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이건송 영상미디어 기자
photo 이건송 영상미디어 기자

 

“코로나19의 가장 큰 피해자는 영유아입니다. 팬데믹으로 인해 생긴 아이들의 정신건강, 특히 뇌발달 문제는 매우 심각합니다. 이 문제는 한국 사회 미래의 뇌관이 될 수도 있어요.”

영유아 발달과 정신건강 문제의 전문가 신의진 연세대 소아정신과 교수가 요즘 몰두하는 화두는 ‘포스트 코로나19’다. 최근 서울시의 도움을 받아 서울시 거주 영유아 600명의 발달 상태를 점검하는 국내 최초의 조사·연구를 시작했다.

“사람의 뇌는 발달하는 단계가 있습니다. 아래에서 위로 발달한다고 보면 돼요. 제일 아랫부분인 소뇌와 연수 부분은 생명을 관장하는 것으로 태어날 때부터 발달돼 있죠. 다음은 감정을 관장하는 뇌인데 만 3세까지 형성됩니다. 그다음에 이성을 담당하는 뇌가 자라는 거예요.”

그런데 코로나19는 영유아의 감정 뇌가 발달하는 데 악영향을 미쳤다.

“정서, 사회성, 언어 발달까지, 영유아 때의 뇌발달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원활하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마스크는 감정을 교감하는 일을 막았고, 팬데믹은 활발한 활동을 막았지요.”

실제로 의료 현장에는 예전보다 더 “아이들이 떼를 쓰는데 달래지지가 않는다”거나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며 찾아오는 양육자들이 늘었다. 그런데 문제는 양육자가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가는 시기이다.

이를 테면 자폐스펙트럼 장애나 ADHD(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로 내원했을 때는 이미 치료의 단계에 이른 경우가 많다.

“우리 몸에서 아예 구조와 기능이 변하는 건, 2차성징을 하는 기관을 제외하면 뇌밖에 없습니다. 아이들의 뇌는 금방 구조가 변할 수 있어요.”

신의진 교수가 영유아에 대한 미디어 노출을 적극적으로 금지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영유아의 뇌를 촬영해보면 감정을 자극하는 변연계 부분이 빨갛게 활성화되어 있어요. 그런데 미디어는 감정의 교류를 일으키지 않고 시각이나 청각 같은 특정 자극만 활성화시킵니다. 그 아이들의 뇌를 촬영해보면 빨갛게 되어야 할 부분이 파랗습니다. 그대로 일정 시기가 넘어가면 활성활되어야 할 부분이 자라지 못한 채로 고정이 됩니다. 영유아 시기는 그래서 매우 중요해요.”

그러니까 영유아기에 아이의 뇌발달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점검하는 일이 꼭 필요하다. 이미 증상을 보이고 난 뒤가 아니라 아무런 문제가 보이지 않는 시점에 전문가를 만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소아정신과에 접근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죠. 그래서 저는 기술로써 이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신의진 교수가 여러 전문가와 함께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서비스들이 있다. ‘육아마스터’는 양육자가 집에서 촬영한 동영상을 전문가가 분석해주는 서비스로 전문가에 대한 접근성을 해결해주는 기술이다. 대구시교육청에서 시범적으로 도입한 ‘뽀미’는 ADHD 증상이 있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자기조절력을 길러주는 소프트웨어다.

“이제는 의료현장 외부에서도 해답을 찾을 수 있어야 해요.”

영유아 뇌발달과 정신건강에서 기술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신의진 교수의 또 다른 직함은 연세대 미래융합연구원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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