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에 동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올 초부터 금투세 폐지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던 정부와 여당의 의사를 전격적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이 대표의 법원 판결이 임박한 가운데, 기존 지지층의 반발을 무릅쓰고 중도층에게 어필하기 위해 정부와 여당안을 받아들인 결정이라는 평이 나온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관례를 깨고 국회서 열린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 불참했다 는 점에서 이날 이 대표의 결정이 더 극적이란 평가도 나온다.
이 대표는 이날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여당의 금투세 폐지안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발표하며 “원칙과 가치에 따르면 고통이 수반되더라도 강행하는 게 맞다”면서도 현재 대한민국 주식시장이 너무 어렵고 여기 투자하고 기대고 있는 1500만 주식 투자자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정부와 여당은 올 초부터 개인 투자자들의 거센 반발 여론을 등에 업고 금투세 폐지를 추진하며 민주당을 압박하고 있었는데, 이 대표가 이를 전격적으로 수용한 것이다.
금투세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여야 합의를 통해 도입을 결정했는데, 2년 유예 끝에 내년 1월 시행이 예정되어 있었다. 민주당이 집권할 때 결정한 당론을 번복한 꼴이라 야권 지지층 사이에서는 반발도 나온다. 특히 금투세 시행을 강력히 주장하던 조국혁신당과의 관계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이날 차규근 혁신당 정책위부의장은 “장고 끝에 악수를 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 대표가 정부여당안을 받아들이는 액션을 취하며 ‘명분’을 손에 쥐었다는 평도 나온다. ‘협치’의 이미지를 주며 중도층을 잡기 위한 여론전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이 대표는 특히 이달 15일과 25일 잇달아 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법원 판결이 어떻게 나오든 여야 기존 지지자들의 입장은 변화가 없겠지만 중도층은 다르다”며 “이를 대비해 중도층에 호소할 수 있는 정책을 띄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선제적으로 정책적 공세의 끈을 잘라버린 셈”이라며 “여권이 야당과 대결해서 얻을 수 있었던 성과였지만, 김을 빼 버린 것”이라고 평했다.
이런 탓에 이날 윤 대통령이 예산안 시정연설에 불참한 것이 더욱 옹색한 모양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대통령이 시정연설에 나서지 않은 것은 어떤 식으로라도 잘했다고 하기 어렵다”며 “야당의 반대가 있더라도 국정에 대해 ‘돌을 맞고 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가 연설문을 대신 읽었는데, 총리가 시정연설을 대독하는 것은 2013년 이후 11년만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임기 첫해인 2013년부터 매년 국회를 찾아 연설하며 ‘예산안에 대한 국회 협조를 구한다’는 관례를 만들었고, 윤 대통령도 작년까지는 직접 연설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야당이 절대다수인 국회와 반목하기 시작하자, 지난 9월 국회 개원식에 이어 이번 시정연설도 불참을 결정한 것이다.
여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동훈 대표는 물밑으로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 참석을 요청했다고 전해졌다. 유승민 전 의원도 시정연설 불참 소식이 전해지자 페이스북으로 “야당이 돌을 던져도 맞을 각오로 와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대통령실은 11월 10일인 임기 ‘반환점’을 맞아 5일과 6일 국정 브리핑을 연다고 밝혔다. 각각 성태윤 정책실장과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나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