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공영운 더불어민주당 후보, 한정민 국민의힘 후보,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photo 뉴시스
(왼쪽부터) 공영운 더불어민주당 후보, 한정민 국민의힘 후보,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photo 뉴시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대결에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반도체 벨트’를 내세우며 뛰어들었다. “서울 어느 지역보다도 여기서 누가 될지를 다들 궁금해 하더라”는 한 동탄 주민의 말처럼 3파전이 된 화성을에 세간의 관심이 뜨겁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에선 각각 공영운(59) 전 현대자동차 사장과 한정민(39) 삼성전자 DS부문 연구원을 전략공천했다. 화성에 기아자동차 화성공장·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를 비롯해 삼성전자 화성캠퍼스가 있는 것을 고려한 공천으로 보인다. 

공교롭게도 기업 간 대결 구도를 비집고 들어가 가장 먼저 회사를 방문해 반도체에 힘을 싣겠다고 강조한 건 이준석 대표다. 지난 3월 12일 삼성전자 화성캠퍼스를 찾은 이 대표는 홍보관을 둘러본 뒤 박승희 삼성전자 CR담당 사장 등 임원진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행사에는 과거 삼성전자 임원으로 근무했던 양향자 개혁신당 원내대표와 반도체 벨트 공동전선 구축을 목표로 경기 화성정에 출마하는 이원욱 의원이 동행했다.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관계자에 따르면 협력사 포함 약 3만명이 화성캠퍼스에서 일하고 있다고 한다. 반월동(화성정)에 있는 삼성전자 화성캠퍼스에선 동탄2신도시(화성을)까지 셔틀버스를 운행한다. 지난 3월 18일 만난 한정민 국민의힘 후보는 “출근 시간대에 광역버스 정류장에서 명함을 드릴 때가 많은데 삼성전자 화성캠퍼스로 출근하는 줄이 훨씬 길었다”며 “삼성전자 평택캠퍼스·기흥캠퍼스도 있어서 동탄에 거주하는 삼성전자 직원이 굉장히 많이 있다고 느꼈다”고 했다. 

한 후보는 “삼성전자 화성캠퍼스는 동탄2신도시 인근에 있지만 현대차 연구소와 기아 화성공장은 여기서 40~50㎞가량 떨어져 있다”며 “현대차가 잘된다고 해서 동탄이 좋아질 건 많지 않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 지역에서는 자동차 산업보다 반도체 산업이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크다. 화성시의 지난해 세수가 2022년에 비해 3000억원이 줄어들었는데 이는 반도체 산업이 어려웠던 시기와 맞물린다. 임직원들이 원래 연봉의 50%까지 받는 성과급이 지난해에는 0%였다. 반도체 산업이 잘돼야 우리 지역경제도 좋아진다.” 

실제 동탄2신도시에서 약 40㎞ 떨어진 곳에 있는 화성의 현대·기아자동차 연구소와 공장에서는 총 2만6000명 정도가 근무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주간조선에 “현대차 남양연구소에는 약 1만4000명, 기아 화성공장에는 1만2000명 정도가 근무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영운 민주당 후보는 “제가 사는 아파트 단지에서 동대표 2명이 남양연구소 연구원이더라”고 말했다. 공 후보는 최근 과천에서 동탄2신도시의 한 아파트로 이사 왔다. 

 

3만명 VS 2만6000명 

공 후보는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대립 관계로 볼 필요는 없다”며 “이제는 경쟁이 아닌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혹은 자동차 하나만 가지고는 안 된다. 삼성전자는 현재 메모리 반도체에 집중하고 있지만 AI 반도체나 시스템 반도체 시장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보다 5배 이상 크다. 삼성전자가 자율주행차에 탑재되는 고성능 반도체를 개발하면 더 넓은 분야에 진출하는 것이다. 세계 시장에서 우리나라가 자동차와 반도체 두 분야의 강자가 되면 화성에는 일자리가 계속 생긴다.” 

공 후보는 삼성전자 출신인 한 후보보다 이준석 대표 쪽을 좀 더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이 대표가 국민의힘에서 당 대표를 지내기도 했으며 전국적 인지도를 갖췄기 때문이다. 공 후보는 “이준석 대표가 출마한다고 하니까 지역구에 대한 관심이 확 높아졌다”며 “이준석 대표 덕분에 내 인지도도 많이 올라갔다고 느낀다. 홍보비를 대신 줘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했다. 

이준석 대표의 지지율보다 자신의 지지율이 2배가량 앞선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공 후보 측은 한숨 돌린 모양새다. 지난 3월 18일 발표된 화성을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 첫 여론조사에서 1위는 공영운 민주당 후보가 차지했다. 인천일보·경인방송이 여론조사업체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3월 15~16일 화성을 유권자 5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공 후보가 지지율 46.2%를 기록했으며 이 대표가 23.1%, 한 후보가 20.1%였다. 이어서 공개된 코리아리서치가 MBC 의뢰로 지난 3월 15~16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500명이 조사에 응한 가운데 공 후보가 44%로 앞섰다. 이 대표는 23%, 한 후보는 18%로 뒤를 이었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하지만 공 후보의 40%대 지지율은 ‘민주당 소속’이기에 나온 결과로 보인다. 지난 3월 19일 동탄4동 카림 상가를 돌며 선거 유세를 하던 공 후보가 과일가게로 다가가자 50대 주민이 “이쪽 출신이 아니시잖아”라며 “지난주에 전용기 후보가 왔었는데”라고 했다. 공 후보가 전용기 후보는 화성정 지역구에 출마한다고 설명하자 이 주민은 “꼭 찍어드릴 테니 걱정 마시죠”라고 답했다. 지난 선거 때도 계속 민주당을 뽑았다는 그는 주간조선에 “(공 후보를) 뽑는 이유가 따로 있겠느냐”며 “다 아는 사실대로 민주당이니까”라고 말했다. 두 아이의 엄마인 40대 주민도 “저번 선거에서 민주당을 뽑았다”며 “공영운 후보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이번에도 웬만하면 민주당 후보를 뽑으려 한다”고 밝혔다.

 

공고한 민주당 지지세… 분산되는 보수표 

화성을은 2012년부터 당시 민주당 소속이었던 이원욱 의원이 내리 3선을 한 ‘민주당 우세 지역’이다. 실제 주간조선이 지난 3월 18일 동탄에서 만난 주민들은 모두 ‘여기는 민주당 텃밭’이라는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민주당 표가 공고한 상황에서 보수표가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으로 갈라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지난 선거를 살펴보면 국민의힘도 30% 정도의 고정표가 있었는데 이번 여론조사에서 한 후보가 20%를 받는 걸 보니 이준석 대표에게 10%가 간 것 같다”며 “(이 대표의) 나머지 13%도 민주당이 아닌 중도층에서 끌어온 듯하다”고 말했다. 

실제 일부 보수 성향 유권자를 비롯해 중도·무당층의 표심은 이준석 대표를 향해 있었다. 동탄 주민 이모(39)씨는 “정치에는 관심이 없다”면서도 “이준석 대표가 동탄을 잘 이슈화하는 것 같다”며 이 대표에게 마음이 기운 상태라고 했다. 삼성전자 소속 직원들도 무조건적으로 한 후보를 지지하지는 않는 모양새였다. 동탄에 거주하는 한 40대 직원은 “이준석 대표는 국민의힘 당 대표까지 하지 않았느냐”며 “국회에서 영향력이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반면 한 30대 직원은 “민주당 강세 지역이라 지난 총선 때도 1번(민주당)을 뽑았지만 같은 회사 직원으로서 한정민 후보가 직장인의 고충을 잘 알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다른 30대 직원은 “동탄 사람들은 집값 때문에 이슈화되는 걸 좋아한다”며 “(이미 이슈화됐기 때문에) 동탄 사람들은 ‘아무나 이겨라’ 하는 마음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주간조선에 “이준석 대표가 없었다면 보수표가 국민의힘 후보에게 몰렸을 텐데 지금은 보수표를 나눠 가져가고 있다”며 “화성을에서 이 대표가 당선될 가능성은 30%, 공영운 민주당 후보가 될 가능성은 70%”라고 내다봤다. 이 평론가는 특히 “화성을 지역구를 비롯해 수도권에 개혁신당 출신이 출마를 많이 했다”며 “이들이 박빙 지역에서 2~3%만 가져가도 국민의힘에 타격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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