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임화승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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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조선은 비영리단체 '뉴웨이즈(NEWWAYS)'와 함께 6·1 지방선거 전까지 '청년 정치인을 찾습니다'는 연재를 싣고 있다. 이번은 12번째 주인공이다.

전진형(34)씨는 16년 동안 레크리에이션 강사이자 전문 MC로 일했다. 초·중·고교, 대학교 행사는 물론 기업, 지자체 등에서 하는 각종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무대 위에서 사람들을 웃기고 울렸다. 전씨의 재능과 끼는 입소문을 탔고 한때 이벤트 기획사까지 차리며 사업으로까지 일을 확장했다. 하지만 2020년 터진 코로나19 사태는 그를 사실상의 실직자로 만들었다. 당시 전씨가 떠올린 건, 사업이 번창하던 시절 유년·노년층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레크리에이션 자선행사 및 봉사활동이었다.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다. 지역에서 의미 있는 활동으로 일이라도 지속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전씨가 집중한 것은 그가 사는 서울 마포구 어르신들의 말벗이 되어주는 이른바 ‘말벗 봉사’였다. 평소 사람 만나기를 즐겼던 전씨는 지역민 이야기에 귀 기울였다. 여기서 전씨는 생각지 못한 여러 지역 문제를 접했다고 한다. 구체적으로는 지역에 있는 당인리발전소(서울복합화력발전소) 환경피해, 젠트리피케이션, 각종 주민 지원 조례 부재 등이었다. 오랜 지역 문제였지만 지자체와 구의회는 이를 방관해왔다고 봤다. 전씨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서울 마포구의회 정의당 소속 후보(마선거구)로 출마하기로 결심한 이유다.

 

“당인리발전소 오염물질 소각장 3곳만큼 나와”

전씨의 꿈은 본래 개그맨이었다. “어릴 적부터 개그맨이 되고 싶었다. 유명 개그맨 중 레크리에이션을 전공한 이들이 많더라. 그래서 레크리에이션학과로 진학했다. 근데 막상 공부를 해보니 레크리에이션 자체만으로도 큰 매력이 있었다. 졸업 후 선배들을 쫓아다니며 음향 조작, 각종 프로그램 자재 활용 일부터 배웠다. 조금씩 나만의 진행 스타일, 노하우를 만들었고 이것이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2014년엔 이벤트 기획사까지 차리며 일을 확장해갔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전씨의 일은 대폭 줄었다. 하루에도 20개가 넘는 행사가 줄줄이 취소됐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잠정적으로 실직자가 된 거다. 이벤트 기획사 운영도 중단해야만 했다. 지난 메르스, 에볼라, 신종플루 등의 전염병과는 양상이 달라 보였다. 기존 일을 잠시 내려놓을 수밖에 없겠다는 판단이 섰다.”

하지만 그렇다고 일을 완전히 중단할 순 없었다. 전씨는 평소 사람과 어울리기를 좋아했다. 사업이 번창하던 시절 벌인 자선 레크리에이션 행사가 떠올랐다. 지역에서 비슷한 활동이나 봉사라도 해보자고 마음먹었다. “초등학생 시절부터 서울 마포구에 살아왔다. 지역을 위한 일이라도 해보자는 생각이었다. 집 근처 어르신 돌봄 센터를 무작정 찾았다. 그곳 복지사들이 말하길 외로움을 타는 어르신이 많은데, 이를 일일이 챙기지 못해 고민이 크다 하더라. 이에 기존 경력을 살려 이른바 ‘말벗 봉사’를 자처했다. 코로나19 사태 동안 봉사를 지속했다.”

그는 “이 봉사를 하며 여러 이야기를 들었는데, 지역민들이 공통적으로 거론하는 지역 문제가 있더라”라고 말했다. “당인리발전소 가동에 따른 환경문제가 그 일례다. 이 발전소는 1930년부터 가동돼왔다. 여기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미세먼지 유발물질)은 연간 230t가량에 이르렀다. 연간 허용치를 넘어선 수준으로 쓰레기 소각장 3개를 합친 것보다 많았다.”

전씨는 당시 송파 세모녀 사건, 여성 청소년 깔창 생리대 사건, 독거노인 고독사, 결식아동 문제 등 여러 사회문제에 큰 관심을 갖고 있던 터였다. 전씨는 “하지만 정작 내 앞에 놓인 당인리발전소 문제는 들여다보지 않았다는 점에 반성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발전소가 있는 마포구 서강동·합정동 지역민들의 문제이자 나의 문제이기도 했다. 더 큰 틀에서 보면 기후위기와도 맞닿아 있었다. 지역을 위해 더 큰 봉사를 해보자는 결심이 섰다. 지난해 지방선거 출마를 결심한 이유다.”

사실 전씨는 정의당에서 진행했던 청년 정치인 육성프로그램인 ‘진보정치 4.0 아카데미’를 수강하고 있었다. “매년 1~2월이면 행사가 없어 자기개발 활동을 많이 했다. 2019년 말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때 수강했던 게 정의당의 ‘진보정치 4.0 아카데미’였다. 6개월 과정이기에 행사가 많은 봄이 되면 당연히 하차할 수밖에 없겠다 생각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행사 비수기는 지속됐고 해당 아카데미를 졸업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정치에 조금씩 눈을 떴다. 평소 시민을 위해 뛰는 정의당을 향한 애정이 컸고, 기회가 되면 당을 돕고 싶은 마음이 이번 선거 출마의 또 다른 요인이 됐다.”

 

“정의당 후보라고 차별… 소외계층 감싸겠다”

전씨가 구의원 당선 후 집중하고자 하는 문제는 지역민들을 통해 접한 당인리발전소 가동 문제다. “현재는 석탄화력발전소에서 가스발전소로 바뀌었지만 환경피해는 여전히 심각하다. 지자체나 발전소 측에선 무공해 천연가스를 활용한 발전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실제 여기서 발생하는 질소산화물 양은 심각한 수준이다. 이와 관련한 구의회 차원의 조례,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먼저 정상 가동 시간 때 배출되는 오염물질 양의 정확한 측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발전소가 언제 가동되고 중단되는지 등 운영 시간을 투명하게 할 필요도 있다. 주변엔 거주민들이 많다. 코로나19 확진 통보 문자처럼 발전소 가동 여부를 알려 야외활동이나 실내 개방에 참고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

전씨는 지역민들을 위해 편성된 발전소 특별지원금 집행도 달라져야 한다고 말한다. “해당 예산 사용처로는 경로당 및 어린이집 개보수 등 편의시설 운영·관리에 대한 것만 논의되고 있다. 이보다는 주민 무료 건강검진 혹은 각 가정 공기청정기 보급, 태양에너지 발전설비 유치 등이 실제 발전소 가동 문제 및 피해 지원과 맞닿아 있는 내용이 아닌가 싶다.” 

젠트리피케이션 또한 그가 주의 기울이는 사안이다. “서울 마포구가 살기 좋고, 살고 싶은 동네가 된 건 다양성이 공존해서라 생각한다. 문화인, 음악인, 사회활동가 등 여러 계층이 서로를 존중하며 뜻밖의 문화를 형성해냈다. 모두 지역민들이 일궈낸 결과다. 여기서 행정은 이를 쫓아가기 급급했다. 근데 그 행정이 지금에 와서 마포구를 ‘예술 특구’ ‘문화 도시’ 등으로 지정하곤 여러 편익시설 건립에만 집중해 집값만 올리고 있다. 이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고 본다.”

전씨는 다음과 같은 정치인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정의당에 소속된 것만으로도 상당한 차별, 혐오를 받더라. 거대 양당이 장악하고 있는 마포구에선 특히나 더 그렇다. 현재 마포구의회 전체 18석 중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각각 9석씩 차지하고 있다. 기존처럼 평범한 30대 청년으로 살았다면 평생 겪지 않았을 경험이다. 자연스레 사회적 소수자들 삶에 공감하게 되더라. 사회 안전망에서 떨어져 있는 계층, 직군을 대변하는 정치인이 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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