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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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군에서 병사들이 터무니없이 사망하는 불미스러운 사건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5월 23일 강원도 인제군 1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군기훈련(얼차려)을 받던 6명 중 1명이 쓰러졌다. 쓰러진 훈련병은 상태가 악화해 이틀 후인 25일 오후 사망했다. 군기훈련 규정엔 완전군장 상태에서 걷기만 시킬 수 있는데 연병장 구보(달리기)를 시키거나 팔굽혀펴기를 시킨 것으로 알려져 비판이 컸다. 결국 지난 6월 19일 춘천지검은 육군 12사단 훈련병 사망사건 당시 중대장(대위)과 부중대장(중위)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지난해 7월 폭우 사태 당시 실종자 수색작전 중 급류에 휩쓸려 사망한 해병대 ‘채상병 사건’에서는 지휘 책임을 놓고 사단장, 연대장, 대대장의 말이 서로 다른 상황이다. 책임지겠다는 지휘관은 없고 책임만 서로 떠넘기는 모양새다.

지난 6월 18일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만난 고성균 예비역 소장은 육군사관학교 훈육관·학교장, 육군훈련소장을 지낸 ‘군 교육’ 전문가다. 최근에 일련의 군 사고에 대해 현역은 쉽게 하지 못하는 쓴소리를 많이 해서 화제가 되고 있다. 이날도 “(12사단 훈련병 사망은) ‘가혹행위’이며 ‘직권남용’이다”라며 “군대도 법과 규칙을 지켜야 한다”고 했다. 해당 중대장이 여성이라는 점이  논란이 되는 것에 대해서는 “2005년 남자 중대장이 청소가 잘 안되었다고 인분을 먹으라고 한 사건도 있었는데 ‘남녀 갈라치기’는 도움이 안 된다”고 했다. ‘채상병 사건’에 대해서는 “애초에 해병대사령관이나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좀 더 신중해야 했다”며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검토하고 위로 올렸어야 했다”고 했다. 그는 특히 “임성근 사단장이 책임져야 한다”며 “사단장, 여단장, 대대장 말이 다 다른데, 이것만 봐도 제대로 명령을 내리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 육군 12사단 신병교육대 군기 훈련 사망사건이 ‘가혹행위’라고 생각하나. “‘가혹행위’다. 군 생활 경험으로 볼 때 최소한 ‘직권남용’이다. 중대장이 규정 자체를 몰랐던 것 같다. 과거에는 얼차려 체계화가 안 되어 있었다. 사고가 많아 이제 규정을 만들어 간부나 조교가 마음대로 못 한다. 이제 얼차려라고 하지 않고 ‘군기훈련’이라고 한다. 촘촘하게 되어 있다. 일과시간에 시켜야 하고 심지어 군기훈련이 1시간을 초과할 경우 중간 휴식시간을 1시간 이상 부여해야 한다. 팔굽혀펴기도 20개 하고 쉬고 다시 20개를 해야 한다. 그것도 80개 이상 하면 안 된다. 심지어 계급별로도 나눈다. 들어온 지 9일밖에 안 된 훈련병을 완전군장으로 구보시켰다는데 이것만으로도 규정을 넘은 거다. 자대 배치된 이등병, 일병도 단독 군장으로 뛰게 되어 있다.”

- 중대장이나 군 간부들이 군 규정을 제대로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군대도 법과 규정으로 움직여야 한다. 우리 사회도 여러 법이 있지만 국민들이 그 법을 다 아는 것이 아니다. 군대에도 규정이 많아 모든 간부가 규정을 다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중대장이 봐야 할 규정은 얼마 안 된다. 우리 군 간부들이 규정을 우습게 알고 잘 안 보는 경향이 있다.”

- 중대장이 여성이라는 점이 논란이 되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나. “우리 사회는 남녀로 ‘갈라치기’하는 것이 심하다. 2005년 남자 중대장이 청소가 잘 안되었다고 인분을 먹으라고 한 사건도 있었다. 상식과 인간성의 문제다. 남녀 갈라치기는 군과 사회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 군 교육 측면에서 가장 시급한 개혁과제는 무엇인가. “진짜 군인을 만들어야 한다. 교육 프로그램을 우선 잘 만들어야 하지만 결국 현장의 교관, 즉 중대장이 중요하다. 우수한 사람들을 중대장으로 뽑아야 하는데 최근 군대에 간부로는 오지 않으려 하고 나가려고만 하는 분위기라 걱정이 된다. 육군훈련소 중대장은 훈련 부사관이 많고 신병교육대에서는 여군 장교도 많이 활용한다. 그런데 지난 정부에서 자꾸 병사들 인권만 강조하고 간부 인권은 이야기하지 않으니 이제 다들 훈련 부사관으로 오지 않으려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훈련 부사관의 사기도 많이 떨어져 있다. 우수한 자원이 훈련 부사관을 지원해야 문제가 해결된다.”

- 군 간부 처우는 무엇이 문제인가. “학군 후보생을 예로 들면 가산점도 없어지고 병 복무기간도 단축되어서 이제 인기가 많이 줄었다. 최근 병사 복무기간이 18개월로 줄었고 봉급도 200만원까지 올랐다. 장교들 봉급은 소위 기준 세후 180만원 언저리인데 내년 되면 병사가 최대 205만원이 된다. 이렇게 되면 장교들 불만이 크게 늘어날 것이다. 소대장 등 간부는 책임과 스트레스가 크다. 예우를 해줘야 한다. 수당이라도 제대로 챙겨줘야 한다. 공무원들도 당직을 서지만, 군인들은 밤새 순찰 돌고 근무 신고를 받는 등 잠을 잘 수 없다. 그런 면에서 공무원보다 근무 강도가 훨씬 강한데 수당은 오히려 적다. 기재부에다 아무리 이야기해도 해결이 안 된다. 장관과 참모총장은 매년 ‘해결해 준다’는 말만 하고 나아지지 않으니 불신이 크다.”

- ‘채상병 사건’의 경우 ‘지휘책임’은 어디까지가 적절하다고 보나. “‘지휘책임’을 무한정 위로 올리면 안 된다. 통상 1~2차 정도까지만 올리는 경우가 많다. 다만 경우에 따라서 3차 이상 지휘관까지 갈 수가 있다고 본다. 2012년 노크귀순 사건 때는 사단장까지 다 보직 해임되었다. 채상병 사건의 경우 애초에 해병대사령관이나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좀 더 신중했어야 했다. 과거 고 이예람 중사 성폭력 사건 이후로 수사권이 경찰로 넘어갔다. 이번 사건은 그 후 거의 첫 번째 케이스다. 이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처음부터 확실히 검토해 위로 올렸어야 했다. 법무 참모, 법무관리관 등을 불러서 결재하기 전에 미리 확인하고 올리면서 그런 내용도 함께 설명했어야 했다. 애초에 장관이 지휘 책임을 너무 올려잡았다고 판단하고 좀 더 고민해 보라고 할 수도 있었다.”

- 사단장, 대대장 등이 이제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이다. 결국 법정에서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이는데 다른 해결 방법은 없을까. “임성근 사단장이 책임져야 한다고 본다. 사단장이 탄원서에 ‘군인은 국가를 위해 죽어주는 존재’라고 썼다. 그러면서 물에 들어가라고 한 적이 없다고 했다는 거다. 대대장이 임의로 해석해 물속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단장, 여단장, 대대장 말이 다 다르다. 이것만 봐도 제대로 명령을 내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정확히 명령을 내렸으면 왜 해석이 각기 다른가. 군대에서는 아래 사람이 질문할 필요가 없도록 명령을 내려야 한다. 서로 잘잘못을 따지니 조직이 무너지고 있다. 복명복창도 제대로 안되었던 거다. 평소 소통에 문제가 있었던 거다. 당시 중대장은 물에 안 들어가기 힘들었을 거다. 계급 구조상도 그렇고, 군 생활 경험도 적다. 오히려 가볍게 처벌해야 한다고 본다. 고 이재수 장군의 경우 책임은 내가 지겠다고 극단적인 선택까지 했다. 군 생활은 일신의 영달을 위해서 하면 안 된다.”

- 이번 사건의 영향으로 ‘대민 지원’을 지시받은 중대장이 ‘안전이 확보되지 않으면 할 수 없다’고 버티는 경우가 생기지 않을까. “가능하면 지휘관들이 안 움직이려 할 수 있다. 일이 벌어졌을 때 높은 사람들이 의연하게 책임져 주는 모습이 중요하다. 군대가 나라만 지키면 되지 대민 지원까지 하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재난 및 안전관리법에 따라 중앙부처나 지자체에서 요청이 오면 군부대 지휘관은 작전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지원을 해줘야 한다. 벼 베기도 하고 제설 작업도 하는 이유다. 군 지휘관이 뭔가 보여주기 위해서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건 절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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