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경기도 김포시의 서울특별시 편입과 관련해 오세훈 서울시장과 만난 김병수 김포시장(오른쪽). photo 뉴시스
지난해 11월 경기도 김포시의 서울특별시 편입과 관련해 오세훈 서울시장과 만난 김병수 김포시장(오른쪽). photo 뉴시스

4·10 총선이 여당인 국민의힘의 참패로 끝나면서 ‘메가시티 서울’이 사실상 좌초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대 격전지인 수도권에서 경기도 김포시 등 서울 인근 도시를 서울에 편입하겠다는 이른바 ‘메가시티 서울’을 총선 공약으로 내놓은 바 있다. 특히 김포시와 구리시의 서울 편입과 관련해서는 이미 특별법안까지 제출한 상태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전국 17개 광역지자체 가운데 가장 많은 60개 의석이 걸린 경기도에서 10분의1에 불과한 6석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서울에서도 48개 의석 중 4분의1이 채 안 되는 11개를 확보하는 데 그치며 2020년 21대 총선에 이어 수도권에서 기록적인 패배를 당했다.

사실 ‘메가시티 서울’은 국민의힘이 김기현 전 대표 시절 추진한 정책인데, 지난해 12월 김기현 전 대표가 당 대표에서 물러나면서 동력이 약화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후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취임한 한동훈 전 위원장이 “목련이 피는 봄이 되면 김포는 서울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입장을 밝히면서 재차 총선 이슈로 떠올랐다. 한데 3분의2 가까운 국회 의석을 ‘메가시티 서울’에 부정적 입장을 보인 범야권이 석권한 상태다. 야당이 반대하는 상황에서 여당 단독으로 ‘메가시티 서울’ 관련 특별법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국회 과반 이상의 의석 확보가 필수다. “목련이 피기도 전에 싹이 떨어졌다”는 장탄식이 나오는 까닭이다.

 

‘메가시티 서울’ 사실상 좌초

특히 서울 편입을 타진해 온 서울과 연접한 지역 모두를 더불어민주당에 내어준 것은 뼈아프다. 앞서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해 11월부터 ‘메가시티 서울’ 논의가 시작되자 김병수 김포시장을 시작으로, 백경현 구리시장, 이동환 고양시장, 신계용 과천시장과 차례로 만나 해당 지자체의 서울 편입을 논의하고 공동연구반까지 구성한 상태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번 총선에서 김포시 갑·을 2개 선거구는 물론, 고양(4석), 하남(2석), 구리와 의왕·과천에 걸린 각각 1석을 모두 민주당에 내어줬다. 해당 지역은 2022년 6월 지방선거 때 모두 국민의힘 기초지자체장이 당선된 곳들인데, 2년도 안돼 완전히 민심이 돌아선 셈이다.

특히 김포의 서울편입 논의를 최초 제기한 국민의힘 홍철호 후보는 김포시을에서 현역인 민주당 박상혁 의원에게 11.05%포인트 차로 패했다. 김포의 서울 편입 논의를 주도하고 있는 김병수 현 김포시장은 김포에서 재선 의원을 지낸 홍철호 전 의원의 보좌관 출신이다. 홍 전 의원은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 김병수 시장이 당선된 직후 김포시장 인수위원장으로 활동했고, ‘메가시티’ 논의와 함께 국민의힘 뉴시티 특위 위원으로도 선임됐다.

서울과 더 가까운 김포시갑에서도 현역인 민주당 김주영 의원이 국민의힘 후보를 눌렀다. 선거 직전인 4월 8일 김병수 김포시장이 “김포와 서울의 통합은 총선과 무관한 사항”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지역구 국회의원 2명이 모두 ‘메가시티 서울’에 부정적인 민주당으로 채워지면서 김포의 서울 편입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평가다. 실제로 21대에 이어 22대에도 당선된 김주영·박상혁 의원은 선거공보에서 ‘서울 편입’에 대해 일언반구조차 언급하지 않았다.

행정구역이 서울 송파구와 경기도 성남시, 하남시 3곳으로 쪼개져 서울 편입 논의가 활발했던 위례신도시를 선거구로 포함한 하남시갑에서도 민주당 추미애 전 의원이 국민의힘 이용 의원(비례대표)을 누르고 6선에 성공했다. 지난 대선 때 윤석열 대통령 수행실장을 지낸 이용 의원은 국민의힘 뉴시티 특위 위원으로, 하남 위례신도시의 6개월 내 서울 편입을 총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에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비대위원장도 “하남이 서울 송파로 편입되길 원하면 국민의힘과 이용을 선택해 달라”며 “추미애 후보가 그걸 해낼 수 있을 것 같으냐”고 주장한 바 있는데 결국 수포로 돌아간 것이다.

하남시을에서도 오세훈 서울시장의 측근인 이창근 전 서울시 대변인이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해 서울 편입에 대한 기대를 키웠으나 역시 민주당 후보에 밀려 낙선했다. 국민의힘이 김포와 함께 서울편입 특별법안을 제출한 구리에서도 현역 의원으로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윤호중 의원이 국민의힘 후보를 누르고 5선 고지에 올랐다.

몇 안 되는 국민의힘 수도권 당선자 중에서도 ‘메가시티 서울’에 부정적 입장을 보인 김재섭 후보가 서울 도봉갑에서 당선됐다. 김재섭 당선인은 김기현 전 대표가 ‘메가시티 서울’을 추진하자 여권 내에서 최초로 반대 목소리를 낸 바 있다. 당시 김 당선인은 “새로운 서울을 만들어 낼 것이 아니라 있는 서울부터 잘 챙겨야 한다”며 “도봉구에 사는 사람들은 서울 도심으로 향하는 지하철과 도로를 경기도까지 확장하고 내어주면서 만성적인 교통 정체와 지옥철에 시달린다”고 서울 확장에 공개 반대한 바 있다. 김 당선인은 국민의힘이 불과 11명의 당선자를 낸 서울에서도 민주당의 아성(牙城)과 같은 도봉구에서 당선된 터라, 이 같은 주장에 상당한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김포, 경기북도와 남도 중 갈림길

자연히 총선 결과 서울 편입 전망이 흐려진 이들 서울 인접 지역은 각자도생의 길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서울 편입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김포시는 경기북도와 경기남도 중 한 곳을 택해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김포시는 한강 이남에 있지만, 인천광역시로 인해 경기도청 소재지인 수원과 단절된 월경지다. 경기도를 북도와 남도로 분도(分道)할 경우, 비록 한강 이남에 있지만 경기북도에 속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김포시는 한강으로 단절되고 재정자립도가 떨어지는 경기북도에 속할 바에야 차라리 서울에 편입되겠다는 입장이었다. 

김포시의 한 관계자는 “김포시민들은 경기북도에 편입되기를 원치 않는다”며 “시민들이 서울 편입에 찬성하는 터라 민주당 국회의원들조차 서울 편입을 공개적으로 반대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민주당 소속 김동연 경기지사가 최초 제안한 경기도 분도는 국민의힘에서도 전향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여야가 상당 부분 공감대를 형성한 상태다.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은 “목련이 피는 4월이 되면 의정부와 동두천이 경기북도의 새로운 중심지로 다시 태어나길 기대한다”고 김포의 서울편입과 경기도 분도를 ‘원샷’으로 처리하자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김동연 지사의 전임자로 의회 권력을 다시 틀어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경기 북부 재정에 대한 대책 없이 분도를 시행하면 강원서도(西道)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한 것은 한 가닥 변수다. 

김포시의 한 관계자는 “김포는 총선 전에도 지역구 국회의원 2명이 모두 민주당이었던 만큼 총선 전후로 달라진 것이 없다”며 “서울시와 김포시는 한마음 한뜻으로, 오히려 정치적 거품이 걷힌 만큼 서울 편입을 더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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