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현지시각)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모교인 워싱턴 소재 하워드 대학교 캠퍼스에서 열린 민주당 선거 개표 시청 행사장에 지지자들이 떠난 후 쓰레기만 남아 있다. photo 뉴시스/AP
6일(현지시각)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모교인 워싱턴 소재 하워드 대학교 캠퍼스에서 열린 민주당 선거 개표 시청 행사장에 지지자들이 떠난 후 쓰레기만 남아 있다. photo 뉴시스/AP

“미국은 망했어요. 저한테 무슨 말을 더 바라시나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처참히 밀리는 미국 대통령선거 개표 상황을 지켜보던 한 민주당 지지자는 퉁명스럽게 인터뷰를 거절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제47대 미국 대통령 선거를 통해 재집권에 성공했다.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민주당과 공화당 지지자들의 표정은 엇갈렸다. 특히 민주당 후보로 나온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지지자들은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5일(미국 동부 시간) 오후 8시께 해리스의 모교인 워싱턴D.C. 하워드 대학 캠퍼스는 ‘개표 파티’를 위해 모인 해리스 지지자들의 열기로 가득 찼다. 캠퍼스에 모인 이들은 교내 잔디밭에서 노래를 부르거나 ‘해리스’를 외치면서 민주당과 해리스 후보의 승리를 기대했다. 

하지만 지지자들의 기대는 얼마 가지 못했다. 트럼프가 7개 경합주 모두에서 강세를 보이다 결국 당선되자 지지자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6일(현지시각) 자정을 넘어 오전 1시가 다가오자 해리스 부통령의 얼굴을 보기 위해 늦은 시각까지 자리를 지키던 지지자들은 우중충한 얼굴로 빠르게 해산하기 시작했다. 해리스가 당초 계획과 달리 불참하자 빠르게 자리를 떠난 것이다. 당초 해리스는 지지자들과 개표 상황을 함께 보고 연설을 하려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예측과 달리 초반부터 크게 밀리자 해리스는 지지자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일부 지지자들은 “인터뷰를 할 상태가 아니다”라며 주간조선과의 인터뷰를 거절하기도 했다. ‘개표 파티’ 열기로 메워졌던 캠퍼스의 온도는 빠르게 식어가며 사장됐다.

해리스 캠프의 공동선거대책위원장 세드릭 리치먼드가 이날 오후 해리스의 연설이 있을 것이라고 알리자 지지자들은 당초 연설 예정 시각인 미국 동부시각 오후 4시보다 한참 전부터 캠퍼스로 재집결했다. 다소 씁쓸하고 아쉬운 표정을 한 지지자들은 서로 인사를 나눴다. 고생했다며 서로 포옹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해리스가 웃으면서 천천히 하워드대 캠퍼스에 마련된 무대 위로 들어서자 일부 지지자들은 박수와 함께 환호를 보냈다.

해리스는 “우리는 선거 결과를 받아들여야만 한다. 미국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은 선거에서 패했을 때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이라며 “이 원칙은 민주주의를 군주제나 폭정과 구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트럼프 당선자에게 승리 축하 전화를 했다고 전한 해리스는 평화로운 권력 이양을 도울 것이라 전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해리스 부통령이 대선결과에 승복하면서 패배를 공식인정하자 곳곳에서는 씁쓸한 표정과 함께 탄식이 흘러나왔다. 아쉬움에 우는 지지자들도 포착됐다. 그럼에도 환호하는 지지자들도 있었다. 일부 지지자들은 차기 정권에 대한 우려를 표출하기도 했다.

학교에 다니는 한국계 미국인 28세 여성은 “자국 내 테러나 폭행 등이 아랍계나 남미계 때문에 일어난다는 1+1(원플러스원) 생각을 하는 사람이다”라면서 “앞으로 이민법뿐 아니라 미국 내 다문화 인종에 대한 차별이 얼마나 더 심해질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그러면서 케이트는 “우리는 다르다. 오늘만 봐도 폭동도 분노도 없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당선됐던 지난 2020년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불복으로 트럼프 지지자들의 국회의사당 폭동이 일어났던 점을 짚은 것이다.

하워드대 대학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아담은 “세계의 평화나 인권보다는 돈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 재집권하게 됐다”면서 “축하한다. 앞으로의 4년이 어떻게 흘러갈지 정말 매우 기대된다”고 비꼬았다. 또 다른 해리스 지지자 카일라 L은 “정말 너무 큰 충격이었다. 미국인이 이렇게까지 트럼프를 좋게 보고 있을 줄 몰랐다”면서 “여러 가지 문제로 수사를 받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 우리는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트럼프 지지자의 반응은 달랐다. 기자가 오후 10시께 찾은 18번가 노스웨스트에 위치한 한 술집은 주중인데도 불구하고 만석이었다. 자신의 지인들과 술을 마시러 온 커티스는 “하나의 미국을 만들었고 만들 사람은 트럼프”라고 말했다. 그의 지인 역시 “진짜 미국과 미국인을 위하는 것은 트럼프”라면서 “인플레이션도 안정될 것”이라고 했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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