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대한민국과 태국의 경기, 대한민국이 1:1 동점으로 경기를 마치자 팬들이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을 향한 항의 현수막을 들고 있다. photo 뉴시스 
지난 3월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대한민국과 태국의 경기, 대한민국이 1:1 동점으로 경기를 마치자 팬들이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을 향한 항의 현수막을 들고 있다. photo 뉴시스 

대한축구협회가 40년 만에 올림픽 진출 실패라는 참사에 대해 사과했다. 다만 홈페이지에 올린 사과문에는 왜 이런 사태가 벌어졌는지, 누구의 책임인지, 해결법은 무엇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40년 만의 참사’에 대한축구협회 입장은 그 짧은 사과문 하나에 다 담긴 셈이다.

사과문에도 성난 민심은 쉽게 사그러들지 않는다. 두 달 전에도 축구협회는 사과문을 게시한 적이 있다. 지난 2월 2023 AFC 카타르 아시안컵 준결승에서 요르단에 0-2로 패하면서 64년 만에 도전했던 우승의 꿈이 산산조각나자 홈페이지를 통해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이름으로 발표문을 게시했다. 클린스만 감독 경질과 새로운 감독의 선임 착수 등을 명시했지만 그 어느 것도 명확하게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에는 올림픽 진출 실패라는 참사가 벌어졌다. 협회의 총 책임자인 정몽규 축구협회 회장도 책임을 져야하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계속되는 이유다.

축협은 '개혁'이라는 단어와 쌍을 지어 단골로 등장하는 단체다. 독단적인 행정 처리 등으로 축구 발전을 축협이 저해하고 있다는 비판에 자주 노출돼 왔다. 대표적인 게 지난해 있었던 '비위 축구인 기습 사면' 논란이다. 클린스만 전 감독의 선임 역시 정몽규 회장의 책임이 크게 거론되고 있지만 그간의 실패에 그가 책임 지는 모습을 보인 적은 없었다. 일단 회피할 뿐, 결국에는 크게 다르지 않은 현재의 구조를 그대로 가져가면 그만이다. 이런 과정들 때문에 축협을 향한 민심을 요약하면 이렇다. "개혁은 필요한데 개혁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외부 견제도, 내부 견제도 쉽지 않아

축협을 향한 외부 견제 장치는 마땅치 않다. 가장 큰 이유는 국제축구연맹(FIFA)이 내세우는 축구협회의 독립성 때문이다. 보통 축협에 대한 국정감사가 견제책이 될 수 있을 거라 보지만 실제로 이 단계까지 가기란 쉽지 않다. FIFA는 각국 축구협회에 정부나 외부 단체, 제3자의 간섭 없이 자율성과 독립성을 갖고 운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독립성 부분 때문에 축구협회를 대상으로 한 국감은 의외로 몇 번 열리지 않았다. 그렇다고 불가능했던 건 아니다. 열더라도 일종의 우회로를 통해 축협 관계자들을 국감장에 앉힐 수 있었다. 축협은 과거 국감장에 축협 회장을 부르겠다는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우린 피감기관이 아니다"라며 불편해 했다. 실제로 국정감사에 관한 법률이 정한 피감기관에는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국가 보조금 등 예산을 지원하는 사업 등으로 한정돼 있다. 

축구협회는 사단법인이고 연간 국고 지원금을 받지만 이 역시 대한체육회를 통해 지원받고 있기 때문에 상급단체인 대한체육회의 감사를 받는 상황에서 축협이 국감을 받아야 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다. 이 때문에 과거에는 일종의 우회책을 활용했다. 대한체육회를 감사하면서 그 하위단체인 축협 관계자를 '관련성 있는 증인'으로 소환하는 방법을 썼다. 

정치의 개입이 있을 경우 FIFA는 해당 국가에 대해 징계를 내리기도 했다. 이는 정치권의 개입을 주저하게 만든다. 실제로 FIFA는 과거 정부가 축구협회에 개입한 이라크에 대해서 두 차례나 국제대회 출장 정지 처분을 내리기도 했다. 반면 정치권의 축협에 대한 압력은 축구 선진국에서도 종종 벌어진다. 

과거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16강에 오르지 못했던 프랑스의 경우 레몽 도메네크 당시 감독이 청문회에 불려나가기도 했다. 제프 블래터 FIFA 회장은 “사르코지 대통령을 비롯한 프랑스 정부는 축구협회에 정치적으로 개입해서는 안된다”고 말했지만 프랑스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태는 축구만의 일이 아니라 프랑스 전체의 일”라고 반박했다. 

결국 축협에 대한 외부 견제가 쉽지 않다면 내부에서라도 견제가 필요한데, 현재 대한축구협회의 구조는 그것마저 어렵다. 회장 라인이 너무나 막강해 중요 사안에 있어서 의견 교환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그간 계속 흘러나왔다. 책임론에 휩싸인 회장이 또 다시 회장직에 도전해 4연임에 나설 지 모른다는 이야기가 이 시점에도 나오는 것 자체가 내부 견제의 부실을 뜻한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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