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년 전 버몬트 주에서 살해 당한 피해자 리타 커런. photo 벌링턴 폴리스 트위터 캡처
52년 전 버몬트 주에서 살해 당한 피해자 리타 커런. photo 미국 벌링턴 경찰국 트위터 캡처

미국 경찰이 몇 십년이 지난 미제 살인 사건의 범인을 DNA로 잡아내 주목을 받고 있다.

22일(현지시간) AP통신은 미국 버몬트주 벌링턴 경찰이 1971년 7월 벌어진 살인 사건의 범인을 찾았다고 보도했다. 현장에서 채취한 담배꽁초에서 발견한 DNA를 분석해 용의자 신원을 확인했다.

사건의 피해자는 당시 24살 교사 리타 커런이다. 피해자는 자택에서 목이 졸려 숨진 채 발견됐다. 격렬하게 저항하다 숨진 모습이었다.

룸메이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현장에서 증거만 수집했을 뿐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했다. 

경찰은 사건을 종결하지 않고 2014년과 2019년, 발전된 DNA 기술을 활용해 다시 이 사건을 들여다봤다. 그 결과, 사건 현장의 시신 옆 담배꽁초에서 발견된 사람의 DNA를 찾아냈다. 

용의자는 피해자의 아파트 윗집 남성 윌리엄 드루스(사건 당시 31세)였다. 드루스는 피해자가 주검으로 발견되기 전날 밤 아내와 다툰 뒤에 머리를 식힌다며 산책하러 나갔다가 범행을 저질렀다.

드루스는 범행 후 태국으로 건너가 승려 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30여년 전 미국에 귀국한 뒤 1986년 샌프란시스코의 한 호텔에서 약물 과다 복용으로 숨졌다.
 

미국서 최초로 피해자와 범인 모두 DNA로 찾은 사건

미국에서 DNA 추적 기법을 활용해 미제 살인사건의 피해자와 범인 모두 신원을 확인한 첫 사례는 뺑소니 사건이다. 34년 전인 1988년 12월 조지아주 데이드 카운티의 한 고속도로변에서 신원 미상 시신이 발견됐다.

 조지아주 데이드 카운티의 한 고속도로변 뺑소니 살인 사건의 범인인 트럭 운전사이자 스턴트맨 헨리 패트릭 와이즈. photo 미국 조지아 수사국
조지아주 데이드 카운티의 한 고속도로변 뺑소니 살인 사건의 범인인 트럭 운전사이자 스턴트맨 헨리 패트릭 와이즈. photo 미국 조지아 수사국

당시 시신이 너무 심하게 부패되어 있어 피해자가 여성이고 뺑소니 교통사고로 숨졌을 것이라는 정도만 파악됐다. 그의 유해는 33년 동안 미확인 상태였다. 

2022년 3월 조지아주 경찰과 FBI는 합동 수사를 진행했다. 피해자는 1989년 실종 신고된 스테이시 린 차호르스키(사망 당시 19세)로 밝혀졌다. FBI는 시신의 DNA와 차호르스키 가족의 DNA를 비교해 그의 신원을 파악했다. 

FBI는 이 사건 가해자도 DNA로 밝혀냈다. 범인은 트럭 운전사이자 스턴트맨으로도 활동한 헨리 패트릭 와이즈다. 1988년, 차호르스키가 살해당한 당시 그의 나이는 34세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1999년 자동차사고로 숨졌다. 와이즈는 플로리다, 조지아,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절도, 폭행, 경찰관 공무집행 방해 등 범죄 전력이 있었다.
 

30여 년 전 '고속도로변 호텔 직원 연쇄 살인 사건' 범인 잡아

1980년대 말 미국 전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연쇄 살인사건 범인 일명 'I-65 킬러'도 DNA 분석 기법으로 찾아냈다. 2013년에 68세 나이로 사망한 남성 해리 에드워드 그린웰로 확인됐다.

그린웰은 1987년부터 1990년 사이 인디애나주와 켄터키주의 65번 주간 고속도로(I-65)변 호텔에서 최소 4명의 여성 프론트 직원을 성폭행하고 이 가운데 3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해리 에드워드 그린웰과 그가 살해한 피해자 (위쪽부터) 비키 히스, 진 길버트, 페기 길. photo 미국 인디아나 주 경찰
해리 에드워드 그린웰과 그가 살해한 피해자 (위쪽부터) 비키 히스, 진 길버트, 페기 길. photo 미국 인디아나 주 경찰

인디애나 주 경찰은 2022년 4월 5일 기자회견에서 "30여년간 미제로 남아있던 이 사건을 최근 해결했다"며 "1987년 살해된 비키 히스(41)와 1989년 숨진 페기 길(24), 진 길버트(34)의 강간·살해범이 그린웰일 확률은 99.9999%"라고 강조했다.

피해자 히스는 1987년 2월 21일 켄터키주 엘리자베스타운의 수퍼8 모텔에서 야간 근무를 하던 중 머리에 총상을 입고 숨진 채로 발견됐다. 길과 길버트는 1989년 3월 3일, 인디애나주 메릴빌과 레밍턴의 데이스인 모텔에서 각각 야간 근무를 하다 살해당했다.

그린웰의 사망 당시, 부고에는 '가정적이고 솔직하며 남을 돕기 좋아하는 선량한 농부'로 묘사돼 있었다고 지역언론은 전했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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