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쏟아져나오는 총선 격전지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의힘의 총선 전망은 밝지 않습니다. 잘 알다시피 총선은 254개 지역구 하나하나의 승패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전국 단일 지역구에서 한판 승부로 치러지는 대선과는 성격이 판이합니다. 그런데 전체 승패를 좌우할 격전지라는 곳의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이 안심할 수 있는 곳은 거의 찾아보기 힘듭니다. 특히 최대 승부처인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판세가 어렵습니다.

국민의힘 지지자 입장에서는 ‘어쩌다 이렇게 됐느냐’는 탄식이 나올 법하지만 사실 시간을 조금만 되돌려 보면 지금의 판세는 충분히 예상된 결과일 수 있습니다. 여당 대표 사퇴 파동을 겪은 것이 총선 불과 4개월 전입니다. 이후 들어선 비대위도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나버렸습니다. 다행히 한동훈 비대위원장이라는 깜짝 카드가 분위기 반전을 가져왔지만 대통령 지지율은 살아나지 않고 있고 ‘정부 심판론’은 여전히 드셉니다. 민주당 공천 파동이 거셀 때 국민의힘 일각에서 제기된 장밋빛 총선 전망은 그야말로 착시였다는 얘깁니다. 안그래도 어려운 판세에 최근에 터져나온 이른바 ‘용산발’ 악재들은 여당 지지자들의 고개를 젓게 만듭니다. 표심에 악영향을 줄 것이 뻔한 악재들이 걸러지지 않고 민심을 때리고 있습니다. 선거에 지려고 작정했느냐는 말이 저절로 나올 정도입니다. 이 와중에도 여권의 악성 권력다툼은 그치질 않습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얼마 전 열린 공천자대회에서 “이번에 지면 윤석열 정부는 집권하고 뜻 한번 펼쳐보지 못하고 끝나게 될 것” “죽어도 서서 죽겠다”며 이례적인 비장감을 내보였습니다. 이 말대로 앞으로 한 위원장과 국민의힘 앞에는 엄혹한 숫자의 심판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기적 같은 승리가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지만 지더라도 참패와 석패, 분패는 다 다릅니다. 민주당에 단독 과반을 허용하느냐 마느냐도 중요한 기준입니다. 야권 일각의 호언대로 범야권이 대통령 탄핵선을 확보할 경우 여권의 앞날은 잿빛입니다. 요즘 기세가 올랐는지 이재명 대표는 길거리 유세에서 “박근혜 정권의 서슬 퍼런 권력조차도 우리가 힘을 합쳐 촛불 하나 들고 끌어 내리지 않았냐”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힘 패륜 정권을 심판 못 할 리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그의 호언이 실현되기를 바라는 유권자들도 있겠지만 그럴 경우 우리 정치는 거센 소모전의 격랑에 또다시 빠져들 겁니다.

마감날 여야 후보 등록이 시작됐습니다. 어쩌면 본격적인 선거전은 이제부터일 겁니다. 역대 선거에서는 돌발적인 막판 변수라는 것이 항상 있어왔습니다. 특히 예상치 못했던 막말 파동이 막바지 판세에 영향을 준 사례도 적지 않았습니다. 21대 총선에서는 세월호 관련 막말 파동으로 당시 미래통합당 선대위에서 “30석이 날아갔다”는 한탄이 터져나온 바 있습니다. 또 17대 총선 때는 “60대 이상 70대는 투표하지 않아도 괜찮아요”라는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의 발언이 노인 폄하 논란을 일으키면서 막판 판세를 흔들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 심각한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는 의대 증원 사태가 언제 어떻게 마무리되느냐도 이번 총선의 막판 변수로 꼽습니다. 무엇보다 우리 유권자들은 오만함을 기가 막히게 포착해 심판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을 총선 레이스를 뛰는 선수들은 명심해야 할 듯합니다. 독자님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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