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11월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수정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11월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수정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정부는 최근 내년도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69%로 정했다.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공시가격이 시세를 반영하는 정도를 말한다. 올해의 공동주택 현실화율이 71%이므로 2020년 수준으로 낮춘 것이다. 정부가 서둘러 공시가 현실화율을 낮춘 이유는 무엇인가. 종부세 등 세금 부담이 커진 납세자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지금 종부세가 주목을 끄는 이유는 작년 대비 올해 주택분 종부세를 내야 하는 대상자와 세액이 폭증한 탓이다. 올해 종부세를 납부해야 하는 대상자는 120만명으로 작년보다 27만명 증가했다. 5년 전 수치(33만명)의 3.6배이다. 세액의 증가율은 인원 증가율보다 더 높다. 올해 종부세액은 4조원으로 5년 전(4000억원)의 10배나 된다. 종부세 대상자와 세액이 폭증한 것은 종부세 부과 기준인 공시가격과 종부세율, 공정시장가액비율(과세표준을 구하기 위해 공시가격에 곱하는 비율)을 동시에 올린 탓이다. 이 때문에 집값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지만 종부세는 작년보다 급등했다. 집값이 고점을 찍은 작년을 기준점으로 공시가격이 계산된 것이다.

 

2020년 수준으로 돌아가는 공시가

납세자들의 불만은 하늘을 찌르는데 종부세율의 급등을 주도했던 더불어민주당은 종부세 완화를 부자감세라며 반대한다. 야당의 지적은 맞는다. 종합부동산세를 내는 사람은 재산세만을 내는 사람보다는 부자이다. 문제는 야당의 사고가 단순해 종부세 부과가 일으키는 파급 효과를 모른다는 점이다. 어쩌면 부작용을 알면서도 지지층 이탈을 막기 위해 억지를 부리는 듯도 하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그러하듯이 종부세 시행의 피해는 서민들에게 돌아간다. 종합부동산세가 늘어나면 집주인들은 세금이 늘어난 만큼 월세나 전세금을 올려 세입자에게 떠넘기기 때문이다. 실제로 “보유세가 1% 늘면 세금 증가분의 30%가 임차인의 전세보증금 인상으로 전가되고 월세 보증금 인상에 전가되는 비율은 47%로 더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송헌재 서울시립대 교수의 ‘보유세 전가에 관한 실증연구’) 공급이 수요보다 항상 부족한 서울에서 세금의 세입자 전가는 당연한 수순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런 사실을 뻔히 알고 있음에도 종부세가 부동산 가격 폭등을 억제하고 지역 균형발전 효과가 있다고 선전해 왔다.

종부세 논란의 핵심인 공시지가는 각종 조세와 부담금의 산정기준으로 활용된다. 공시지가가 세금 부과에 적용되는 세목은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상속세, 취득세, 등록면허세이고 부담금으로는 개발부담금, 농지전용부담금 등이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공시지가는 보유재산 가치를 증가시켜 건강보험료나 기초수급 여부 등 의료·복지 분야에 영향을 미친다. 근로소득이 전혀 없는 은퇴자의 건강보험료가 인상되는 이유 역시 공시지가가 오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공시지가를 제대로 매겨 종부세를 합리적으로 산정하고 있는가. 결론을 먼저 말하면 ‘아니올시다’이다.

한국지방세연구원 김보영 박사는 종부세 부과에 큰 영향을 미치는 공시지가 산정의 문제점을 파헤쳤다. 그가 2021년 발표한 논문(‘개별주택가격과 개별공시지가 산정 시 토지특성 불일치 개선방안’)은 감사원의 2020년 감사 보고서(‘부동산 가격공시제도 운용실태’)를 토대로 작성하였기에 신뢰도가 매우 높다. 김 박사 보고서를 요약하면 2020년 현재 각종 조세와 부담금, 건강보험료 등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공시가격 산정은 허술하고 정교하지 못하다. 감사원의 지적에 따라 공시지가 산정은 2021년에는 다소 개선되었으나 아직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김 박사는 평가했다.

감사원이 공시지가 산정 감사를 하게 된 것은 문재인 정부 시절 공시지가와 관련한 민원이 다수 발생했기 때문이었다. 그 배경에는 지난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2035년까지 목표치인 90%에 도달하도록 하겠다는 계획이 있었다. 결국 세금을 올려 집값을 잡겠다는 지난 정부의 잘못된 판단이 공시가 혼란과 종부세 급등을 일으킨 원인인 것이다.

개별주택가가 개별공시지가보다 낮기도

김 박사는 논문에서 개별주택가격(토지+건축물)이 동일 부지의 개별공시지가(토지)보다 낮은 ‘역전현상’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개별주택가격은 토지와 건축물을 합한 가격이기 때문에 토지가격인 개별공시지가보다 높은 것이 일반적인데 공시지가가 주택가격보다 비싼 역전현상은 전국적으로 30%나 됐다.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그 이유는 주택에 딸린 토지(‘부속 토지’)에 대한 개별공시지가와 개별주택가격을 지자체의 지적부서와 세무부서가 각각 담당하고 있어서 토지특성의 불일치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민간의 시각에서 볼 때 이처럼 어처구니없는 일이 어떻게 벌어졌는가를 이해하려면 개별공시지가 제도의 역사를 되짚어보아야 한다. 

개별공시지가제도는 1989년 도입됐다. 당시 정부는 전국적으로 표준지를 추출하여 표준지 가격을 산정했고 기초 지자체의 지적부서는 정부가 정한 표준지 가격을 기준으로 개별지를 산정한 뒤 공시했다. 이후 노무현 정부는 2005년 개별주택가격 공시제도를 도입했다. 개별주택가격 공시제도는 개별공시지가제도와 같은 방식으로 중앙정부는 표준주택을, 기초 지자체의 세무부서는 개별주택의 가격을 산정했다. 즉 개별주택가격은 지자체에서 산정한 개별주택 산정가격에 국토부가 정한 공시비율을 곱해 가격을 공시한 것이다.(2005년 주택공시업무를 도입할 때부터 관계기관 회의에서 공시비율을 80%로 적용.) 요약하면 개별공시지가는 개별공시지가시스템에서 표준지와의 관계로 결정되고, 개별주택가격은 개별주택가격시스템에서 표준주택과의 관계로 결정되어 서로 다른 시스템으로 운영되었던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 토지와 주택가격의 산정 기관이 제각각인 셈이다. 산정기관이 서로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지방자치단체는 부동산공시법에 따라 개별공시지가 및 개별주택가격을 결정·공시하기 때문이다.

지적부서와 세무부서가 제각각 산정

제각각인 것은 산정 주체만이 아니다. 산정 기간도 엇갈려서 개별공시지가 조사 일정이 개별주택가격 조사 일정보다 한 달가량 늦다. 개별주택가격은 4월 말에 산정이 끝나는 반면 개별공시지가 산정은 5월 말에 끝나 개별주택가격을 산정할 때 공시지가의 토지특성을 사용할 수 없다. 2021년 3월 원희룡 당시 제주도지사가 “불공정한 주택 공시가격을 동결하고 전면 재조사해야 한다”고 한 주장이 보고서에 남아 있는 것만 보아도 정부의 공시가격 산정 과정은 엉터리투성이였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주택가격과 지가 산정 부서의 상호 검증도 없다. 개별공시지가와 개별주택가격의 토지특성을 서로 비교·확인하는 절차가 없어서 토지특성의 일치 여부를 확인하지 않아 불일치가 발생하는 것이다. 감사원은 토지특성의 불일치가 발생하는 원인으로 토지와 주택의 가격 산정에 대한 개념이 서로 다르고 산정 절차의 부정합, 산정주체와 검증주체의 복잡성 등을 지적했다.

감사원이 지적한 내용은 혀를 내두르게 한다. 감사원은 토지의 고저, 형상, 도로접면 등 세 가지 토지특성이 일치하는지 여부를 확인했는데 하나 이상 불일치하는 경우가 144만여건(37%)으로 나타났다. 이 중에서 토지특성 불일치로 인해 동일 토지에 대한 개별공시지가와 개별주택가격의 가격배율 격차가 10% 이상 초과하는 경우는 144만여건 중 30만여건(20.9%)이나 됐다. 오차가 심한 이유는 개별주택가격의 토지특성 항목 중 고저(지형지세), 형상(지형지세), 도로접면을 파악할 때 조사자의 주관이 개입되어 판단이 어렵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공시가격 산정 과정 및 절차상 오류는 해묵은 과제이다. 감사원은 지금까지 서로 다른 시스템에서 다른 가격으로 인정하고 가격을 산정하는 불일치를 정부가 용인해왔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2005년 주택가격 공시제도를 도입한 뒤 발생한 토지특성의 불일치를 인지했지만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어서 해결하지 못했다고 한다. 2020년 1월에는 토지특성이 다르게 입력되면 경고문구가 표시되도록 하는 등 가격산정시스템을 개선했지만 입력이 불가능한 경우가 발생해 관련 조치를 유보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토지특성의 불일치가 발생하는 이유

민간 기업이었다면 결코 일어날 수 없는 가격 산정의 오류가 공공분야에서는 어떻게 일어날 수 있었을까? 그 해답은 공시가격 산정 업무를 담당했거나 관여한 것으로 보이는 한 공무원이 발표한 논문에서 찾을 수 있다. “부동산 공시제도의 형평성 문제는 평가 주체나 과세당국이 공시지가의 형평성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공시지가 자체의 변동률에 더 관심을 가지기 때문에 발생한다”는 것이다.(‘공시지가의 형평성에 관한 연구’)

감사원의 감사 및 지적에 따라 2021년 개별공시지가 조사 일정은 종전보다 개선되어 그 간격이 1개월에서 1주일로 단축됐다. 그러나 김보영 박사는 지가 산정 주체가 이원화되어 있는 현실에서는 기준을 정비해도 판단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차라리 지적부서에서 지가를 산정해 검증한 사항을 주택가격 산정부서가 공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공시가격 산정 제도는 사회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정치권은 2005년 주택가격 공시제도를 도입한 뒤 나타난 토지특성의 불일치를 용인하거나 묵인했다. 2014년 이후 집값이 우상향을 거듭해서 공시가격이 집값을 역전하는 현상이 없었고 민원이 그다지 많지 않아서일까.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종합부동산세와 관련해 “현 정부는 최소한 2020년 이전으로 세금 등 국민 부담을 정상화하겠다”고 했다. 정부가 정상화하려는 것이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낮추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 문제의 근원인 공시가 산정 제도의 모순을 완전히 없애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공시가격 산정주체들이 소통을 강화해 토지특성 일치 정도, 산정 일정 조율, 토지특성 항목 정비와 산정체계의 문제점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여당은 공시지가 상승을 통한 보유세 인상이 사회 양극화를 해결하고 부의 재분배를 실현할 수 있다는 야권의 잘못된 주장에 대해서도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세금 등의 수요 억제 정책으로는 집값을 결코 잡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야당이 뼛속 깊이 깨닫게 할 책무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정부의 잘못된 부동산 정책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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