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프라이즈 테크 스타트업인 ‘피그먼트(Pigment)’의 서비스. photo 피그먼트 홈페이지 캡처
엔터프라이즈 테크 스타트업인 ‘피그먼트(Pigment)’의 서비스. photo 피그먼트 홈페이지 캡처

개인 사용자들에게 친근하지는 않지만 기업 시장에서 비즈니스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최신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을 ‘엔터프라이즈 테크(Enterprise Tech)’ 기업이라고 부른다. IBM, 오라클, 시스코 등이 해당 분야의 대표적인 대기업들이다.

엔터프라이즈 테크 분야는 비즈니스 환경에서 사용되는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서비스, 기타 기술 솔루션을 모두 포괄한다. 이러한 기술들은 기업이나 조직의 복잡한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설계되며 운영 효율성 향상, 비용 절감, 데이터 관리, 보안 강화 등 다양한 비즈니스 목표를 지원한다.

최근 엔터프라이즈 테크 분야에서 기술력과 아이디어로 무장한 스타트업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들 스타트업은 기존 기업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에 대한 창의적인 해결책을 제시해 주목받고 있다.

 

인기 모는 엔터프라이즈 테크 스타트업

해외 기업과 일하다 보면 흔히 듣는 말 중에 ‘GTM(Go-To-Market)’이라는 용어가 있다. GTM은 기업이 고객과 소통해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도록 설득하고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을 의미한다. GTM 팀은 시장 조사, 타깃 고객 정의, 제품 출시 계획 수립, 마케팅 및 판매 전략 개발, 파트너십 및 제휴 관리, 성과 측정 및 분석 등 제품이나 서비스의 성공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역할을 한다.

파리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 ‘피그먼트(Pigment)’는 GTM을 지원하는 플랫폼 중 하나다. 피그먼트는 AI 기술을 활용해 기업의 전략 수립과 의사결정을 돕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인데, 지난 4월 초 1억4500만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2019년 설립된 이 회사는 구글 출신 엘레오노어 크레스포가 공동 창업자 중 한 명이며 단기간에 주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내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피그먼트는 지난해 매출이 3배 성장했으며, 고객 수를 2배로 늘렸고, 유럽 회사인데도 고객 중 절반은 미국에 있다. 유니레버, PVH(캘빈클라인, 타미힐피거 브랜드 보유), 포시마크(2022년 네이버가 인수) 등 다수의 유명 기업을 고객사로 확보한 상태다. 최근 전반적으로 벤처 투자가 감소하는 추세이고 그간 프랑스 스타트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피그먼트의 미래 사업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상당하다는 걸 알 수 있다.

피그먼트의 주력 제품은 클라우드 기반의 비즈니스 예측 및 시뮬레이션 플랫폼이다. 이 플랫폼은 기업의 다양한 데이터(재무, 영업, 마케팅, 인사 등)를 통합 분석하고, AI 알고리즘을 적용해 미래 비즈니스 환경을 예측한다. 사용자는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를 통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설정하고 각 시나리오에 따른 비즈니스 성과를 시뮬레이션 해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의사결정권자는 불확실성이 높은 경영 환경에서도 신속하고 정확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된다.

피그먼트의 플랫폼은 기존의 데이터 분석 도구나 ERP(전사적 자원 관리) 시스템과 달리 ‘미래 예측’에 특화되어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과거 데이터 분석에 그치지 않고 예측 정보를 제공해 기업이 선제적으로 기회와 리스크에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한 챗GPT를 이용하듯 자연어로 원하는 정보를 요청할 수 있어 사용이 편리하고, 클라우드 형태로 제공되어 빠른 구축과 유연한 확장이 가능하다.

기존 협업 도구들이 주로 문서 공유, 커뮤니케이션, 프로젝트 관리에 중점을 둔 반면에, ‘미로(Miro)’는 아이디어의 ‘시각화(Visualization)’ 및 이에 기반한 협업에 초점을 맞춘 플랫폼을 제공해 인기를 끌고 있다. 시각화는 정보를 그래픽으로 표현하는 과정으로 복잡한 데이터나 아이디어를 쉽게 이해하고 분석할 수 있게 도와주며 정보의 패턴, 추세, 상관관계를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해준다. 그에 따라 최근에 시각화를 지원하는 협업 도구가 인기를 끌고 있는데 해당 분야의 선두 주자 중 하나가 미로다.

미로는 사용자가 원격으로 협업하고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는 시각적 작업 공간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동료들과 실시간으로 함께 작업하면서 프로젝트 계획 작성, 브레인스토밍, 워크숍 진행, 각종 설계나 개발을 할 수 있다.

미로의 특징은 사용자가 온라인 화이트보드 공간을 무한 확장할 수 있어서 아무리 큰 프로젝트나 복잡한 아이디어도 다양한 시각적 요소와 기능을 자유롭게 활용해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미로는 마인드맵을 통한 아이디어 구조화, 펜으로 자유롭게 그리기, 작업추적, 투표, 130여개의 타사 앱 통합, 2000여개의 템플릿 등을 제공하며 ISO/IEC, NIST 등의 인증도 취득했다. 미로는 지난해 1억9140만달러의 매출을 달성하면서 가파른 성장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 외에도 의사결정 개선을 위한 AI 플랫폼을 제공하는 ‘데이터로봇(DataRobot)’, 클라우드 기반 인사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스토(Gusto)’, 기업의 보안 분석 및 자동화 기술을 제공하는 ‘타니움(Tanium)’, AI로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을 분석하고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공(Gong)’ 등 다양한 엔터프라이즈 테크 스타트업들이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엔터프라이즈 테크가 비즈니스 좌우해

전 세계적으로 기업의 디지털전환(Digital Transformation) 흐름이 가속화되면서, 엔터프라이즈 테크 분야도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업무 효율화와 비즈니스 혁신이 기업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특히 AI 기반의 데이터 분석, 고객 서비스 개선, 자동화, 미래 예측, 정교한 의사결정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엔터프라이즈 테크 기업들은 고객사의 디지털전환을 실질적으로 지원하고 신기술의 비즈니스 적용 가치를 입증하기 위한 노력을 배가할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 혁신을 위한 ‘기술 파트너’로서 고객사의 신뢰를 얻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셈이다.

디지털 기술이 산업의 경쟁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는 지금, 엔터프라이즈 테크 분야의 혁신이 비즈니스의 미래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 트렌드의 변화에 주목하며 발 빠르게 대응하는 기업만이 이 거대한 전환의 흐름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다. 그에 따라 앞으로 엔터프라이즈 테크 시장은 빅테크와 스타트업 간 협력과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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