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진 성남시장 photo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신상진 성남시장 photo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수천억원대 부당이익이 단군 이래 최대 부패범죄자인 김만배 등 민간업자의 수중에 남도록 면죄부를 줬다.”

검찰이 이른바 ‘대장동 일당’들에 대한 항소를 포기한 직후 주간조선과 만난 신상진 성남시장은 격앙된 어조로 이렇게 성토했다. 앞서 1심 재판에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택지개발 당시 이재명 대통령 등 옛 성남시 수뇌부가 민간업자들과 결탁해 성남시와 산하 공기업인 성남도시개발공사에 4895억원에 달하는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던 검찰이 지난 11월 7일 자정 가까운 시각에 항소를 기습 철회하면서다. 항소 마감시한을 불과 7분 앞두고서였다.  

이로써 재판 결과를 토대로 성남도시개발공사가 개발이익 포기로 입은 5000억원 가까운 피해금액을 환수하려 했던 성남시의 계획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검찰의 항소포기로 성남시가 입은 손해액 인정범위가 터무니없이 축소될 우려가 현실화하면서다.

1심 재판부는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유동규(전 경기관광공사 사장), 대장동 개발시행사인 화천대유 회장 김만배(전 머니투데이 부국장), 천화동인 4호 대표 남욱 변호사 등 이른바 ‘대장동 일당’들에게 징역 4~8년의 유죄를 선고하면서도, 7886억원(검찰 추산)의 천문학적 개발이익을 얻은 것으로 추정되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등에게 고작 473억원의 추징만 선고한 상태다.

이 밖에 ‘대장동 핵심설계자’로 불리는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천화동인 5호 대표) 등에게는 각각 징역 4년과 5년의 징역형만 선고했을 뿐, 별도의 추징형은 선고하지 않았다. 자연히 검찰의 항소포기 이후 “김만배는 좋겠다. 몇 년만 살고 나오면 재벌되어 있을 테니”(진중권 평론가)와 같은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찰청 차장) 등 검찰 수뇌부를 향한 비아냥도 쇄도하고 있다.

이와 관련 2022년부터 성남시를 이끌고 있는 국민의힘 소속 신상진 성남시장은 “성남시는 검찰이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 1심 판결에 대해 항소를 포기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과 분노를 표한다”며 “검찰이 수천억원에 달하는 성남시민의 재산상 손해를 확정지을 기회인 항소를 돌연 포기했다”고 성토했다.

이어 신 시장은 “성남시는 검찰의 항소포기로 인해 시민의 재산피해 회복에 중대한 걸림돌이 생겼다고 판단하고 성남시민의 세금을 지키기 위해 단호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며 “현재 진행 중인 유동규, 김만배, 남욱 등 관련자들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민사소송을 통해 검찰이 기소한 4895억원의 배임손해액을 포함하여 소송가액을 확대하는 등 시민의 모든 피해를 끝까지 환수하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하며 강력 대응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이 같은 방침에 따라 성남시는 검찰이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몰수보전해 둔 2070억원에 대한 가압류를 추진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항소포기 결정 관련자들을 고발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옛 성남시 수뇌부인 이재명 대통령을 겨냥해서는 “검찰의 항소포기 결정이 직권을 남용하여 이루어진 것인지, 이 과정에 법무부와 대통령실이 부당하게 개입하여 외압을 행사한 사실은 없는지 명명백백하게 밝혀 사법정의가 바로 설 수 있도록 모든 후속 조처를 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밝혔다. 

이어 지난 10·15 부동산 대책으로 주택노후도가 심해 재개발·재건축이 시급한 성남의 구도심인 중원구와 수정구를 1기 신도시인 분당구와 한데 묶어 ‘토지거래허가구역’ 등 3중 규제를 부과한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대한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서울대 의대를 나온 의사 출신으로 성남 원도심에서 ‘성남의원’을 운영하면서 대한의사협회 초대 직선제 회장을 지낸 신상진 시장은 성남 원도심 중원구에서 4선(選) 국회의원을 지낸 성남의 터줏대감이기도 하다. 다음은 지난 11월 10일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성남시청에서 만난 신상진 성남시장과의 일문일답.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지난 10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지난 10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 검찰의 항소포기로 피해액 환수에 빨간불이 켜졌다. “당초 판결을 보고 본안 소송을 크게 하려고 계획했는데, 검찰이 항소를 포기해 버렸다.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성남시 고문변호사 등과 함께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할 생각이다. 성남시에서 손해배상 청구를 하되 얼마를 할지, 어떻게 할지는 자문변호사들 의견을 구해야 한다. 일단 검찰이 대장동 일당들로부터 몰수보전해 둔 2070억원에 대한 가압류를 추진하고, 검찰의 항소포기와 관련해 정성호 법무부 장관, 이진수 법무부 차관,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 박철우 대검 반부패부장 등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할 방침이다.”

- 피해액을 환수하면 어디 쓸 계획이었나. “성남시민 전체에 입힌 손해다. 그것을 받아낼 수만 있다면 도시에 잘 쓸 수 있다. 당시 대장동 개발하면서 시가 많은 부분을 부담했지만, 여전히 미비한 부분이 많다. 구체적으로 어디에 쓸지는 내부 검토를 해봐야겠지만, 시민들의 여러 요구사항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다만 나중에 벌어질 일이라 우선 소송에서 이기고 봐야 한다.”

- 성남시의 강경대응에 더불어민주당 소속 성남시의원들은 반대하지 않나. “성남시의회에 국민의힘이 2명 더 많다. 만약 시의회 소속 민주당 시의원들이 이런 걸 가지고 반발한다면 성남시민이라고 할 수 없지 않나. 정치적으로만 대응한다면 성남시민들로부터 지탄받을 것이다.”

- 10·15 부동산 대책에 성남시민들 반응은. “성남시 전체가 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 토지거래허가구역 등 이른바 ‘3중 규제’에 묶였다. 아직 자신들의 생활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이 미치는지 실제 체감하지 못하고 있지만, 점차 문제를 느끼고 불만이 확산될 것이다. 일단 분당구는 약 9만8700여 가구를 재건축해야 하는 상황이다. 구도심인 중원구와 수정구도 여러 곳에서 재개발, 재건축 사업추진이 되고 있다. 한데 투기과열지구에서는 조합원 지위 양도 등이 안 된다. 그런 집을 누가 사겠냐. 매매가 끊어질 수밖에 없다.”

- 구체적으로 어떤 재산상 피해가 예상되나. “가령 재건축 조합설립 인가가 나면 어떤 경우는 10년 이상 걸리기도 한다. 매매가 안 되면 10년 동안 이사가기가 힘들어진다. 10년 동안이면 부득이하게 집을 팔아야 하거나 이사가야 할 일이 꽤 많이 생긴다. 이는 개인 재산권에 대한 막대한 침해다. 재개발 지역에서도 관리처분이 되면 이제 매매할 수가 없다. 도대체 이런 것을 정부가 생각을 하고 부동산 대책을 내놨는지 궁금하다. 만약 주민들이 이런 사정을 알게 되면 굉장히 많은 문제가 생길 것이다. 집 한 채 있는 서민들이 집을 못 팔게 하면 도대체 어쩌란 말인가. 정책 입안자들이 탁상행정을 한 것이다. 아니면 성남시민들을 ‘졸(卒)’로 봤거나.”

- 성남시 전체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였는데, 어떤 변화가 생기나. “토지거래허가구역이 되면 주택을 매입하려는 사람이 매입계획을 세우고, 자금출처 등을 증빙해서 구청에 사전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래야 집을 살 수 있다. 사실 지금도 집을 구매하면 국세청 등에서 자금출처 등을 사후조사한다. 하지만 아마도 국세청 인력이 부족해지니까 이 같은 부담을 지자체에 떠넘긴 것 같다. 중앙에서 이런 일을 하면 욕을 먹을 것 아닌가. 그래서 일부러 지자체에서 욕을 먹도록 한 것 같다. 참 야비하고, 부적절하고, 현실에도 안 맞는 제도다.”

- 인허가권자로서 시장 권한은 더 강해지겠다. “그런 도장을 뭐하러 찍나. 완전히 사회주의, 공산주의 제도다. 중국보다 더한 제도로, 아마 전 세계에서 이런 제도가 없을 것이다. 집 살 때 미리 계획하고 사전허가를 받아서 사라고? 이게 말이 되느냐.”

- 토허구역 지정 전에 성남시랑 사전협의는 없었나. “원래 경기도랑 하기로 되어 있는데, 성남시에는 일언반구도 없었다. 경기도는 하루 만에 성남시랑 협의 없이 추인해줘버렸다.”

- 경기도 내 토허구역 12개 지역 중 성남 구시가인 중원구·수정구는 정작 규제기준에 미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남 구도심인 중원구에 1900가구가량의 은행주공아파트가 있다. 거기는 조합설립인가가 된 지 10년 정도 됐는데, 그 사이 주민비대위가 생기고, 시공사도 중간에 바뀌었다. 하지만 재건축을 한다는데도 집값이 전혀 오르질 않는다. 사실 토허구역으로 지정할 이유가 없는 곳들이다. 나도 은행주공 28평형에 살았는데, 15년 전 3억9000만원가량에 샀는데 지금은 7억원 정도다. 재건축과 관계없이 다른 지역 집값 오르는 것만큼도 안 된다.”

신상진 성남시장 photo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신상진 성남시장 photo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 지금도 성남 구도심 은행주공 28평형에 살고 있나. “집사람이 작년에 폐암 수술을 해서 기존 주택을 월세 주고 주변 아파트에 전세로 이사를 갔다. 마지막에 15년간 살았던 은행주공은 구형 아파트라서 주방에 창문조차 없다. 요리하면 연기를 다 들이마셔야 한다. 지하주차장도 없다. 이중주차를 해서 새벽에 전화가 오면 나가서 차를 빼줘야 한다. 전화벨을 진동으로 해서 전화를 못 받으면 새벽에 문을 두들긴다. 성남시장도 그렇게 하고 살았다.”

- 구시가지 세입자들도 재개발·재건축을 원하나. “분당구는 임대가 적고 자가가 많다. 하지만 중원구·수정구 등 구시가지는 세입자가 전체의 85%가량이다. 4층 다가구 주택의 경우 주인이 4층에 살고, 그 아래 세 개 층에 반지하까지 여러 명이 세들어 사는 형태다. 주택 공급을 많이 해도 시원치 않을 판이다. 세입자들 가운데는 재개발을 원치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세입자들도 성남 구도심 같은 곳에는 살기 힘들다는 사람이 많다. 세입자들 사이에서도 재개발에 반대한다는 목소리가 별로 안 나온다. 조용히 재개발되는 곳이 성남이다.”

- 주택노후도는 성남시의 역사적 연원과도 관련 있나. “성남 구시가지인 중원구·수정구는 서울 청계천 철거민들을 이주시켜 조성한 곳이다. 1988년 노태우 정부 때 용적률을 왕창 올려서 슬레이트지붕 판자촌을 3~4층 다세대·다가구 주택으로 조성했다. 옆집하고 건물 간격이 30~50㎝에 불과하다. 내가 병원 할 때 간호사가 결혼해서 집들이차 신혼부부 집을 방문했다. 한데 옆집하고 창문이 바로 붙어서 다 보이고, 소리까지 다 들린다고 창문을 모두 막아뒀더라. 또 자동차는 급격히 늘어났는데, 집들 사이에 차 한 대가 들어갈 수 없는 공간도 많다. 주거환경이 열악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 성남 출신으로 성남시장까지 지낸 이재명 대통령은 이 같은 사정을 모르나. “잘 모르겠다. 화장실 가기 전과 다녀온 후에 마음이 바뀐다고들 하지 않나. 옛날에 가난했던 정치인들 가운데 옛날 생각 하면서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정책을 펴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어떤 정치인들은 서민 코스프레만 하지 실제로는 다 잊어버리고 돈만 밝히는 사람들도 많다. 누가 그렇다는 얘기는 하지 않겠다.”

- 규제기준 미달인데도 토허구역으로 묶인 서울 노도강(노원, 도봉, 강북) 등지서는 법적 대응에 나선다는데. “시에 끼친 악영향, 시민재산권 침해 등에 대해 법률 검토를 해서 대응해나갈 계획이다.”

- 국토부는 구리·화성(동탄) 등지로 토허구역 추가 확대도 검토 중이다. “집값을 잡으려면 공급을 많이 늘려야 한다. 사실 국토부에서 지난해 연말에 올해 1월 3일까지 신규 주택공급 부지를 제안해 달라고 요청이 왔다. 시간도 1주일밖에 안 줬는데, 부랴부랴 개발제한구역을 포함한 대체부지 5곳을 찾아 국토부에 제안했다. 한참 있다가 국토부로부터 답이 왔는데 ‘2029년까지 입주가 불가능하다’며 5곳 모두 불허했다. 2029년이면 어떻고, 2030년에 주택이 들어서서 그때 입주하면 무슨 큰 차이가 있느냐. 도대체 2029년이라고 못박을 이유가 뭐가 있느냐. 연도를 못박는 것은 주택공급을 늘리는 것과도 배치된다.”

- 내년 6월 지방선거 때 성남시장에 재도전할 계획인가. “내가 1984년 당시 20대 때 성남에 들어왔다. 분당이 생기기 훨씬 전의 일이다. 비록 서울 토박이지만 성남은 나의 제2의 고향이다. 하지만 성남이 ‘대장동 비리’ 등등 해서 마치 부패와 비리의 온상처럼 낙인찍혔다. 국민들한테 계속 심려를 끼치고 있다. 나로서는 굉장히 마음이 아프다. 성남이라는 도시를 명실상부 살기 좋은 도시, 첨단산업이 어우러진 도시, 대한민국에서 제일가는 도시로 만드는 데 굉장한 보람을 느끼고 있다. 4년 임기 동안 그걸 다 완성하지 못해 아쉬움이 크다. 또 전임 성남시 집행부에서 있었던 비리 등도 정리해야 할 책무가 있다.”

- 대장동 사건 말고 다른 사건도 있었나. “사실 성남에 대장동도 있고 문제가 굉장히 많다. 청계산 자락 수정구 고등동에 대왕저수지라고 있다. 폐저수지인데 전임 성남시 집행부에서 이곳을 공원으로 만들겠다며 이 저수지를 1183억원에 한국농어촌공사로부터 매입했다. 한데 매입시기가 전임 은수미 시장이 퇴임하기 석 달 전인 2022년 3월 말이다. 임기를 불과 석 달 남겨두고 불출마 선언까지 한 마당에 농어촌공사와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과 중도금 등 거의 500억원 가까운 돈을 농어촌공사에 줘버렸다. 그다음부터 1년에 16억원씩 농어촌공사에 주고 있다. 돌이킬 수가 없게 됐다.”

- 공원 만들기에 부적합한 곳인가. “담당 공무원한테 ‘여기다 왜 큰돈을 들여서 공원을 만들려 하냐’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공원을 만들어 달라는 민원이 있었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 인근에 음식점 등 ‘36가구’가 있다는 것이다. 공사비까지 하면 1500억원 사업이다. 또 하나 문제도 있다. 보통 저수지와 같은 토지 매입 때는 가까운 곳의 유사한 토지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 한데 성남시 감사관실에서 조사를 해보니 저수지에서 200m 떨어진 전답이 아닌 무려 1.7㎞ 떨어진 수정구 금토동 공공주택지구 인근 토지가를 기준으로 했던 것이다. 비싸게 주고 토지를 매입한 것이다. 평가금액이 330억원이나 차이가 나는데 부당이득 반환청구 소송을 진행 중이다.”

- 성남시 때문에 전 국민이 부동산 박사가 되겠다. “성남시에는 수사권이 없다. 내부감사를 해봤자 문제점만 발견할 뿐이다. 물론 서류는 멀쩡하게 되어 있겠지. 판교구청 예정부지 엔씨소프트 매각, 분당구 정자동 더블트리 바이 힐튼호텔 건 등 도대체 말이 안 되는 일들이 너무 많다. 한데 검찰도 문제가 1년 넘도록 별다른 조사를 안 하고 감감무소식이다. 윤석열 정부도 사실 할 말이 없는 셈이다. 답답한 일들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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