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체육관광부 등 산하 공공기관 등 종합감사에서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photo 뉴시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체육관광부 등 산하 공공기관 등 종합감사에서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photo 뉴시스

작년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 당시 대한축구협회가 올레 군나르 솔샤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전 감독을 후보로 선정해 온라인 면접을 진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면접 대상에는 무명의 카타르를 2019 아시안컵 정상에 올린 펠릭스 산체스 바스 감독, 덴마크 리그 우승 감독 출신인 예스 토루프 감독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러한 내용은 문화체육관광부 5일 공개한 축구협회 감사 보고서에 담겼다.

시점은 2023년 1월, 대표팀을 월드컵 16강에 올린 파울루 벤투 감독과 계약이 종료된 이후다. 7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마이클 뮐러 당시 전력강화위원장이 감독 후보자 5명과 온라인 면접을 진행한 뒤 정몽규 회장에 결과를 보고했다. 1순위 위르겐 클린스만, 2순위 올레 군나르 솔샤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전 감독, 3순위 예스 토루프 아우쿠스부르크(독일·현직 기준) 감독, 4순위 미첼 곤살레스 알 카디시야(사우디) 감독, 5순위 펠릭스 산체스 알사드(카타드) 감독이었다.

정몽규 회장이 1, 2순위 후보자인 클린스만, 솔샤르 감독과 직접 온라인 면접을 했다. 이후 2월 24일 클린스만 감독과 계약을 체결, 28일 선임을 발표했다. 문체부는 정 회장이 면접을 직접 진행한 것이 월권이라고 보고 징계 조치를 요구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가대표팀 감독 추천 권한은 회장에게 없고, 전력강화위원회의 추천으로 이사회가 선임하도록 되어 있다.

축구팬들 사이에서는 당시 클린스만 감독 선임을 발표하는 뮐러 전력강화위원장의 회견을 석연치 않게 보는 시각이 많았다. 벤투 전임 감독의 축구 스타일을 계승하겠느냐는 질문에 “강남스타일”이라는 쌩뚱맞은 대답을 내놓는 등, 지도자가 갖출 전술적 역량이나 경험을 토대로 선임했다는 인상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제 클린스만 감독의 경력을 살펴보면 본인 특유의 전술은 없다시피 하고, 직전 헤르타 베를린 시절에는 소셜미디어로 사임을 통보하는 등 논란도 적지 않았다. 실제 클린스만은 2020년 헤르타 베를린에서 두 달만에 사임한 이후 국가대표 선임 이전까지 3년 가까이 야인 생활을 했다.

반면 명단에 포함된 나머지 4인은 축구계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감독들이다. 먼저 솔샤르 전 맨유 감독은 노르웨이 몰데에서 처음 감독 생활을 하며 팀을 우승으로 이끌고, 변방 노르웨이 팀을 유럽대회 16강에 올려놓았다. 맨유에서도 나중에는 성적 부진으로 사임했으나 리그 준우승을 기록하는 등 성과가 없지 않았다. 특히 선이 굵고 빠른 역습 축구로 호평을 받았고, 유소년 발굴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평이다.

토루프 감독 역시 덴마크서 코펜하겐을 우승으로 이끈 뒤 독일 분데스리가로 발탁됐다. 곤살레스 감독도 지금은 사우디 리그에 있지만 스페인과 프랑스 리그에서 2005년 이후 커리어가 끊긴 적이 없는 유능한 감독이다. 산체스 바스 감독 역시 카타르를 아시안컵 우승으로 이끈 뒤 에콰도르를 맡아 선전했다.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코파 아메리카에서 8강전 승부차기에서 석패한 뒤 경질됐는데, 적지 않은 축구팬들이 한국 대표팀 선임을 기대하기도 했다.

문체부의 감사 결과대로라면 이런 감독들 대신 정몽규 회장이 직접 클린스만 감독을 선택한 셈이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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