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1년 두바이 에어쇼에 전시된 중국의 초음속 고등훈련기 L-15. photo 뉴시스
지난 2021년 두바이 에어쇼에 전시된 중국의 초음속 고등훈련기 L-15. photo 뉴시스

아랍에미리트(UAE)가 자국 고등훈련기로 중국산 L-15을 채택하기로 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 '형제국'이라고 불렀던 UAE한테 물을 먹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의 국영 항공기 제작사인 중국항공공업(AVIC)은 지난 22일, 자국산 초음속 고등훈련기인 L-15을 UAE에 수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L-15는 4, 5세대 전투기 조종훈련을 위한 쌍발 엔진의 초음속 고등훈련기로 공중전 및 지상공격이 가능해 유사시 경공격기로도 활용할 수 있다.

세계 시장에서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미국 록히드마틴의 기술지원을 받아 제작한 국산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와 경쟁하는 기종으로 그동안 UAE 수출을 놓고 경합을 벌여왔다. 다만 AVIC 측은 UAE 계약사실을 밝히면서, 총 몇대를 납품하기로 했는지 여부와 구체적인 계약금액은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중국 측은 총 12대의 L-15을 UAE 측에 납품하기로 하고 36대를 추가로 구매할 수 있는 옵션으로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진다. 

'K-방산'의 대표 상품 중 하나인 T-50의 UAE 수출이 좌절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당초 UAE는 자국 고등훈련기로 국산 초음속 고등훈련기인 T-50와 이탈리아의 알레니아 아에르마키가 제작한 M-346을 놓고 고심하다가 지난 2009년 M-346을 채택하기로 하고 이탈리아 업체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바 있다. 당시 KAI는 약 4년간 공을 들여 UAE로 첫 수출을 준비해 왔는데, 계약이 무산되면서 비상경영에 돌입한 바 있다. 하지만 이탈리아와 UAE는 기술이전 등에서 이견을 보이다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듬해인 지난 2010년 협상이 결렬된 바 있다. 

이에 KAI는 재차 UAE로 T-50 재수출 가능성을 타진해 왔다. 지난해 3월에는 방한한 UAE의 국방특임장관이 경남 사천의 KAI 본사를 찾기도 했다. 하지만 UAE가 중국산 초음속 고등훈련기 L-15을 채택하기로 하면서 또다시 물을 먹게 됐다. 이 같은 결과에는 UAE가 당초 자국 고등훈련기로 낙점했던 이탈리아의 M-346과 중국산 L-15이 러시아의 야코블레프가 제작한 야크(Yak)-130을 원형으로 한다는 점이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계약 체결로 중국은 잠비아에 L-15을 수출한데 이어 두번째 자국 초음속 고등훈련기 수출실적을 쌓아 올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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