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첫 여성 총리 등극이 유력한 조르자 멜로니(45) '이탈리아 형제당' 대표. photo 뉴시스
이탈리아 첫 여성 총리 등극이 유력한 조르자 멜로니(45) '이탈리아 형제당' 대표. photo 뉴시스

지금 유럽에서는 여성지도자 바람이 거세다. 영국에 이어 이탈리아도 여성 총리 시대가 열린다.

이탈리아 공영방송 '라이' 등은 9월 25일(현지시각) 치러진 이탈리아 총선에서 극우 ‘이탈리아의 형제당(Fdl)’이 주축이 된 우파연합이 승리했다는 출구조사가 나왔다고 전했다. 출구조사대로라면 조르자 멜로니(45) '이탈리아 형제당' 대표는 이탈리아 총리 자리에 오르게 된다. 이탈리아 최초의 여성 총리가 탄생하는 셈이다.

첫 여성 총리라는 것 외에도 베니토 무솔리니 이후 첫 극우 지도자를 이탈리아는 맞게 된다. '이탈리아의 형제당'은 무솔리니의 파시즘 세력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래서 이 당을 이끄는 멜로니는 '여자 무솔리니' '유럽에서 가장 위험한 여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멜로니는 1977년 로마 노동자계급 지역인 가르바텔라에서 태어났다. 이곳은 원래 전통적으로 좌파 지지가 강한 곳이지만 여기에서 나고 자란 멜로니는 15살 때 네오파시스트 성향의 정치단체인 이탈리아사회운동(MSI)에 가입하면서 정치에 입문했다. MSI는 무솔리니 지지자들이 만든 단체인데 이후 해체됐지만 2012년 MSI를 계승한다는 FdI의 창당 멤버가 멜로니다.

멜로니의 이탈리아, 유럽연합의 약한 고리 될 수도

극우 성향의 지도자가 등장하는 일은 이제 유럽에서 낯선 일이 아니다. 하지만 멜로니의 부상을 유럽은 특히 주의깊게 보고 있다. 시기가 묘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그에 따른 에너지 위기 등 유럽이 해결해야 할 문제에서 이탈리아가 이질적인 존재가 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멜로니는 친(親)러시아적 색채를 갖고 있는 정치인이다. 다만 이번 선거에서는 우크라이나 문제와 관련해 다른 유럽 국가들의 정책을 지지한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멜로니의 파트너들은 생각이 다르다. 

연정을 합의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오래된 친구다. 각종 부패와 추문으로 물의를 빚었던 이 전직 총리는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강제 합병한 뒤 그곳을 방문해 사실상 정치적 지지 의사를 표하기도 했다.

또 다른 연정 파트너인 마테오 살비니 동맹(Lega) 대표는 이탈리아의 대표적 친(親)푸틴 인사다. 과거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는 푸틴의 얼굴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은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고 "러시아에 오면 유럽연합(EU) 내 국가에 있을 때보다 훨씬 편하다"는 어록을 남기기도 했다. 2019년에는 "지구상에 현존하는 최고의 정치인"으로 푸틴을 꼽은 사람이다.

이탈리아에 지금처럼 푸틴을 친근하게 보는 정부가 들어선다는 게 유럽연합은 부담이다. 그 어느 때보다 단결을 강조하고 있는 유럽연합에서 이탈리아가 약한 고리가 될 수 있어서다.

가디언은 "당장 유럽연합이 논의 중인 8차 대(對)러시아 제재부터 이탈리아의 지지가 불분명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대(對)러 제재 문제를 해결하더라도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전쟁이 길어지고 에너지난 문제가 심각해질수록 유럽연합 회원국 간에도 이견이 생길 수 있는데 이탈리아가 그런 분열의 축이 될까 우려하는 시선이 적지 않다.

독일 사민당의 라르스 클링바일 공동대표는 최근 멜로니가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와 같은 ‘반민주적 인사’들과 교류해온 것을 지적하며 "멜로니가 이끄는 이탈리아 정부가 등장하는 건 유럽연합 회원국 간 협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우려를 증명하듯 선거를 코앞에 둔 지난 9월 22일, 주이탈리아 러시아대사관은 트위터를 통해 푸틴과 이탈리아 정치인들이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등장하는 인물은 살비니 동맹 대표,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 등 멜로니의 연정 파트너들이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