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김용재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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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김상욱 의원은 보수의 ‘텃밭’에서 정치를 시작했다. 그는 지난해 22대 총선에서 울산 남구갑에 국민의힘 후보로 단독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그러나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탄핵 정국, 조기 대선으로 이어진 혼돈 속에서 김 의원은 더 이상 자신이 속한 정당이 ‘보수’로서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당론과 다른 행보로 당 지도부 등 친윤(친윤석열)계로부터 탈당 압박을 받기도 한 그다. 결국 김 의원은 지난 5월 19일, 국민의힘을 탈당한 지 11일 만에 민주당에 입당했다.

그가 말하는 ‘진짜 보수’는 안정과 통합이다. 그는 “현재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사회 통합과 안전, 원칙을 추구하는 보수의 모습에서 벗어나 있다”며 “민주당은 민주주의 수호를 앞세우고, 공정사회와 실질적 법치주의, 자유시장경제를 지키려고 한다. 이것이 보수의 가치”라고 전했다. 주간조선은 지난 5월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 의원을 만나 그가 당적 변경을 결심하기까지의 고민과 소회를 들어봤다. 다음은 김 의원과의 일문일답. 

- 계엄 논란부터 대선까지 국민의힘 내부에서 많은 일이 있었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나. “저는 기본적으로 정쟁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냥 일을 열심히 해서 국민들 잘 받드는 정치인이 되고 싶었다. 그러다 보니 초선인데도 여가위 간사를 맡고, 특위만 열 개가 넘게 들어가 있었다. 민주주의는 이미 확립됐고, 영남 출신이면 국민의힘에, 호남 출신이면 민주당에 들어가서 서로 견제 기능을 하는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12월 3일을 겪으며 정신이 번쩍 들었다. 민주주의가 멈춰버린 거잖나. 그날 밤에는 너무 화가 났다. 국회의원은 일반 시민들과 달리 헌법을 지키는 데 있어 제일 앞서 희생할 의무가 있는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자기 유불리를 계산하고 안위를 위해 숨는 사람들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 당시 어떤 고민을 했었는지. “계엄을 해제하지 못했다면 서울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고, 많은 시민들이 다치고 희생됐을 것이 눈에 보이는 상황이었다. 여당 의원으로서 부끄럽고 참담했다. 송구스러웠다. 정치 생명이 끝나고 보복을 당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욕받이를 하더라도 다른 여당 의원들이 소신 투표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해 탄핵 표결에 참여했다.”

- 국민의힘 주류로 자리 잡은 친윤계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는지. “지금 국민의힘 모습은, 김웅 전 의원의 표현을 빌리자면 ‘어둡고 습한 서식 환경을 만들어 이권에 개입하려고 하는 사람들’이다. 20~30명 그룹이 기득권을 지키려 똘똘 뭉쳐 있다. 그들이 도구를 쓰는 거다. 쓰고 버리는 것을 반복한다. 김기현, 윤상현, 나경원 의원도 모두 그들에게는 도구다. 윤석열 전 대통령도 그들이 쓰는 도구였다고 생각한다. 윤 전 대통령의 눈을 가리고, 자신들 마음대로 다 했다. 그들은 보수도 아닐뿐더러 극우도 아니다. 지향점이 없다. 굳이 말하자면 수구 기득권 세력이다.”

- 왜 국민의힘을 떠날 결심을 해야 했나.  “만약 대선이 조금 더 뒤에 있었더라면 노력했을 수도 있다. (당내에서 뜻이 맞았던) 김예지 의원, 한지아 의원, 조경태 의원님 같은 분들과 계속 의논하면서 또 다른 길을 찾아볼 수도 있었을 거다. 그러나 당장 대선이다. (당에 남으면) 김문수 후보를 위해 선거활동을 해야 한다. 그건 도저히 할 수가 없었다. 국민에 총칼을 겨누고 반성하지 않는 사람을 위해 선거운동을 할 수 없었다. 제가 모든 것을 알 수 없지만, 현 상태에서 국민의힘 개선은 어려울 것 같다. 원내에 동력이 없다. 당원들도 동력이 되지 못한다고 본다.”

- 당적을 옮긴 데 대해 지역구인 울산의 반응은 어땠는지. “국민의힘 조직에 속해 있는 사람들은 저를 죽이겠다고 난리였다. 제 주변 사람들도 많이 괴롭혔다. 그런데 정치 조직에 들어와 있지 않고 반 발짝 떨어져 보고 있는 일반 시민분들의 말씀은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게 말이 되느냐. 그리고 반성도 안 한다는 것이 말이 되나. 다 죽게 생겼으니 경제 좀 살리자’는 거다. 또 하나는 ‘울산을 살리는 길을 선택해주라’는 거다. 저희 지역구인 울산은 국민의힘이 시의회를 장악하고 있는데, 시의회가 일은 하지 않고 자리싸움으로 계속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지역분들은 그런 불만도 함께 말씀해주셨다.”

- 본인이 생각하는 ‘진짜 보수’는 무엇인가. “사회갈등을 만드는 건 보수주의자의 모습이 아니다. 보수주의자는 ‘외부의 적을 만들어 내가 표를 얻겠다’는 생각을 하면 안 된다. 보수주의자는 포용을 보이고, 상대를 존중하는 품위를 보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더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내 능력과 비전은 보여주지도 않고 추구하는 가치도 전하지 않으면서 ‘상대가 나쁘니까 나에게 표를 달라’고 말하며 갈등만 유발하면 사회 안정과 통합에 방해가 된다. 그게 어떻게 보수주의자인가. 보수의 가치를 벗어난, 그저 ‘보수 진영’을 만들고 싶은 사람이다.”

- 앞서 ‘2025년 보수의 개념은 민주당’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민주당에서 보수를 표방하는 본인이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이라 보는지. “보수의 기능은 사회의 원칙을 지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이 기능을 누가 하고 있는지를 봐야 한다.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의 견제 기능도 하지 못할 정도로 망가졌다. 거대한 집권 여당이 탄생하면 권력 견제와 균형이 필요한데, 그것을 할 주체가 없는 거다. 고민해보니 방법이 하나밖에 없었다. 민주당이  내부에서 스스로 견제와 균형을 찾아야 했다. 저는 민주당이 보수와 진보의 기능을 모두 할 수 있도록, 쉽게 말해서 안에 들어가서 욕먹는 길을 택한 거다. 민주당에 입당할 때에도 아무 조건을 내걸지 않았다. ‘바른말을 해야 할 때 바른말을 하겠다. 그 자유를 달라’는 것이 다였다.”

- 이번 대선에서 ‘빅텐트’ 구축에 성공한 민주당이지만, 향후 지속성이나 정체성 혼란 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지속성의 핵심은 진정성이라 본다. 소위 ‘철새’처럼 이익따라 움직이는 사람들은 자연 도태될 거다. 제가 본 민주당은 당원 민주주의가 탄탄하게 확립돼 있는 곳이다. 당원들이 힘을 실어주지 않으면 민주당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때문에 다른 의도를 가진 분들이 만약 민주당에 들어온다고 해도 잘 정리가 될 거라 본다. 보수 진영 분들은 중앙에서 뭔가를 약속을 받아 자기 자리를 만들려는 습관이 있다. 민주당에서는 그것이 통하지 않는다. 당원들이 받아들여야지만 이야기가 된다. 저는 민주당 당원들을 만날 때에도 ‘저는 보수주의자다. 민주당이 잘못된 길로 간다면 바로잡기 위해 안에서 최대한 소통하고 노력할 거다’라고 말씀드린다. 진정성이 전해지니 박수 쳐주시더라.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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