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앞으로 다가온 22대 총선에서는 여야 승부를 떠나 한 가지 중요한 변화가 눈에 띕니다. 6070 유권자 숫자가 사상 처음 2030 유권자 숫자를 넘어선다는 사실입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60대 이상 인구는 1395만110명으로 집계됐습니다. 만 18세 이상 전체 유권자 4438만549명 중 31.4%를 차지합니다. 반면 2030 유권자는 전체의 28.8%에 그쳤습니다. 18세와 19세 인구(103만9572명)를 합쳐도 1381만2606명으로 60대 이상보다 13만7504명이 적습니다.  

이런 유권자 분포는 4년 전 총선과 비교하면 극적으로 달라진 것입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통계에 따르면 21대 총선 당시에는 60대 이상 선거인 수가 1202만4502명으로 2030(1379만4179명) 선거인보다 176만9677명이 적었습니다. 18·19세를 포함하지 않았는데도 2030 선거인이 더 많았던 겁니다. 21대 총선부터 지난 지방선거까지 이후 치러진 모든 선거에서 2030 숫자가 6070을 앞서다가 드디어 이번 총선에서 처음 역전되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비중이 점점 더 많아질 6070 유권자가 이끌 선거를 ‘그레이 선거’로 칭합니다. 지금으로선 ‘그레이 선거’가 짙어질수록 여야 어느 쪽에 유리할지 계산이 쉽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젊은층보다 투표장에 열심히 나오는 노년층 비중이 늘어나면 투표율이 올라갈 듯하지만 이것이 여야 어느 쪽에 유리할지 섣불리 판단하기 힘듭니다. 보통은 투표율이 올라가면 젊은층이 투표장에 많이 나온 것으로 여겨져 진보정당에 유리하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역대 선거에서도 이런 현상이 비교적 뚜렷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유권자 성향을 보면 젊은층이 진보적이라고 단언하기가 힘듭니다. 오히려 보수성향 내지는 정치 무관심층으로 보는 게 더 타당해 보입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눈에 확 들어온 현상 중 하나는 돌풍을 일으키는 조국혁신당을 지지하는 20대의 비율이 확연히 적다는 겁니다. 거짓말처럼 0%를 기록한 여론조사 결과도 있을 정도입니다. 이번주 권아현 기자가 쓴 20대 표심 기사를 보면 지금 20대 유권자들은 극도의 정치 혐오증에 빠진 듯합니다. 이들은 조국도 이준석도 다 못마땅해 합니다. 이들의 눈과 귀에 조국이 외치는 ‘검찰개혁’은 자신들의 삶에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는 공허한 것이고, 이준석의 행태는 그렇게 싫어하는 구태정치의 그것을 빼닮았습니다. 이들이 원하는 ‘진짜 정치’는 ‘내 일상을 나아지게 해주는 것’인데, 이들에게 그런 정치는 실종 상태입니다.

지금 조국혁신당을 제일 앞장서 지지하는 것은 유권자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4050 유권자들입니다. ‘생활’보다 ‘이념’을 중시하는 이들의 성향이 돌풍의 진원지로 보입니다. 과거 586세대가 대거 편입하기 시작한 6070 유권자들이 4050을 떠받치는 구조입니다. 이러한 유권자 구조에서는 20대가 원하는 ‘생활 정치’ 대신 ‘진영의 정치’ ‘혐오의 정치’가 득세할 가능성이 큽니다. 아마 ‘그레이 선거’가 짙어질수록 젊은층의 정치 혐오증이 짙어질지 모릅니다.    

저는 이번 총선에서 젊은 정치인들이 대거 배지를 달아 우리 정치가 젊어지기를 기대했지만 지금으로선 지나친 욕심 같습니다. 22대 국회가 21대 국회보다 조금이라도 양질이 되면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까지 듭니다. 우리 정치는 언제쯤 젊어질까요? 

독자님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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