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 한국 남자골프 최고 권위 대회인 코오롱 제62회 한국오픈에서 뛰어난 실력으로 국내 골프팬을 깜짝 놀라게 한 태국 골퍼가 있었다. 재즈 젠와타나논(29·태국·이하 재즈). 원래 이름은 아티위트인데 재즈 음악을 좋아하는 아버지가 붙여준 애칭을 활동명으로 사용하고 있다. 한국오픈의 대회 코스인 우정힐스 컨트리클럽은 깊은 러프와 빠른 그린, 까다로운 핀 포지션 등 어려운 코스 세팅으로 유명한 곳이다. 2타 차 선두로 마지막 라운드를 출발한 그는 한때 5타 차까지 앞서다 11번 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을 물에 빠트리고는 트리플보기를 했다. 그리고 14번 홀(파4)에서도 스리 퍼트로 보기를 했다. 1타 차까지 추격을 허용했다. 보통 이렇게 되면 무너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끝까지 마음을 다잡은 재즈는 결국 승리를 지켰다. 재즈는 2019년 아시안투어에서 4승을 거두고 상금왕을 차지했다. 하지만 재즈는 세계 정상급 선수로 도약하지 못했다. 지난해 DP월드투어(옛 유러피언 투어) 23개 대회에 출전해 14번 컷 탈락했고, 톱10에 든 것은 단 한 번뿐이었다. 아시안투어 7승을 기록 중인 그는 2022년 11월 인터내셔널시리즈 모로코에서 우승한 이후로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부터 이시우 코치의 빅피시 아카데미에 합류해 해답을 찾고 있다. 한국에서 3주간 동계훈련을 했고, 올해 초 베트남 전지훈련에 참가해 한국 선수들과 함께 훈련했다.
그는 아시안투어와 인터뷰에서 “이시우 코치와 함께 훈련하면서 밸런스를 되찾았다. 올해는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고 했다. 태국에서 뛰던 김주형과 가까운 사이여서 일찌감치 이 코치와 알고 지내던 재즈는 지난해 LPGA투어에서 우승한 태국의 파자리 아난나루칸의 소개로 이시우 사단에 합류했다.
엄청난 유망주이던 그가 부진의 늪에 빠진 원인은 무엇일까? 이 코치의 설명이다.
“재즈는 아시안투어 상금왕 이후 유럽투어에 진출하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교습가들한테 레슨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복잡하고 어려운 동작들을 따라 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스윙을 잊은 것 같다. 지난해 만났을 때 좀 지친 느낌이었고 언제든 편하게 칠 수 있는 패턴으로 자신의 스윙을 만들고 싶어 했다.”
재즈의 스윙은 몸의 움직임이 과도해 효율적으로 힘을 전달하지 못했다. 힘으로 밀어붙이는 스윙을 했다.
그래서 스윙 밸런스를 먼저 잡고 힘을 사용하는 패턴을 만들기로 했다. 어떤 훈련이 필요할까? 이 코치의 말이다. “새로운 스윙 패턴을 만들 때는 척추 각도와 공에 힘을 잘 전달할 수 있는 포지션을 만드는 과정이 중요하다. 우선 임팩트 포지션 때 척추 기울기와 하체의 밸런스를 느끼는 동작을 연습한다. 바닥에 수건울 깔고 맨발로 스윙하면서 느낌을 찾도록 했다. 임팩트 직전 척추각이 어떤지를 알기 위해 코어 근육를 버티는 훈련도 많이 했다.”
이 훈련은 주말골퍼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
“오버 스윙을 하시는 주말골퍼가 많다. 우선 스윙 크기와 거리는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스윙 크기가 짧아도 회전과 중심축이 잘 잡혀 있으면 정타(正打)로 장타(長打)를 칠 수 있다. 거울을 보면서 머리를 가급적 고정하면서 몸통 회전이 이뤄지도록 반복 훈련한다. 중심축이 흔들리면 스피드와 밸런스 모두 잃고 만다. 심플하지만 강한 스윙을 만들기 위해서는 중심축을 잡는 훈련이 핵심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