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TV BJ 배지터가 시민들과 함께 사고 현장에 있는 사람들을 끌어 올리고 있다. photo 유튜브 화면 캡처
아프리카TV BJ 배지터가 시민들과 함께 사고 현장에 있는 사람들을 끌어 올리고 있다. photo 유튜브 화면 캡처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당일, 소방대원과 경찰관은 물론 일반 시민들도 너나 할 것 없이 구조작업에 뛰어들었다. 이른바 '얼굴 없는 의인들'로 아비규환 상황에서도 심폐소생술(CPR)을 진행하고 부상자를 이송하는 등 필사적인 구조 활동으로 생명을 살린 미담들이 화제가 되고 있다. 

31일 참사 당일 도움을 받았던 사연을 공개한 A씨는 “이태원에서 부상당한 딸을 이송해야 하는데 BMW를 탄 젊은 커플이 태워다줬다”고 설명했다. 이들 남녀는 다급해 보이는 부녀에게 먼저 이동을 제안했고, 여의도성모병원 응급실로 이동했다. 

하지만 당시 사고로 인한 사상자들이 많아 응급실은 포화 상태였다. 그러자 이 커플은 부녀가 사는 곳을 물어본 뒤 분당차병원 응급실까지 다시 태워줬다. 또 병원 응급실에 도착해서도 휠체어를 가져와 옮겨 태우는 등 도움을 주기도 했다. A씨는 서너 시간 동안 도움을 준 이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시하고자 약소한 돈이라도 주려 했지만, 한사코 받지 않고 돌아갔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아프리카TV BJ로 활동하는 ‘배지터’ 역시 지난달 29일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사람들을 끌어 올리는 구조작업을 벌여 약 5~6명의 시민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모습은 배지터 생방송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졌다. 당시 촬영된 영상을 보면 배지터 역시 인파 틈에 끼어 압사 위기에 처해있다가 구조됐는데, 이 과정에서 배지터가 난간 위로 올라갈 수 있도록 지탱해준 청자켓을 입은 남성의 모습이 영상에 비춰지면서 온라인상에 ‘청자켓 의인’이란 말이 나오기도 했다. 청자켓 의인은 이날 1시간 30분가량 지인을 CPR을 했던 것으로도 알려졌다.

피부과 의사 소피아 아키야트(Sophia Akhiyat, 31). photo 위스콘신 의과대학 홈페이지 발췌
피부과 의사 소피아 아키야트(Sophia Akhiyat, 31). photo 위스콘신 의과대학 홈페이지 발췌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도 구조를 도왔다. 참사 당시 한국에 휴가온 미국인 의사 소피아 아키야트(31)씨는 환자를 옮기고, CPR를 실시하는 등 구조 작업에 동참해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30일(현지시간) 보도하기도 했다. 일반 의학을 전공한 피부과 의사인 아키야트씨는 현장으로 가서 쓰러진 한 남성의 맥박을 체크하고 CPR를 시행하며 현장 구조 활동을 진행했다.

사고 당시 시민들에게 술집 직원들이 입장료를 받지 않고 문을 열어 주며 대피시켰다는 경험담도 공유됐다. 한 시민은 “사람이 너무 많아서 오도 가도 못 했는데, 상황이 점점 심각해지자 한 클럽에선 입장 팔찌가 없는 사람들도 그냥 들여보내 줬다”며 “나 역시 친구랑 같이 사람들 물 마시게 도와주고, 손을 잡아 주면서 버틸 수 있을 거라고 말해 줬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다양한 의인들의 사연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왜 눈물이 나냐" "인류애가 샘솟는다" "세상은 아직 따뜻하구나" "정말 복 받으실 거다"라며 덕담을 이어갔다.

SNS에서 공유되는 있는 사고 당일 CPR을 위해 자원해 달려나가는 시민들. photo 인스타그램 캡처
SNS에서 공유되는 있는 사고 당일 CPR을 위해 자원해 달려나가는 시민들. photo 인스타그램 캡처

한편, 이번 참사로 시민들의 ‘안전’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은 CPR 훈련을 시키는 한편,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휴대전화에 의료정보와 긴급연락처를 추가하고 있다. SNS에는 ‘자동심장충격기(AED) 사용법’과 ‘CPR 시행 순서와 방법’을 알려주는 게시물이 속속 공유되는 상황이다.

한국소비자원은 관계자는 "학생 응급처치 교육 규정을 명확히 하고 교육 내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실습 위주의 주기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며 "응급처치 의무교육 대상자 외에 자격증 취득과 연계하거나 지역사회에 기반한 시민 대상의 응급처치 교육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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