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임화승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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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조선은 비영리단체 '뉴웨이즈(NEWWAYS)'와 함께 6·1 지방선거 전까지 '청년 정치인을 찾습니다'는 연재를 싣고 있다. 이번은 11번째 주인공이다.

김한슬(35)씨는 EBS 대표 입시강사다. 매년 변화하는 입시 정책과 대학별 전형, 면접 준비, 내신관리, 과목별 공부법 등 입시와 관련한 전반적인 내용을 중·고교 학생들에게 전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김씨는 학생들의 교육 여건이나 교육 관련 문제도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다. 그가 입시 강의와는 별개로 자신이 거주하는 경기도 구리시에서 교육 봉사를 이어온 이유다. 그는 “학생들의 입시 컨설팅을 해오면서 학생들이 원하는 것, 부족한 것, 필요한 것들이 눈에 보이더라. 이를 모른 채 지나가기가 어려웠다. 지자체나 지역아동센터와 연계해 저소득층 학업 지원, 교육 멘토링, 무료 강연 등 다양한 교육 봉사활동을 이어왔다”라고 말했다. 그의 교육 봉사는 지역에서 나름 성과도 냈다. 하지만 보다 실질적인 교육 지원을 위해선 지역 단위의 정책 변화나 재정 지원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려웠다. 그가 오는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 구리시의원(나선거구) 후보 출마를 결심한 배경이다. 그는 이번 출마를 정치인이 되기 위한 ‘도전’이기보다는 더 나은 교육을 만들기 위한 ‘기회’라 보고 있다.

 

“공부할 수 있는 공간부터 만들어야” 

김씨는 본래 대학에서 전기전자공학, 경영학을 전공했다. 이런 그에게 ‘입시강사’라는 직업은 계획된 진로는 아니었다. “학부생 시절부터 친구들과 함께 광고 대행, 프로그램 개발, 교육 콘텐츠 제작 등 다양한 영역에서의 창업을 시도했다. 그중 가장 좋은 성과를 냈던 분야가 ‘교육’이었다. 관련 콘텐츠 피드백이 나쁘지 않아 교육 사업에 집중했다. 당시 제작했던 아동용 교육 앱은 모교 창업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받았고, EBS를 통해 출판했던 ‘대입 자기소개서 바이블’이란 책은 베스트셀러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역에 입시 전문학원을 차리며 교육가의 길로 접어들었고 지금의 EBS 입시 대표 강사로까지 일하게 됐다.”

교육 사업이 안정기에 접어들었을 무렵 그가 함께 병행했던 건 다름 아닌 교육 봉사였다. 지난 2014년 김씨는 카이스트 사회적기업가 MBA 과정을 밟았는데 여기에서 교육과 관련한 사회적 이슈, 그리고 그 해결 방안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학생들이 처한 교육 환경이 조금씩 눈에 들어왔다. 단순히 학생을 가르치는 데에 그쳐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역에서 교육 봉사 단체 ‘지혜나눔단’을 설립해 저소득층 교육 지원과 입시 컨설팅, 무료 강연 등을 진행했다. 특히 지역아동센터 등과 연계해 고등학생·대학생, 초등학생들을 연결한 학습 멘토링 활동을 활발히 했다. 멘토링 공간으로는 자사 학원 강의실을 활용하기도 했다. 일부 학생들은 3~4년 동안 멘토링에 참여하며 큰 추억을 만들었다. 무의미한 활동으로 봉사 시간만 채우던 학생들에게 또 다른 보람을 안겨줬다.”

김씨의 이런 봉사활동은 지자체 눈에도 띄어 2012년과 2016년 각각 도봉구청장, 구리시장으로부터 아동복지 및 교육 부문 표창을 수여하기도 했다. 김씨는 “하지만 이런 봉사활동에도 한계는 있더라”라고 말했다. “사실 지역에서 개인이나 기업이 주도적으로 교육 지원에 앞장선다 해도 지자체나 시의회가 나서지 않는 한 수혜 학생이나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일례로 현재 구리시를 비롯한 경기도권 고등학교들은 경기도교육청 권고에 따라 대부분 석식 제공과 야간 자율학습을 없앤 상황이다. 공부할 곳이 마땅치 않으니 학생들은 독서실, PC방으로 향한다. 학업 성취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런 부분까지 내가 해결하긴 어렵더라.”

이런 와중에 김씨는 우연히 비영리단체 ‘뉴웨이즈’를 접했고, 이것이 선거 출마로 이어지게 됐다고 한다. 뉴웨이즈는 청년 정치인을 발굴·육성해 국회와 유권자에게 소개하는 일종의 ‘에이전시’이다. “지난해 국민의힘과 청년 인재 발굴 및 육성 업무 협약식을 맺고 있는 뉴웨이즈 언론 기사를 우연히 접했다. 거기서 뉴웨이즈가 청년도 정치에 나설 수 있으며, 지역 문제를 직접 해결할 수 있다고 하더라. 거기에다 시의원은 기존 일을 병행할 수 있다고도 하니 ‘그럼 내가 한번 해보자’라는 생각이 스쳤다.”

이에 김씨는 지난해 11월 무작정 국민의힘 당원으로 가입한 후 지방선거 출마를 결심했다. “국민의힘을 택한 건 정치적 이념보다는 가장 가시적 변화를 꾀하는 정당으로 보여서였다. 이준석 대표 당선 자체도 큰 변화였지만 기존에 거론되지 않던 의제나 실험이 곳곳에서 엿보였다. 여기서라면 많이들 이야기하는 ‘기초의원 무용론’을 딛고 실질적인 지역 변화를 꾀할 수 있겠다고 봤다.”

 

“선거 출마 방법도 모두 기록” 

김씨는 시의원 당선 후 교육 정책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학생들이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걸 최우선 과제로 삼고자 한다. 강연 때마다 학생들에게 ‘자습시간 극대화’를 강조하는데, 실제 공부할 공간이 없는 게 현실이다. 맞벌이 가정이 늘면서 대부분의 교육 현장에서 대두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학생 모두가 학원 등 외부로 향하면 입시 전형이나 공부법 등에 대한 균형 잡힌 정보 습득, 공유가 어려워질 수 있다. 사교육의 논리만 커져 그릇된 의사결정을 할 우려도 있다. 학생들을 위한 공간부터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여타 교육 정책도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

김씨는 대학 때부터 도전해온 창업 지원책에 대한 고민도 크다. “경험상 창업은 단계별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 청년 창업자들의 고민, 여건이 모두 다르다. 프로그램 개발자나 디자이너 등 프리랜서는 굳이 공간은 필요치 않은데 사업 등록을 위한 사업 주소지는 필요로 한다. 다수가 동업해 창업한 사업체는 지분 및 수익 분배를 위한 세무·노무 상담부터 필요로 한다. 시의회에서 좀 더 세분화한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내놔야 한다.”

김씨가 교육가답게 지난해부터 준비하고 있는 교육 콘텐츠는 ‘선거 출마 방법’이다. “나의 모든 선거 준비 과정을 영상으로 담고 있다. 당원 가입부터 예비후보 등록 등까지 체계적으로 정리해보려 한다. 처음 정치를 시작하는 분들께 참고자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당선이 되면 또 다른 정치 관련 교육 콘텐츠가 나오지 않을까 한다.”

김씨는 당장 ‘어떤 정치인’이 될지 고민하기보다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에 더 집중하겠다고 말한다. “정치인으로서의 목표가 뭐냐는 질문을 받곤 한다. 사실 생각해 보지 않았다. 평생을 강의만 해왔고, 지역 내 교육 문제에만 집중해 왔다. 정치에 뛰어든 것도 이 과정에서였다. 당면한 과제, 할 수 있는 일에 먼저 집중하고자 한다. 젊은 정치인도 일을 잘한다라는 사실을 입증해 보이고 싶다. 이것이 기초의원의 역할이라고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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