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차기 대표 출마 선언이 임박한 가운데 한 전 위원장 자문그룹 중 한 명으로 함운경 국민의힘 마포을 당협위원장이 언급되고 있다. 진보 진영에 있다가 지난 대선을 기점으로 보수로 넘어온 함 위원장을 한 전 위원장이 영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사실 그를 영입한 이는 이철규 의원이었다. 따지고 보면 함 위원장은 친윤(친 윤석열)으로 분류할 수 있다. 그가 친한(친 한동훈)이라고 각인된 것은 총선 기간 윤 대통령을 향해 ‘당적 이탈’을 요구한 것이 크다. 만약 한동훈 전 위원장이 이번에 당 대표가 되면 윤석열 대통령과 새로운 관계 정립이 예상된다. 과거 비대위원장은 윤 대통령이 만들어줬지만, 이번에 한 전 위원장이 자력으로 당선되면 어느 정도 독립을 이룬 것이 된다.
지난 6월 17일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만난 함 위원장은 “새로운 당 지도부와 윤석열 대통령은 공동 운명”이라며 “언제까지 후배, 부하냐. 대등한 정치인과 정치인의 관계로 바뀌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절대다수 민주당과 싸울 수 있는 강한 여당이 출현해야 한다”며 “헌정 중단은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헌정 중단을 결사 저지하는 부대를 세워야 한다. 길거리로 나가서 당원을 모집해야 한다. 그래서 길거리에서 싸워야 한다”고도 했다.
- 윤석열 정부의 가장 큰 업적은 무엇이 될까. “이재명류의 좌파 포퓰리스트 정부 출현을 막은 것이다. 그 자체가 큰 업적이다. 중국 편향 외교 노선을 자유 진영 중심으로 방향을 틀어버린 것은 나라의 미래를 볼 때 대단히 잘한 거다. 다만 경제나 민생 문제는 그렇게 후한 점수를 얻기 힘들 것 같다. 우리가 알다시피 윤 대통령이 대통령 준비를 해왔던 것은 아니었다.”
- 윤석열 대통령의 무엇이 아쉽나. “정치라는 것은 ‘선거’가 중요하다. 선거를 뛰다 보면 국민이 뭘 원하는지 알 수 있다. 자기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들어야 한다. 선거할 때 많은 얘기를 듣는데 그 과정이 공부다. 윤 대통령은 그게 생략된 사람이다. 대통령이 되어서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계획이 없었다. 당초 안철수 의원에게 큰 방향을 제시하고 인수위를 맡겼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정치라는 것이 여러 사람을 상대하는 것인데 너무 쉽게 봤다.”
- 애초에 좋은 참모를 데려오면 해결되지 않았을까. “괜찮은 사람, 특히 행정관료를 쓰면 충분히 나라가 굴러갈 것이라 생각했지만 나라의 방향을 가리키는 일은 정치가의 몫이다. 다양한 분야의 정치적 능력이 있는 사람들과 함께해야 하는데 같이 갈 사람이 없었다. 그런 사람을 필요로 하지도 않았고 그런 능력을 중요시하지도 않았다. 그러다 보니 본인이 모든 걸 다 알고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해 너무 무모하게 일을 진행한 것이다.”
- 윤 대통령을 두 번 만난 것으로 알고 있다. 대선 전 군산 식당에 후보로 찾아왔었고, 취임 이후에는 용산에서 한 번 더 만났다고 들었다. 윤 대통령의 생각은 무엇인가. “나는 윤석열을 찍어야 나라가 산다고 주장했던 사람이다. 윤 대통령과 나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좌파적 성향이 힘을 얻으면 결국 대한민국 발전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데 공감했다. 다만 그런 사상투쟁은 젊은 시절부터 이념투쟁하던 나 같은 사람에게 맡기고 윤 대통령은 형편이 어려운 국민을 어루만져주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니까 ‘민생을 챙기겠다’고 하더라. 그런데 그 민생을 챙긴다는 것이 지역마다 돌아다니며 ‘선심 공세’하는 것일 줄은 생각도 못했다. 대통령 자리에 있으면 자신이 많이 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듣기보다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면 다른 사람의 반대는 무시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국정을 운영하는 것 같다. 이런 것이 위험하다. 잘 다독여서 끌고 가도 힘든데 너무 강압적으로 진행하면 동의를 얻지 못해 결국 정책은 실패한다. 그 대표적인 게 ‘의료개혁’이다.”
- 총선 기간 윤 대통령 ‘당적 이탈’을 요구했다. 당시 왜 그런 요구를 했나. “윤 대통령을 위해서 말한 것이다. 선거에서 지면 아무 소용 없는 거다. 선거에 지니 결국 이재명 대표의 승낙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지난번 선거는 대통령이 빠져야 이기는 선거였다. 대통령이 선거 전면에 나서지 않고 당 대 당의 싸움으로 만들어줘야 이기는 선거였다. 이종섭(국방장관), 황상무(시민사회수석) 문제로 (패배에) 불이 붙기 시작해서 수습이 급한 상황이었다. 기본적으로 대통령 인기가 낮아서 선거가 ‘정권심판론 프레임’으로 흘렀다. 대통령이 나서지 않고 보이지 않는 것이 좋았다. 결정적으로 장관 시켜도 되는 의대 증원 문제를 본인이 이야기해버렸다. 대통령이 말을 내뱉으면 물러설 여지가 없어진다. 이건(정원을 늘리는 건) 과학이라기보다 정치다.”
- 늦었다고 해도 ‘성공한 대통령’을 만드는 방법은 무엇일까. “강한 여당이 출현해야 한다. 국회 절대다수인 민주당과 싸울 수 있는 지도부가 나와야 한다. 설령 국민이 피곤해도 민주당과 사사건건 싸워야 한다. 민주당은 이성을 잃었다. 탄핵 혹은 개헌을 통해 대통령 임기를 단축해야 자기들 살길이 열린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이 어떻게 되든 아무 관심이 없다. 헌정 중단은 절대 안 된다.”
- ‘탄핵’ 이야기가 공공연히 나오는데 진짜 가능할까. “저 사람들은 임기를 단축시키는 것 말고는 생각하는 것이 없을 것이다. 국가 장래는 관심이 없다. 설령 김건희 여사가 기소된다고 그게 탄핵 거리가 되나. 채상병 건 역시 애초에 대응을 잘못해서 문제인 거다. 그런데도 너무 대응이 늦다. 대통령이 군대 사고에 대해 말도 못 하나. 탄핵이라는 것은 정치 재판이다. 민심이 어떻게 반응하냐에 달려 있다. 탄핵에 유리하게 (분위기를) 계속 만들 것이다. 그래서 헌정 중단을 결사 저지하는 부대를 세워야 한다. 길거리로 나가서 당원을 모집해야 한다. 그래서 길거리에서 싸워야 한다.”
-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당 대표 출마하면서 도와달라고 하면 함께할 것인가. “새로운 당 지도부와 윤석열 대통령은 공동 운명이다. 다음 대통령선거를 생각하면 오세훈, 홍준표 등을 생각할 수 있다. 한동훈으로 전열을 정비해서 다음 지방선거까지 준비해야 한다. 나에게 국민의힘에 들어와 달라고 부탁한 사람은 이철규 의원이다. 한동훈은 거기에 동의한 것뿐이다. 어찌 보면 나도 친윤일 수 있겠지만 현재 한동훈 말고는 대안이 없다. 한동훈 지도부가 나와야 (야당과 상대할 수 있으니) 윤석열 대통령이 자유로워진다.”
- 한동훈이 차기 대선에서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나. “정치는 인간의 욕망이 부딪치는 곳이다. 현장에서 온갖 사람들을 만나고 조정하면서 앞으로 전진하는 경험을 해야 커나갈 수 있다. 대선은 이재명과 조국이 어떻게 정리되느냐에 따라 판이 바뀔 수가 있다.”
- 한동훈이 윤 대통령과 화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인생을 살다 보면 관계는 다 바뀐다. 언제까지 후배, 부하냐. 대등한 정치인과 정치인의 관계로 바뀌게 되어 있다. 서로 버릴 수 있나. 서로 이득을 얻는 협력적 관계로 갈 거다. 오래 장사해보니 명분으로는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더라.”
- 정치를 하는 이유가 뭔가. “이 당의 노선을 정립하는 데 역할이 있을 것으로 본다. 지금은 너무 무기력하다. 영국 보수당은 우리가 개혁하지 않으면 저들은 혁명할 것이라는 긴장감에 대안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고 하더라.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는 전부 공과가 있는 거다. 당연히 김대중, 노무현도 마찬가지다. 이런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