 대졸자 청년들이 직업에 만족하는 정도가 어떤 요인에 따라 달라지는지 연구해봤다. 그러면서 청년들이 적성이나 흥미, 직업적 역량 같은 것을 더 중시할수록 직업 만족도가 높아진다는 결론을 내렸다. 부 교수는 “대졸자 청년이 만족스러운 직장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역량을 기르고 적성과 흥미를 개발해야 한다는 결론”이라며 “청년들은 단순히 소득이 높은지만 따지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통계청의 사회조사를 보더라도 직업을 선택하는 요인으로 적성이나 흥미가 크게 작용하는 것을 알 수 있다. 30대의 13.9%만이 직업을 선택할 때 적성이나 흥미를 고려하지만, 20대는 20%가 그랬다. 대신 수입은 적은 영향을 미쳤다. 직업의 안정성에도 다른 세대에 비해 적은 관심을 보였다.

최근 들어 공무원 시험 경쟁률이 떨어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올해 국가공무원 7급 공개경쟁 채용시험의 평균 경쟁률은 42.7 대 1로, 지난해 47.8 대 1에 비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추세는 2018년부터 계속되어온 것이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청년 세대의 경우 직장을 선택할 때 안정성보다 성장을 선호하고 자신의 능력을 잘 발휘할 수 있는 곳을 선택한다”고 이유를 밝혔다. 단순히 안정적이라는 이유로 공무원이 되길 원하거나 공기업에 입사하는 청년은 줄어들었다는 얘기다.

이런 변화에 맞춰 각 기업에서는 20대 청년이 취업하고 싶어 하는 기업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이를 테면 지난 10월 4년 만에 신입사원 공개모집을 시작한 현대카드는 직원들이 일하는 방식에 자율성을 주는 편이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는 고정적으로 근무하되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는 ‘플렉스 타임’ 제도를 2017년부터 도입했다. 이보다 3년 전인 2014년에는 점심식사를 원하는 시간에 할 수 있는 ‘플렉스 런치’ 제도도 도입해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직원 각자의 업무 스타일과 필요에 맞게 근무 방식도 조정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단지 시간만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근무지도 선택할 수 있다. 현대카드에서는 지난 5월부터 금융권 최초로 ‘상시 재택근무’ 제도를 도입했다. 부서별, 상황별로 서로 다른 재택근무율을 정해두고 직원이 원하는 날짜에 자유롭게 재택근무를 선택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예를 들어 직원들끼리 협업하는 일이 잦고 대면업무를 봐야 하는 일이 많은 부서는 ‘온사이트’ 그룹으로 분류해 월 근무일수 20일의 최대 20%에는 원하는 곳에서 근무를 할 수 있다. 서울 강남역 인근에 거점 오피스도 마련돼 있기 때문에 이날에는 반드시 회사에 출근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유연하고 역동적인 업무방식 필요 

이렇게 유연한 근무방식은 직장인의 만족도를 확실히 높인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조사해보니 유연근로제를 시행하는 직장 근로자 10명 중 7명은 이 제도에 만족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유연근로제를 잘 활용하고 있다는 응답도 86.2%에 달했다. 이에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유연근무제를 활용하는 근로자들 대부분이 업무 생산성과 일과 삶의 균형이 향상되는 효과를 느끼고 있는 만큼 관련 법제도를 적극적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20대 직장인이 직장에서 얻고자 하는 것이 지적 성장에 있다는 점 역시 기업들이 주목하는 바다. 현대카드는 ‘커리어마켓’을 운영한다. 자유로운 경력개발 시스템인 커리어마켓은 직원 스스로 원하는 부서와 직무를 찾아 이동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각 부서에서 필요한 능력과 경력을 가진 직원을 구한다는 ‘잡포스팅’을 올리면 관심 있는 직원이 지원하고 해당 부서장이 인터뷰를 통해 채용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올해 채용하는 신입사원 부서 배치에도 같은 원리를 적용할 계획이다. 부서를 소개하는 ‘잡셀링’이 진행되고 사내 ‘잡페어’를 통해 신입사원과 부서가 합을 맞추어 함께 일할지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다만 20대 직장인의 만족도를 높이는 일은 기업문화를 재정비하고 업무 방식을 조정하는 데 있지 않다. 20대 직장인의 스트레스 수준은 다른 세대에 비해서도 높은 편이다. 컨설팅 업체 딜로이트가 최근 발표한 ‘2022 글로벌 밀레니얼 & Z세대 서베이’에 따르면 자주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20대는 46%로 30대 38%에 비해 높았다. 특히 업무량이 많아 번아웃을 느낀다는 20대는 46%였는데, 직장에서 이를 편하게 털어놓을 수 없다는 응답도 38%에 달했다.

그래서 현대카드에서는 ‘마인드플러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전문적인 심리상담과 치료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인데 비대면 상담도 가능하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건강한 마음은 직원들의 일과 삶의 질과 수준을 높이는 데 필수적인 요인이라는 점을 고려해 선제적으로 마련한 제도인데 2030 직원들의 큰 호응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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