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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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석(65)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대표를 만난 것은 지난 11월 11일 오전이었다. 박 대표는 인터뷰를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역사 안에서 하자고 했다.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폐지’를 관철하려 1842일 동안 농성한 자리다. 통근하는 시민들이 오가는 길목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으려니 등 뒤에서 인사가 들려왔다. 활동지원사와 함께 휠체어를 탄 박 대표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고 있었다. 

박 대표가 지금껏 해왔던 주장은 워낙 선명하다. 박 대표의 단체 ‘전장연’이 견지해온 투쟁 방식은 더 선명하다. 그들의 시위 방식에 대한 여론은 우호적이지 않다. 이제 그들이 시위하면 지하철이 무정차 통과를 한다. 박 대표도 자신들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여론을 안다. 그는 집회, 문화제 등 다양한 방식의 시위를 해왔지만 변한 게 없었다고 했다. 그들이 손가락질을 받음에도 극단적 투쟁에 나선 이유다. 

- 여기까지 어떻게 왔나. “장애인콜택시를 불러서 왔다. 부르고 나서 30~40분 정도 기다렸다. 장애인콜택시는 2001년에 지하철 4호선 오이도역에서 장애인이 리프트에서 떨어져 사망한 이후 우리가 요구한 것 중 하나다. 지하철 전 역사 엘리베이터, 저상버스, 그리고 ‘특별교통수단’이라 불리는 콜택시. 전국적으로 5000대 넘게 있는데, 문제가 많다.” 

- 배차가 적어서 문제인가. “한 번 부르면 몇 시간이고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많다. 운전원이 차량 1대당 1명이 채 안 되기 때문이다. 차량 1대가 하루 8시간 운행도 못 한다. 우리는 차 1대당 2.5명을 확보해 하루 16시간 이상 운행해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기사의 인건비 예산을 보장하라는 것이다. 국토교통부 주무부처는 그 필요성을 인정하지만 기획재정부는 인정하지 않고 있다.” 

- 예산안 정국인데, 투쟁도 빈번해지겠다. “이미 잘하고 있다. 기재부 앞에서 농성도 하고 장관도 쫓아다니고. 출근길에 지하철도 타고.” 

- 지하철과 관련한 투쟁의 역사가 긴 것 같은데. 언제부터인가. “오이도역 리프트 추락 참사가 2001년 1월 22일에 있었다. 이후 2월 6일로 기억하는데, 이때는 지하철 1호선 서울역 선로에 내려갔다. 참사에 대해 사과하고 모든 지하철 역사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해달라고.” 

- 논란의 중심인 출근길 시위는. “세계 장애인의 날인 2021년 12월 3일이 계기다. 예산 반영을 요구하러 국회에서 하룻밤을 잔 뒤, 공덕동에 있는 홍남기 당시 기재부 장관을 찾아가려고 출근길에 나와 부딪혔던 게 첫 번째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였다.” 

- 시위 방식을 가지고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와 공개 토론도 했다. 이 대표는 서울 지하철의 승강기 설치율은 90%가 넘는데, 시위 명분이 약한 것 아니냐고 했다. “원래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승강기를 2004년까지 100% 설치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2021년이나 되어서야 95%에 이르렀으니 얼마나 늦은 것인가. 지금도 100%가 되지 않았다. 지켜지지 않은 약속에 대해 누구도 책임 있게 사과한 서울시장이 없다. 그러는 동안 지하철 리프트에서 떨어져 사망한 장애인은 숱하게 나왔다. ‘살인 기계’인 리프트를 철거하고 엘리베이터를 설치하자고 지속적으로 주장했는데 이를 방치했다는 거다. ‘95%까지 해줬다’란 것은 자랑이 아니다.” 

- 이준석 대표에 대한 생각은. “이런 배경은 고려하지 않고 자기 기준으로 해석하고 갈라치기했다. 혐오 정치라고 우리가 이야기했는데 ‘내가 무슨 (혐오적) 말을 했느냐’고 하더라. 혐오적인 표현을 하지 않았더라도 집권여당의 대표가 본질을 왜곡하고 공격한 것이다.” 

- 국민 여론이 당신과 전장연의 투쟁 방식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보나. “현장에서 부딪히는 사람들의 불편을 알고 있다. 그러나 ‘받아들인다’의 의미는 무엇인가. 우리가 이런 방식으로만 싸우는 게 아니다. 문화제도 하고 노래도 하고 연극도 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가 장애인을 평등한 시민으로서 인정해왔나. 그렇다면 (지하철 시위 말고) 다른 방식의 접근이 유효했을 것이다. 권리 보장에 대한 예산을 이야기하면 ‘세금을 축낸다’는 식인데, 한국 사회가 우리와의 본질적인 관계를 수용하고 있는가, 같은 시민으로 생각하고 있나 오히려 묻고 싶다.” 

- 다음 지하철 선전전은 언제인가. “우리가 11월 18일 화요일, ‘66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를 한다는 걸 알려달라.” 

- 무엇을 요구할 건가. “민주당이 여당이 됐으니 우리의 요구를 풀어야 한다. 장애인들이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기 위한 예산을 보장해달라는 것이다. 1400억원 가까이 증액해야 하는데, 구체적으로는 특별교통수단의 인건비 보장이다. 한 사람 인건비가 평균 4000만원 정도인데 50%만 국가에서 부담하면 나머지는 지자체에서 부담하자는 것이다. 저상버스 도입 요구도 있다.” 

- 날짜를 고르는 기준이 뭔가.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 맞춘 시위다. 예산결산위원회가 11월 17일에 시작하니까.” 

- 장소를 고르는 기준은. “11월 18일 광화문에서 하는 것은 국회(5호선 여의도역)로 가기 위함이다. 혜화역에서 주로 하던 이유는 1999년 혜화역에서 리프트 추락 사고가 있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용산으로 집무실을 이전했으니, 지하철을 타고 (대통령실 근처) 삼각지역으로 가려던 것도 있고.” 

- 시민이 불편을 느끼는 것은 사실이다. 시위 방식을 바꿀 생각은 없나. “언제든지 바꿀 수 있고 이미 다른 것도 많이 한다. 서명운동, 문화제, 토론회, 공청회… 수많은 걸 한다. 아이디어가 있으면 얘기해 주면 된다. 왜 지하철은 안 되느냐?” 

- 전장연이 요구하는 것은 이동권뿐 아니라 ‘탈시설’도 있다. 이동권 보장에 이견은 없겠지만 탈시설은 공론화가 필요한 문젠데. “동의한다. 그런데 우리가 공론화 시도를 안 했느냐를 생각해보라. 전장연의 활동 가운데 가장 많은 부분은 시설을 벗어나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기 위한 과정이었다. 이동, 교육, 일자리 등 장애인들이 (비장애인처럼)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요구를 25년간 해왔다.” 

- 탈시설이 중증 장애인들에게 최선인가. “평생 집단 속에서 먹는 것이든 밥 시간이든 외출이든 통제되는 삶을 비장애인이라면 선택할 건가? 탈시설은 전장연이 제기하는 게 아니다. UN장애인권리위원회가 2007년 한국이 비준한 장애인권리협약에 따라 권고한 내용이다. 당장이야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방향은 탈시설로 잡아야 하는 게 아닌가?” 

- 2022년에는 시설에서 나온 중증장애인이 욕창으로 사망하는 사건도 있었다. 탈시설의 부작용으로 읽히기도 하는데. “사건을 구체적으로 모르지만 이렇게 봐야 한다. 시설에서 나온 장애인들은 다 탈시설을 해서 사망했나? 시설에서는 그동안 얼마나 사망했는지도 봐야 한다. 난방비 아끼고 급식비 아껴 장애인을 죽인 사건들도 어마어마하게 많다. 시설과 지역사회의 사망률을 공정하게 대비해야 한다.” 

- 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사회적 차별을 받는 사람들에 대해 관심을 더 기울여달라. 보수적 성향의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같이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달라. 그 문제에서 장애인을 배제하지 말아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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