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군 하사 A씨를 처음 만난 건 준강간 사건을 겪은 지 불과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습니다. 알몸인 채 자신의 숙소 홈캠 영상에 등장하는 선임을 두 눈으로 확인했는데도, ‘내가 잘못 기억하는 게 아닌가?’ 의문이 든다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로부터 건네받은 161개의 진료기록에는 자해 시도로 인한 치료, 세 차례 자살 시도로 인한 응급실 일지 등이 담겨 있었습니다. A씨가 ‘말할 수 있는 상태’라는 것도 믿기 어려울 수준이었습니다.
지난주 주간조선이 보도한 ‘3명에게 성범죄 피해… 자살 시도까지 내몰린 여군 하사’ 기사에는 수많은 댓글이 달렸습니다. ‘상관의 말을 거부하기 어려운 군의 특성을 악용한 가해자들의 죄질이 너무 나쁩니다’ ‘군은 더 이상 사건을 덮거나 축소하지 말고 피해자의 안전과 회복에 힘써야 합니다’…. 정신병원 면회에서 다시 만난 A씨는 기사에 달린 댓글을 모두 읽었다고 했습니다. 공론화가 된 김에 더 힘을 내고 싶다며 후속 인터뷰에도 응했습니다.
그렇게 진행된 두 번째 인터뷰에서 A씨의 목소리가 달라진 것을 느꼈습니다. 그저 몇 개의 응원만이 A씨에게 닿았을 뿐이었습니다. 강제추행·폭행 사건으로 휴직을 했을 때 부모님으로부터도 ‘군내 문제는 군내에서 해결했어야지’라는 질책을 들은 A씨였습니다. 부모님께서도 이제는 “끝까지 싸워서 이겨라”라는 말을 건넨다고 합니다. 그렇게 말하는 A씨의 목소리에는 아주 조금씩 힘이 실리고 있었습니다.
다만 A씨는 아직도 신고를 한 것에 대해서는 후회한다고 말했습니다. 비슷한 문제를 겪는 여군 하사들에게 ‘군에 남고 싶으면 신고를 하지 말라’고 조언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마감날인 11월 20일은 A씨의 강제추행·폭행 사건의 항소심 재판이 있는 날이었습니다. A씨는 “12월로 결정이 미뤄졌다. 피해자 심문을 다시 하겠다고 한다”고 결과를 알려왔습니다. 재판은 여전히 진행 중이고, 치유는 더 긴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겠습니다. A씨가 ‘신고하길 잘했다’ ‘이제 다 잊었다’고 말할 때까지 취재하고자 합니다.
군내 성폭력 사건은 늘 비슷한 구조를 가져왔습니다. 침묵을 강요하고, 피해자를 고립시키며, 자신조차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듭니다. 용기를 내어 말문을 연 ‘한 사람’이 이 고리를 흔들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