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버스가 12년 만에 총파업에 돌입한 지난 3월 28일 서울 소재 시내버스 차고지에 버스들이 주차돼 있다. photo 뉴시스
서울 시내버스가 12년 만에 총파업에 돌입한 지난 3월 28일 서울 소재 시내버스 차고지에 버스들이 주차돼 있다. photo 뉴시스

지난 3월 28일 서울 도심의 버스 전용차선이 텅 비었다. 서울 시내버스 노조가 12년 만에 총파업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이날 약 95%의 버스가 오전 운행을 멈추면서 출근길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총선을 앞둔 시기 총파업에 돌입한 노조는 시민들의 비난을 샀다. 노조가 투쟁으로 얻어낸 결과는 4.48%의 임금 인상(65만원의 명절수당)으로, 앞서 노사 협상과정에서 서울지방노동위원회가 제시한 중재안 6.1%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언론에서는 임금 협상의 결과로 서울시가 600억원의 혈세를 투입하게 됐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시내버스 준공영제에 따라 사실상 임금 인상분을 모두 서울시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작 파업의 승자는 따로 있다. 아무것도 잃지 않은 버스회사들과 그를 사들인 사모펀드다. 특히 준공영제 시내버스를 인수한 사모펀드들은 적극적인 수익 실현과 비용절감에 노력을 쏟은 탓에 버스 운송사업자의 처우를 악화시킨 파업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20년 맞은 준공영제의 허점

시내버스 준공영제는 공공성 강화를 목적으로 지방자치단체가 시내버스 노선과 운행 계통 등의 조정권한을 가지면서 운송사업자의 운송수입 부족분을 재정 지원하는 제도다. 비수익·적자 노선을 안정적으로 유지해 시민의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목적이다. 서울시는 2004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이 제도를 도입했다. 2014년에는 준공영제를 소개하면서 “대중교통 환승할인 등으로 시민 부담을 경감하는 한편, 운수종사자 처우를 개선해 버스 교통사고가 감소하는 등 성과가 많았다”고 자찬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시내버스 적자 규모가 증가함에 따라 2022년 시내버스 재정 지원에 8000억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해야 했다. 시기별로 살펴보면 재정지원금은 2020년 1705억원, 2021년 4561억원, 2022년에는 8114억원이다.

문제는 서울시의 재정지원금이 근로자의 처우 개선으로 연결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사측은 2021년 경영난을 이유로 시내버스 근로자들의 임금을 동결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운송수입이 감소했다는 이유다. 그러나 같은 시기 버스회사들은 대중교통 이용수요 감소에 따른 경영타격을 전혀 받지 않았다. 운송수입 감소에 따른 적자를 시에서 재정보조금으로 메워줬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시 버스준공영제 전체 당기순이익 변화를 살펴보면 2020년 747억원, 2021년 772억원, 2022년 716억원으로 꾸준히 700억원대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미처분이익잉여금 역시 수천억원대를 유지했다. 2020년 4542억원, 2021년 4719억원, 2022년 4704억원이다. 2015년 2821억원과 비교하면 2000억원가량 증가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내버스 준공영제가 결국 버스회사 사주만 배불린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운송적자가 버스 기사들 임금 인상의 발목을 잡지만, 정작 버스회사에는 적자를 메우기 위한 세금이 계속 투입됐기 때문이다. 사측이 2년 연속 임금 동결을 주장하면서 파업이 예고됐다가 막판에 극적 합의한 2022년에는 기사들의 처우 문제도 지적됐다. 서울 시내버스 기사들이 1인당 한 끼에 평균 단가 3168원(65개 조합사·102개 영업소)의 식사를 제공받고 있다는 ‘부실식단’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 2022년 기준 서울시교육청에서 책정한 초등학생 1인당 한 끼 단가 5256원보다도 현저히 낮은 금액이다. 이처럼 준공영제를 둘러싼 여러 문제가 제기되자 결국 서울시는 지난 4월 1일 준공영제 도입 20년을 맞아 제도 개선에 나선다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준공영제에 대해 지적된 문제를 전반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8월 연구용역에 착수했다”며 “오는 하반기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9호선’ 트라우마 건드린 사모펀드의 진출 

준공영제의 더 큰 문제는 위험을 안지 않고 요금수입과 무관하게 꾸준히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이유로 사모펀드들이 2020년경부터 준공영제가 도입된 시내버스 사업에 진출했다는 점이다. 지자체의 예산이 버스업체를 거쳐 사모펀드로 흘러간다는 점도 문제지만, 더욱이 사모펀드는 단기간 고수익 고배당을 추구하는 특성상 높은 수준의 배당금을 투자자에게 지급하기 위해 운수종사자 처우개선과 시설개선 재투자 등에 소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고배당에 따라 운수회사의 재무건전성이 저하되거나, 향후 투자금 회수를 위한 운수회사 매각 시 안정적 회사운영을 저해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해 유재호 서울시내버스 노조 사무부처장은 “사모펀드는 돈 넣고 돈 먹기 하는 사람들이다. 보통(운수회사들)은 미처분이익잉여금도 남겨두고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면서 안전, 미래를 보고 운영하는데 사모펀드는 모두 배당받아서 그냥 가져가버린다”며 “결국 운수회사는 껍데기만 남게 되는데, 서울시에서는 자본 잠식된 회사에 인건비나 운영비 등 표준운송원가(버스 1대를 운영하는 데 들어가는 총비용)를 지급해줘야 하는 거다. 시가 사모펀드를 더 엄격하게 점검하고 제한을 둬 운수회사의 재정을 건전화하는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은 시내버스 준공영제 제도 개선과 함께 가장 먼저 언급되는 사모펀드다. 현재 서울 시내버스 7382대 가운데 1027대를 보유하고 있다. 인천과 대전까지 더하면 1700여대의 버스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6월 설립된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은 같은 해 12월 ‘퍼블릭모빌리티 제1호’ PEF를 통해 한국비알티자동차를 인수했다. 이를 시작으로 동아운수, 도원교통, 신길교통, 선진운수, 선일교통 등 서울 시내버스 회사를 연달아 인수했다. 서울에 그치지 않고 대전, 인천, 제주 등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도입한 타 지역의 버스회사들도 다수 인수했다.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은 “난립해 있는 중소 버스업체들을 인수, 규모의 경제를 통해 경영효율화를 이뤄낼 수 있다”며 이를 통해 시민에게 혜택이 가도록 하겠다고 홍보했다. 시내버스를 인수한 이후 임원과 관리직 인건비를 15% 상당 절감하며 일부 운영효율화도 달성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이 버스업체 다수를 인수하자 서울시의회를 비롯한 정치권에서는 공공성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일찍이 ‘9호선 논란’을 겪은 바 있어서다. ‘9호선 논란’은 2012년 서울시 지하철 9호선의 기습적인 요금 인상 발표로 9호선 대주주 현대로템, 맥쿼리한국인프라펀드(맥쿼리자산운용이 운용한 상장 공모 펀드) 등이 서울시와 소송전을 벌이다 이듬해 10월 철수한 사건이다. 당시 서울시는 9호선 사업재구조화를 추진하면서 철수하지 않으려던 2대 주주 맥쿼리인프라펀드와 극심한 갈등을 빚은 바 있다. 더욱이 차종현 대표를 비롯한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의 핵심 구성원들은 맥쿼리자산운용의 인프라투자팀 출신이다.

 

사모펀드의 준공영제 시내버스 활용법

실제로 시내버스를 인수한 사모펀드들은 투자자의 수익을 보장하기 위해 높은 배당성향을 유지했고, 이를 위해 차고지를 매각하거나 당기순손실에도 배당하는 사례가 있었다. 2021년 MC파트너스에 인수된 수원지역 최대 버스업체 수원여객은 같은 해 12월 차고지를 매각해 367억원을 마련했는데, 이 가운데 240억원은 버스회사 인수대금 대출상환에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 차파트너스에 인수된 도원교통은 2022년 유상증자를 통해 297억원을 마련하고 선일교통을 인수했다. 이 과정에서 도원교통은 배당률 10%의 고배당 우선주를 발행했는데, 때문에 도원교통의 배당액이 늘었다. 2022년 도원교통은 우선주 배당금으로 8억4179만원을 썼다. 

차파트너스가 2021년 인수한 신길교통은 인수 다음해인 2022년 12억7500만원을 배당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자본잉여금 대부분이 이익잉여금으로 전환됐다. 2022년 신길교통의 감사보고서를 살펴보면 275억원이던 자본잉여금 가운데 229억원이 이익잉여금으로 전입된다. 이익잉여금을 처분해 배당을 지급하는 만큼, 회계적인 조치를 통해 배당의 원천이 되는 재원을 늘린 것이다. 자본잉여금은 원칙적으로 배당이 불가능하지만, 상법상 자본준비금과 이익준비금의 총액이 자본금의 1.5배를 초과하는 경우 주총 결의에 따라 그 초과한 금액 범위에서 이익잉여금으로 전입시킬 수 있다.

2019년 2월 차파트너스에 인수된 인천 명진교통은 같은 해 4월과 12월 두 차례 차파트너스를 상대로 무보증 무기명 사모사채를 발행했다. 5년 만기(2024년 12월 27일)에 각각 이자율은 7.5%, 20%다. 이에 따라 명진교통은 차파트너스에 매년 3억원에서 5억원 사이의 이자를 내게 됐다. 2022년에는 이자비용으로 차파트너스퍼블릭모빌리티 제1호에 4억9551만원을 지급했다. 이 밖에 동아운수와 대전 동인여객, 대전승합은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던 때에도 배당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차파트너스 관계자는 “이익잉여금 전입이나 당기순손실 시 배당은 대부분 투자 초기 일회성으로 진행됐다. 인수과정에서 기존 개인사주들의 요구를 받아들이며 이뤄진 것”이라며 “대부분 당기순이익 내에서 배당을 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막연히 사모펀드가 배당을 하니 돈을 덜 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만 인수한 회사들은 오히려 개인사주가 소유할 때보다 시설이나 근무 환경이 개선됐다. 기관투자자이기 때문에 정비시설이나 안전장치 등도 더 높은 기준으로 관리한다”고 전했다. 차파트너스는 올해 말부터 2026년까지 순차적으로 만기가 도래하는 펀드들의 만기 연장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자체에서는 펀드 만기가 다가오면서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위한 비용 절감, 차고지 등 핵심자산 매각 등이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김상철 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위원장은 사모펀드의 시내버스 사업 진출에 대해 “현행 준공영제는 사업자 관점에서는 이용자가 많든 적든 이윤이 보장되고, 서울시 입장에서는 직접적인 책임 없이 보조금만 주면 버스 시스템이 유지되는 제도다. 사모펀드는 시 보조금으로 고정적인 이익을 얻을 수 있어 사업 조건에 부합한다”고 했다. 이어 “다만 노동자들 입장에서는 임금은 사업주가 내야 하는데, 사업주는 그걸로 배당을 하고 임금은 서울시가 보조금으로 주는 구조가 된 것이 답답할 수 있다”며 “외국의 경우 정기권 발행 등으로 공공재정을 사업체가 아닌 이용자를 지원하는 데 사용한다. 이용자 보조로 재정이 나가면 지방정부나 사업자는 이용자를 늘리기 위한 정책을 펼치게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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