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숨진 서이초 교사의 49재를 계기로 열렸던 ‘공교육 멈춤의 날’ 집회에 참여한 교사들에 대한 징계 입장을 철회했다. 천만다행이다. 지지부진한 진상 규명에 분노한 교사들과의 정면충돌을 예고했던 교육부가 마지막 순간에 정신을 차린 것이다. 그렇다고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 지금도 교권을 잃어버린 교사들이 생존을 위해 처절히 절규하고 있다. 학생·학부모의 갑질과 교권 보호를 포기해버린 무책임한 교육행정이 여전하다는 뜻이다.만천하에 드러나게 된 공교육의 현실은 충격적이고 절망적이다. 학생과 학부모가 교사를 무자비하게 폭행하고, 모욕
지난 5월 25일 한국형 발사체(KSLV) 누리호의 3차 발사에 성공했다. 우리의 나로우주센터에서 우리 기술로 제작한 실용위성 8기를 우리가 개발한 발사체에 실어서 지상 550㎞ 우주 궤도에 올려놓았다. 1993년 항공우주연구원이 과학로켓 2호를 발사한 지 꼭 30년 만의 일이다. 이제 우리는 1t 이상의 실용위성을 발사하는 능력을 갖춘 세계 7위의 우주강국이다. 물론 이 정도로 만족할 일이 아니다. 더 크고, 더 가볍고, 더 강력한 발사체 감회가 새롭다. 10년 전인 2013년 우여곡절 끝에 고흥에서 발사된 나로호의 3차 발사를
4대강 보(洑)에 대한 논란이 다시 시작되고 있다. 환경부가 요란하게 ‘물그릇’론(論)을 들고나왔다. 4대강에 설치해놓은 16개 보를 가뭄 대비용 물그릇으로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기왕에 만들어놓은 보를 무작정 해체·개방하는 대신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엄중한 지시에 따른 대책이다.4대강의 재(再)자연화를 집요하게 요구해왔던 환경단체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광주·전남의 주민들이 걱정하는 물 부족의 현실도 인정하지 않는다. 극심한 물 부족은 보길도·진도 등 일부 도서·연안 지역에 한정된 일이라는 것이
고등학교 ‘이과’ 학생들이 대학의 ‘문과’ 계열을 ‘침공(侵攻)’했다고 야단들이다. 발끈한 교육부가 대학에 당장 입시요강을 뜯어고치라며 초강력 대책을 내놓았다. 이공계 학과의 ‘수능 필수과목’ 요구를 폐지하지 않으면 올해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지원금을 깎아버리겠다는 것이다. 이미 3년 전에 예고된 요강에 따라 입시를 준비하고 있는 수험생들에게는 날벼락과도 같은 일이다.지원금을 앞세워 대학에 시시콜콜 간섭하던 교육부의 관행이 바뀔 것이라는 순진한 기대는 확실하게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고등교육정책실’까지 폐지하면서 대학의
정확도 99.9999%의 유전자 검사가 법원을 설득시키지 못했다. 법원이 과학을 거부해버린 것은 아니다. 다만 과학만으로 판단하기에는 세상이 너무 복잡하다는 현실을 법원이 솔직하게 인정했을 뿐이다. 지난 2월 2일 이른바 ‘구미 여아 살해사건’의 파기환송심에서의 일이다.명백한 유전자 검사 결과에도 불구하고 수사기관이 피고의 미성년자 약취 혐의를 충분히 밝혀내지 못했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실제로 피고의 출산 사실에 대한 명백한 증거도 찾지 못했고, 진짜 손녀의 행방도 알아내지 못했다. 어쨌든 과학수사의 ‘명백한’ 결론은 미궁에
교육부가 지난 1월 5일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방대하고 화려한 ‘교육개혁’의 청사진을 내놓았다. 과감한 ‘규제 철폐’와 교육정책의 ‘지방 이양’이 핵심이다. 교육부가 끈질기게 틀어쥐고 있던 ‘교육권력’을 확실하게 지자체로 넘기겠다는 것이다. 1991년 교육자치법으로 초·중등 교육을 교육감에게 넘겼듯이, 이번에는 고등교육법과 사립학교법 등을 개정해서 대학교육도 광역자치단체로 이양할 것이라고 한다. 지역의 특성이 반영되는 맞춤형 교육개혁을 통해 국가 경쟁력도 살리고, 지방소멸 문제도 해결하겠다는 시도다. 학교의 ‘돌봄’ 기능도 획기적
탈원전 폐지에 좀처럼 속도가 붙지 않고 있다. 지난 정부가 박아놓은 굵은 대못들을 빼는 일이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탓이다. 탈원전 선동가들이 틀어쥐고 있는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작년에 공사를 마친 신한울 1·2호기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번에는 피동형 수소 제거장치(PAR)의 시험성적서에 괜한 시비를 걸고 있다. 지난 5년 동안 세워놓았던 한빛 3·4호기의 재가동도 난항이고, 지난 정부가 어정쩡하게 중단시켜놓은 신한울 3·4호기의 공사 재개도 만만치 않다.상황은 매우 심각하다. 지난 정부가 꽁꽁 묶어두었던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의 현실화가
자연에 버려두면 저절로 썩어 없어진다는 생분해 플라스틱이 지옥의 문턱에서 기사회생했다. 지난 정부의 결정에 따라 11월 24일부터 일회용 플라스틱을 전면 퇴출시켜야 하는 환경부의 새로운 지침 덕분이다. ‘친환경’ 표지인증을 받은 생분해 플라스틱의 경우에는 2024년까지 사용이 허용된다. PLA(옥수수 전분)로 만든 생분해 플라스틱이 생각만큼 친환경적이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친환경 표식은 붙어있지만 생분해의 조건도 까다롭고, 분리수거도 어려워서 소각 처리하고 있다. 그렇다고 환경부의 제도를 믿고 적지 않은 투자를 했던 255개 제조
배터리에 저장된 에너지로 하늘을 나는 전기 여객기가 개발되고 있다. 이스라엘의 이비에이션(Eviation)이라는 모험적 스타트업이 설계·제작한 9인승 ‘앨리스(Alice)’가 지난 9월 27일 미국 워싱턴주에서 첫 시험 비행에 성공했다. 8분 동안 고도 3500피트(1066m)까지 비행했다. 물론 온실가스는 한 톨도 배출하지 않았다.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하는 앨리스는 30분 충전으로 1시간 동안 비행한다.휴대폰과 같은 작은 전자제품에나 사용하던 배터리가 뜨겁게 달아오르는 지구를 식혀주는 만능 해결사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배터리
요즘 식약처가 실망스럽게 변해버렸다. 소비자들이 열광하는 중소기업의 신제품에 대해서 연이어 딴죽을 걸고 있다. 근거도 확실하지 않은 위해성을 핑계로 소비자의 선택권을 멋대로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폴리페놀의 변색 기능을 이용한 ‘모다모다’ 샴푸의 신기술에 대한 식약처의 억지는 중앙행정심판원의 판단과 규제개혁위원회의 권고로 이미 김이 빠져버렸다. 그런데 이제는 o-아미노페놀 등 5종의 염모제 성분을 사용금지하겠다고 야단법석이다. 이번에도 ‘토니모리’라는 작은 기업이 직격탄을 맞을 모양이다. 식약처가 만들어준 어부지리(漁父之利)는 모두
올해도 어김없이 짙은 ‘녹조라테’가 말썽이다. 때 이르게 시작된 폭염의 기세가 7월의 오락가락 장마와 8월의 연이은 폭우로 한풀 꺾였는데도 그렇다. 특히 가뭄이 심했던 낙동강 유역의 상황이 심각하다. 지난 7월 말 낙동강 하류의 물금·매리에서는 mL당 14만개가 넘는 남조류가 검출됐다. 녹조에서 발생하는 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의 농도도 환경부 기준치의 3배가 넘는 3.5㎍/L까지 치솟았다. 단연코 사상 최악의 상황이다. 식수와 농업용수도 걱정해야 하는 수준이다. 뭇매 맞는 4대강 보 우리에게 ‘녹조’는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이 남
이제는 ‘K방산’(방위산업) 열풍이다. 폴란드에 최소 10조원이 넘는 국산 장갑차·자주포·경공격기를 수출하는 계약이 성사됐다. 탄약운반 장갑차를 비롯한 중장기 지원 물량까지 포함하면 그 규모가 최대 40조원이 될 수도 있다고 한다. 사상 최대 규모의 무기 수출이다. UAE·호주·이집트와도 대규모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작년에 72억5000만달러였던 방산 수출액이 200억달러를 넘어설 모양이다. 당초 목표였던 100억달러의 2배가 넘는 규모다. 이제 방산 수출을 위한 국제 활동이 국방부 장관의 빼놓을 수 없는 주요 업무가 돼버렸다.
드디어 우리 과학계에도 ‘스타’가 탄생했다. 약관 39세의 허준이 프린스턴대 교수가 수학 분야의 노벨상이라는 ‘필즈 메달’을 받았다. 고등과학원(KIAS) 석학교수이기도 한 허 교수가 최초의 한국계 필즈 메달 수상자가 된 것이다. 매년 노벨 과학상 수상자가 발표되는 가을이 돌아올 때마다 스타 과학자의 탄생을 애타게 기다리는 우리에게는 가뭄 끝에 내리는 단비보다 더 반가운 일이었다.허 교수의 수상 소식을 전하면서 ‘최초의 수상’으로 요란하게 포장된 보도가 쏟아졌다. ‘대한민국에서 공부한 젊은 수학자의 수상’에 감격한 윤석열 대통령도
2013년 나로호 발사 이후 지지부진하던 우주 개발 사업이 활기를 되찾고 있다. 지난 6월 21일에는 한국형 우주발사체 ‘누리호’가 힘차게 우주로 날아올랐다. 이제 2027년까지 4번의 추가 발사를 통해 고도화 작업을 완료하면 우리도 미국·러시아·유럽연합·인도·일본·중국에 이어 7번째로 1.5t급 이상의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는 기술을 갖게 된다. 8월에는 우리가 제작한 달 탐사선 ‘다누리호’도 미국 플로리다에서 달을 향한 4달 반의 긴 장정을 시작한다. 유인 달 탐사를 목표로 하는 미국 NASA(항공우주국)의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에도
지난 두 달 동안 수직 상승하던 원유가가 하룻밤 사이에 7%나 곤두박질 쳐버렸다. 걷잡을 수 없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미국의 ‘자이언트스텝’ 때문이다. 파격적인 금리 인상이 자칫 소비를 지나치게 위축시켜서 걷잡을 수 없는 경기침체를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다. 전 세계가 ‘R(경기침체)의 공포’에 떨고 있다. 물론 기름값이 오르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기름값이 떨어지는 것도 감당하기 어렵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다.그런데 올여름 날씨가 도무지 심상치 않다. 전 세계가 때이른 폭염·홍수·가뭄 등의 기상이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세계 식량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올해 들어 전 세계 식량 가격이 57%나 치솟았다. 밀은 70%가 올랐고, 식용유는 137%나 뛰었다. 작년 중국의 폭우와 인도·프랑스의 폭염으로 생산량이 크게 줄어든 탓이다. 전 세계 밀 생산량의 30%를 공급하는 우크라이나의 농업 기반이 러시아의 침공으로 초토화되어 버렸다. 엎친 데 덮친다고 코로나19 팬데믹에 의한 글로벌 공급망 붕괴도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실제로 러시아·우크라이나·인도를 비롯한 19개국이 식량 수출을 금지·제한하고 있다.우리도 글로벌 식량 위기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국
한국이 미국과 본격적인 ‘원전동맹’을 시작한다. 한·미 정상회담을 화려하게 꾸미기 위해 내세우는 형식적이고 의례적인 양자 협력 구상이 아니다. 우리가 미국과 대등한 입장에서 원 팀을 구성한다. 미국은 원천기술·자본·외교력을 제공하고, 우리는 부품·설계·시공·운전을 담당한다. 국제 원전 시장을 겨냥한 절박하고 현실적인 동맹이다. 첨단 신형 원전과 소형모듈원자로(SMR)를 개발하고, 제3국에 수출하는 것이 목표다.첨단기술의 이전과 수출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도 체결하고, 2018년 8월 이후 중단되었던 원자력고위급위원회(HLBC)도 다시
올해 1·2월 세계 수소연료전지차 시장에서 현대차가 세계 1위로 올라섰다. 작년보다 285대 많은 1100대를 판매해 세계시장 점유율이 48.5%나 됐다. 국내시장에서는 작년 누계보다 36.5% 늘어난 969대를 팔았다. 3개의 연료탱크에 6.3㎏의 수소를 주입해 총 611㎞를 주행할 수 있도록 만든 2021년형 넥쏘의 상품성 덕분이라고 한다. 반면 세계시장 점유율 2위를 차지한 일본 도요타의 판매 실적은 727대에 불과했다. 판매량이 늘어나기는커녕 오히려 작년보다 162대나 줄어버렸다. 전국 충전소 170곳 불과세계 최초로 상용화
지난 5월 17일 조선일보 1면에 실렸던 강원도 홍천군 두촌면과 충북 제천시 신동의 ‘싹쓸이’ 벌목 현장 모습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지름 50㎝의 아름드리 잣나무들이 밑동까지 싹둑 잘려나가 버렸고, 울창했던 산은 흉측한 까까머리로 변해버렸다. 고작 40년을 자라 여전히 ‘젊은’ 잣나무에 대해 산림청은 “너무 ‘늙어서’ 탄소 흡수력이 떨어져버렸다”는 가혹한 판정을 내렸다. 마구잡이로 잘라낸 ‘목재’를 급경사면에 주섬주섬 모아놓은 모습은 난민촌 아이들의 앙상한 갈비뼈를 꼭 빼닮았다. 산등성이를 따라 20m 폭으로 흉하게 남겨진 어설픈
기초과학을 세계적 수준으로 발전시키겠다는 명분으로 2011년에 설립한 기초과학연구원(IBS)의 입지가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다. ‘은하도시’라는 뜬금없는 대선 공약으로 시작된 IBS가 여전히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엎친 데 덮친다고 탈원전으로 중무장한 정부가 들어서면서 사정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여야 모두가 2017년부터 국회의 국정감사에서 IBS에 대한 융단폭격을 퍼부었다. 석연치 않은 연구단 단장 선정, 방만한 운영, 부진한 중이온가속기 건설 등에 대한 전방위적인 문제 제기가 있었다. 결국 과학기술정보통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