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국회 수소충전소. photo 뉴시스
서울 영등포구 국회 수소충전소. photo 뉴시스

올해 1·2월 세계 수소연료전지차 시장에서 현대차가 세계 1위로 올라섰다. 작년보다 285대 많은 1100대를 판매해 세계시장 점유율이 48.5%나 됐다. 국내시장에서는 작년 누계보다 36.5% 늘어난 969대를 팔았다. 3개의 연료탱크에 6.3㎏의 수소를 주입해 총 611㎞를 주행할 수 있도록 만든 2021년형 넥쏘의 상품성 덕분이라고 한다. 반면 세계시장 점유율 2위를 차지한 일본 도요타의 판매 실적은 727대에 불과했다. 판매량이 늘어나기는커녕 오히려 작년보다 162대나 줄어버렸다.

 

전국 충전소 170곳 불과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한 수소연료전지차는 2013년 현대자동차가 출시한 ‘투싼’이었다. 뒤이어 일본 도요타와 혼다가 ‘미라이’와 ‘클래리티’를 출시했고, 현대차는 2018년부터 투싼을 대체한 ‘넥쏘’를 내놓았다. 하지만 수소연료전지차에서 한국이 세계 최고라는 자부심을 갖기에는 아직 시장 규모가 너무 작다. 올해 수소연료전지차의 전 세계 판매량은 고작 2만대 정도로 예상된다. 지난 1·2월에 전 세계적으로 판매된 수소차도 고작 2269대에 지나지 않았다.

수소연료전지차는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결코 대세가 아니다. 작년 11월 말까지 수소차의 누적 판매량은 고작 1만9170대였다. 대부분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판매되었고, 최근에 수소충전소를 설치하기 시작한 미국 캘리포니아와 유럽의 일부 소비자들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는 형편이다. 반면 2010년 닛산의 ‘니프’로 양산이 시작된 전기차는 올해에만 600만대가 판매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수소 강국’에 대한 자부심은 부끄러운 것이다. 수질 오염을 해소하기 위해 2011년에 어쩔 수 없이 건설했던 시화호조력발전소(254MW)를 ‘세계 최대’라고 자랑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일이다. 시화호조력발전소도 1966년에 건설해놓은 프랑스 랑스발전소(240MW)가 유일한 비교 대상일 뿐이다. 시화호발전소는 10년이 지난 지금도 경제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수소연료전지차는 여전히 갈 길이 많이 남은 미래의 자동차다. 백금과 같은 귀금속을 촉매로 사용해야 하고, 700기압의 초고압을 견뎌내기 위해 탄소섬유로 제작한 특수 연료탱크가 필요하다. 가격도 전기차보다 1.5배 이상 비싸다. 2250만원의 정부보조금과 평균 1000만원 수준의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이 있어야만 전기차와 비교가 가능하다.

수소 충전 인프라도 여전히 열악하다. 정부의 호언장담에도 불구하고 전국의 수소충전소는 여전히 170곳에 지나지 않는다. 수소충전소마다 112대의 수소연료전지차를 감당해야 하는 형편이다. 천연가스(LNG)를 뜨거운 수증기로 개질(改質)해서 수소를 생산하는 일도 쉽지 않다. 충전소에서 1시간을 기다리는 경우가 드물지 않은 형편이다.

 

수소 1㎏ 생산에 이산화탄소 5.5㎏ 이상 배출 

수소연료전지차의 진짜 정체도 애매하다. 구조가 일반 전기차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수소연료전지차에도 상당한 용량의 배터리가 장착되어 있다. 현대차의 넥쏘에 장착된 배터리의 용량은 42kWh나 된다. 전기차인 아이오닉5에 장착된 배터리(73kWh)의 57.5%나 된다. 어떻게 보면 수소연료전지차는 전기차의 충전용 케이블 대신 수소연료전지를 탑재해놓은 ‘전기차’일 뿐이다.

실제 수소연료전지차의 작동 원리도 전기차를 닮았다. 가속기 페달을 밟으면 연료전지에서 더 많은 전기가 생산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연료전지에 더 많은 양의 수소를 주입한다고 순간적으로 더 많은 전기가 생산되는 것이 아니다. 연료전지에서 전기가 생산되는 속도를 수시로 조절하는 일은 화학적으로 결코 쉽지 않다. 결국 가속기 페달이 연료전지가 아니라 배터리에 연결되어 있다. 가속기 페달을 밟으면 배터리에서 흘러나오는 전기의 양이 늘어나서 자동차의 운행 속도가 빨라지게 된다. 이런 수소연료전지차가 전기차의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인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수소 생산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개질 수소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수소충전소를 더 많이 짓더라도 사정이 달라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친환경적으로 생산한 수소를 수소연료전지차에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청정수소의 장거리 운송과 저장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형편이 이런데 언론에 등장하는 수소의 종류와 색깔은 놀라울 정도로 다양하다. 그레이·블루·핑크·퍼플·그린 등의 화려한 색깔을 자랑한다. 물론 수소는 무색·무미·무취의 기체다. 수소는 색깔이 없다는 뜻이다. 수소를 생산하는 방식에 따라 수소의 색깔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수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대기 중으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에 따라 제멋대로 이름을 붙여놓았을 뿐이다.

정유공장·제철공장에서 부산물로 얻어지는 ‘부생수소’와 천연가스를 개질해서 생산하는 ‘개질수소’는 대표적인 ‘그레이 수소’다. 천연가스를 개질해서 수소 1㎏을 생산하는 과정에서는 필연적으로 5.5㎏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천연가스를 화력발전소나 내연기관에서 배출시킬 때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

천연가스의 개질에 필요한 뜨거운 수증기를 생산하는 과정에서도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그래서 개질 시설에서 실제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놀라운 수준으로 늘어난다. 개질 설비에 따라서는 수소 1㎏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20㎏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할 수도 있다. 온실가스 감축의 입장에서 개질수소는 LNG 화력발전소와도 비교할 수 없는 최악의 시설이라는 뜻이다.

개질수소 생산 설비에 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기술(CCUS)을 접목해서 생산하는 ‘블루 수소’는 지금도 연구실에서 가능성을 확인하고 있는 먼 미래의 꿈이다. 실현되지도 않은 미래 기술인 블루 수소를 ‘청정수소’에 포함시킬 것인지를 두고 갑론을박을 하고 있는 우리 정치권의 현실이 한심하다.

태양광·풍력으로 생산한 전기를 이용한 ‘그린’ 수소도 완벽한 친환경·청정 수소라고 하기 어렵다. 인구 밀집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생산하는 그린 수소를 운반·저장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양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기 때문이다. 강릉에서 일어났던 수소 폭발사고의 위험도 무시할 수 없다. 정부의 주장과 달리 수소충전소에서도 폭발사고가 일어난다. 실제로 2019년 6월에 오슬로 근교에서 폭발사고가 일어났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당시 현대차와 도요타는 수소차의 판매를 일시적으로 중단해야만 했다.

그린 수소의 낮은 경제성도 걱정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태양광·풍력의 가동 시간은 하루 평균 3시간을 넘지 않는다. 그린 수소를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고가(高價)의 전기분해 장비의 경제성을 확보할 수 없다는 뜻이다. 원자로를 이용한 핑크·퍼플 수소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은 형편이다.

수소가 우주의 75%를 차지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사정은 다르다. 수소는 0.14%에 지나지 않는 희소 자원이다. 산소·질소에 단단하게 결합되어 있는 수소를 이용한 ‘수소 경제’의 가능성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어설픈 홍보성 주장에 넋을 빼앗길 상황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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