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정의연대, 전국사모펀드사기피해 공동대책위원회가 지난 7월 7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앞에서 사모펀드 불법 사기 혐의에 대한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금융정의연대, 전국사모펀드사기피해 공동대책위원회가 지난 7월 7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앞에서 사모펀드 불법 사기 혐의에 대한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지난 11월 22일 금융감독원은 독일 헤리티지펀드에 대한 ‘전액 반환’을 결정했다. 이날 금감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는 헤리티지 분쟁조정 신청 6건에 대해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적용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전액 반환은 라임, 옵티머스펀드에 이어서 세 번째. 이로써 5대 사모펀드(라임, 옵티머스, 디스커버리, 이탈리아 헬스케어, 헤리티지)에 대한 분쟁조정은 일단락됐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국민의힘 윤주경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 7월까지 환매 중단 펀드의 투자자와 판매 잔액은 각각 1만3176명, 5조159억원이었다. 환매 중단 펀드의 판매 잔액은 정상 환매와 중도 상환된 금액을 뺀 수치로 개인 피해자들의 피해 규모를 추측해 볼 수 있는 액수다. 

이날 결정을 가장 무겁게 느낄 곳은 펀드 판매 액수가 가장 많은 신한금융그룹일 수밖에 없다. 독일 헤리티지펀드는 신한투자증권(구 신한금융투자) 등 7개사가 2017년 4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4835억원어치를 판매했다. 이 가운데 신한투자증권이 3907억원을 판매했으며 NH투자증권(243억원), 하나은행(233억원), 우리은행(223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신한투자증권은 결정 수용여부와 관련 “분조위의 취소 결정 이유에 대한 법률검토와 고객보호 및 신뢰회복 등의 원칙하에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이사회에서 결정할 예정이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5대 사모펀드 분쟁조정 일단락 

라임펀드 역시 신한금융으로서는 타격이었다. 2020년 7월 금감원은 라임펀드 전액 배상을 결정했다. 당시 금감원은 “라임자산운용과 신한금융투자가 부실을 인지한 이후에도 부실이 드러나지 않도록 운용방식을 변경해 가면서 펀드 판매를 지속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7월 금융위원회는 라임펀드를 불완전 판매한 신한은행에 사모펀드 신규 판매를 3개월간 정지하고, 57억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도 했다. 

그런데 신한금융그룹의 사모펀드 폭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난 9월 22일 신한은행은 신한 피델리스펀드 사기 판매 혐의로 형사고소당했다. 신한 피델리스펀드 만기일은 2021년 2월과 6월로 예정되어 있었으나 아직까지 원리금 상환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펀드의 총 피해 규모는 1800억원에 달하고 고발인들의 피해 금액만 해도 90억원에 이른다. 고발인들은 2019년 7월부터 2020년 1월까지 이 펀드에 가입한 고객들이다. 해당 펀드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무역 상황이 어려워졌다는 이유로 투자금을 돌려주지 않고 있다.  

신한 피델리스펀드는 우량 무역업체의 ‘확정 매출채권’에 투자하고 매출채권 미상환에 대비해 글로벌 대형 보험그룹사의 무역신용보험에 가입되어 있어 안전한 상품이라고 홍보돼 왔다. 보험금 지급으로 원리금을 담보할 수 있고, 바이어 및 보험사가 원리금을 상환하지 않을 경우 판매사가 모든 미상환 금액에 대해 지급을 보증하므로 원금 손실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었다.   

피해자들은 이러한 투자 홍보 자체가 문제라는 주장을 하는 한편 피델리스자산운용과 신한은행이 가까운 관계에 있다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우선 피델리스자산운용 장모 대표는 신한은행에서 신용관리부담당 부행장, 인천국제공항지점 지점장, 신용관리부 부장, 역삼동 기업금융지점 지점장, 중소기업지원부 부장을 지낸 ‘신한맨’이다. 피해자들은 2020년 라임자산운용이 해외 채권에 투자한 크레디트인슈어드 무역금융펀드(라임CI펀드)의 투자금 회수를 피델리스자산운용에 맡긴 것도 둘 사이의 관계를 보여준다고 주장한다. 피델리스가 운용하는 무역펀드 역시 대규모 상환 유예가 발생한 상황에서 라임CI펀드 판매사인 신한은행이 피델리스에 투자금 회수를 맡긴 것이 이상하다는 것이다. 피해자 측은 “대표가 신한은행 출신이 아니라면, 내 코가 석 자인 피델리스에 라임펀드 해결을 맡길 수 있었을까”라는 의혹을 제기한다.

피해자들은 애초에 펀드 설계 자체가 말이 안 되는 데도 불구하고 신한은행 측이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펀드를 판매했다는 주장도 편다. 우선 무역펀드의 구조를 생각하면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많다는 주장이다. 해당 펀드는 원자재 수출업체(판매사)의 확정 매출채권에 투자한다. 과거 수출회사의 신용장을 담보로 미리 돈을 빌려주는 것과 비슷한 구조다. 나중에 물품 대금이 지급되면 그것이 펀드 투자 수입이 된다. 그런데 자산운용보고서, 상품설명서를 보면 수출 물품 판매사(seller)와 매입사(buyer)가 동일 국적 회사인 사례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 정말로 무역 대금을 담보로 돈을 빌려줬는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판매사의 지급보증 역시 법적 구속력이나 실효성이 의심스럽다고 주장한다. 파산하지 않은 판매회사도 만기 이후 현재까지 원리금을 상환하지 않고 있어 사법기관의 수사를 통해 지급 보증의 법적 구속력이나 실효성을 규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역펀드’ 왜 자꾸 문제 일으키나 

애초에 펀드 상품을 팔 때 설령 부실이 생겨도 보험을 통해 원리금이 보장된다고 하였으나 이 역시 미심쩍다는 것이 피해자들의 입장이다. 자산운용보고서를 보면 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은 채권이 발견될 뿐 아니라  글로벌 대형 보험사라고 처음에 설명했으나 그 자회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은 이러한 이유에서 구체적인 펀드 운용 상황과 계약 내용을 알고 싶어 하지만, 신한은행은 이에 대해 피해자들에게 답변하지 않고 있다.

피해자들은 라임펀드, 피델리스펀드 등 일련의 ‘무역펀드’들이 한통속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한다. 사실 지난 정부에서 환매 중단된 펀드들은 해외 금융투자업체들이 펀드 구조를 설계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펀드 투자를 담당한 홍콩, 싱가포르 소재 금융투자업체들이 서로 채권을 돌려막기 하면서 투자자들의 돈을 빼돌렸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매출이 발생하지도 않았는데도 채권을 발행하는 일종의 ‘폭탄 돌리기’를 하면서 돈을 끌어오다가 한계에 이르면 환매 중단을 선언해 버린다는 것이다. 이의환 전국사모펀드사기피해 공동대책위원장은 “금감원 등 금융당국은 사모펀드 자산에 대해 관리·감독할 권한이 없을 뿐 아니라 해외 운용사의 펀드를 국내에 판매했을 경우 어떻게 펀드를 발행했는지도 확인하기 힘들다”라며 “이러한 깜깜이 펀드는 결국 판매사인 대형 은행과 증권사들이 제대로 파악해야 하는데 팔아만 놓고 나 몰라라 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신한은행은 형사고소에 대해 “사모펀드 상품에 대한 사적 화해 절차를 진행하는 한편 투자자산회수를 통한 고객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수사와 관련해서 고객들이 의구심을 가지고 있는 부분을 소명할 예정”이라고 했다. 또 피델리스자산운용과의 관계가 의심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며, 피델리스펀드는 출시 당시 신한은행 내부 상품 프로세스에 따라 적합하게 선정되었다”고 해명했다. 향후 피해 구제 절차에 대해서는 “법원판결이나 분조위 결정 이전에 투자자 보호를 위해 작년 11월 이사회 결의를 통해 라임CI펀드 분쟁조정위원회 결과를 바탕으로 배상기준을 마련해 선제적으로 사적 화해를 진행하고 있다”며 “12월 1일 기준으로 사적 화해 진행현황은 본건 가입고객의 약 85% 수준으로 고객과의 합의를 통해 배상금 지급을 완료하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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