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지하철 3호선 교대역에 로톡 광고가 설치돼 있다. photo 뉴시스
서울 서초구 지하철 3호선 교대역에 로톡 광고가 설치돼 있다. photo 뉴시스

2014년 2월 출시한 토스의 간편송금서비스는 이용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지만 전자금융업자가 송금을 구현한 사례가 없다는 이유로 두 달 만에 서비스를 중단해야 했다. 금융서비스는 불특정 다수에 대해 미치는 파급효과가 큰 만큼 엄격한 잣대의 규제를 통과해야 한다. 토스는 시장에 전에 없던 편리함을 선보였지만 시장의 이해를 얻어가며 성장하겠다는 마음으로 서비스를 중단한 채 1년의 시간을 기다렸다. 이제는 과거의 고생담이 되었으니 가볍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지만 조직도, 자본도 부족한 스타트업이 서비스를 중단한 상태에서 불확실한 미래를 준비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루나 코인의 상장폐지로 수많은 피해자가 발생했듯이 금융산업은 불특정 다수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 하지만 ‘적절한’이라는 수식어의 실행에는 수많은 이해관계의 조정 과정이 요구된다. 정부가 규제샌드박스제도를 도입한 것은 혁신의 싹은 보호하되 공공의 위험을 줄이려는 노력의 결과이다.

수많은 허들을 넘어야 했지만 유니콘 스타트업으로 성장한 토스와 달리 법률서비스 플랫폼 로톡을 운영하는 로앤컴퍼니(이하 로톡)는 대한변호사협회(변협)와 7년째 갈등을 겪고 있다. 토스가 혁신 금융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과정에는 감독기관과의 갈등이 주였다면 로톡과 변협 간 갈등은 전문직 단체와의 갈등이라는 차이점이 존재한다. 

플랫폼 스타트업과 전문직 단체와의 갈등은 법률 영역만이 아니다. 수수료를 낮춘 세무회계 플랫폼 ‘삼쩜삼’, 미용의료 플랫폼 ‘강남언니’ 등도 세무사, 의사 단체와 갈등을 겪고 있다. 정보 공개를 통해 무한경쟁을 유도하는 플랫폼의 특성상 자격증으로 보호받던 전문직 입장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불편하고 부당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많다. 하지만 불평, 부당만으로는 시장의 변화를 거스를 수 없으니 이에 대한 합리적인 해결방법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로톡과 변협 간 갈등이 7년간 이어지는 동안 이커머스 등 타 분야에 비해 성장 속도가 더디던 리걸테크 스타트업들이 신발끈을 묶고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변협과 로톡 전쟁, 시장의 선택은?

로톡과 변협 간 갈등의 시작은 지난 2015년 서울지방변호사회가 로톡에 대해 ‘변호사가 아닌 자는 법률 사무를 중개,알선할 수 없다’는 변호사법 규정을 위반했다고 고소하면서 시작되었다. 이후 대한변호사협회도 같은 이유로 로톡을 고발했고, 이에 대해 검찰은 모두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로톡에 대한 검찰의 무혐의 결정이 잇따르자 변협은 2021년 5월 변호사들의 플랫폼 가입을 금지하는 ‘광고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대해 로톡과 로톡 가입 변호사 60명은 “변협의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은 변호사들의 표현·직업의 자유와 플랫폼 운영자의 재산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공정거래위원회에도 관련 규정이 공정거래법과 표시광고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변협을 고발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변협의 광고에 관한 규정’이 공정거래법과 표시광고법을 위반했다는 취지의 심사보고서를 채택했다. 헌법재판소는 로톡과 로톡 가입 변호사들이 제기한 헌법소원에 대해 지난 5월 26일 ‘협회의 유권해석에 위반되는 행위를 목적 또는 수단으로 행하는 경우’ 등에 대해 일부 위헌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변협은 헌법재판소가 ‘변호사 아닌 광고 주체의 광고 금지’ 조항에 대해 합헌으로 판단했다는 이유로 로톡 가입 변호사들에 대해 추가로 징계 개시를 결정한 상황이다.

변협이 변호사 광고 규정을 개정해 변호사들의 로톡 가입을 막고 로톡을 탈퇴하지 않은 200여명에 대해 징계절차에 들어가면서 로톡에 가입한 변호사 수는 지난해 3월 3966명에서 8월 2855명으로 급감했다. 로톡에 가입한 변호사 회원은 실무 경력 10년 이하의 청년변호사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특히 지난해 4월에는 10년 이하의 변호사가 전체 변호사 중 78.7%였지만 변협의 제재가 지속된 12월 말에는 81.3%로 늘었다. 법률서비스 플랫폼에 의존하지 않더라도 고객을 만날 수 있는 통로를 확보하고 있는 기성 변호사들에 비해 신진 변호사들은 플랫폼에 대한 의존도와 신뢰가 높아 경력에 따른 온도차를 확인할 수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전문직 서비스의 플랫폼화’에 따르면 소비자 1009명 중 96%가 전문직 서비스의 플랫폼화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서비스를 쉽게 이용할 수 있어서(44.9%), 서비스 검색 및 비교가 쉬워질 것 같아서(26.8%), 서비스 가격이 낮아질 거 같아서(15.5%), 서비스 품질이 향상될 거 같아서(7.5%), 서비스 정보 투명성이 높아질 거 같아서(5.2%)로 조사됐다.

로톡은 변협과의 7년 전쟁을 진행하는 와중에도 지난해에 230억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유치했다. 로톡이 이제까지 유치한 누적 투자금액은 400억원에 달한다. 현재까지 로톡을 통해 이뤄진 누적 상담건수는 약 64만건, 지난해 월평균 방문자 수는 약 97만명이었다. 변협과의 갈등으로 꾸준히 뉴스를 타게 된 로톡은 홍보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법률소비자들에게 존재감을 알리는 반사이익을 얻게 되었다. 변협의 날선 견제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지만 서비스 이용 지표가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니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갈등을 성장의 재료로 만들어내는 로톡에 대한 신뢰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성장 속도 빨라진 리걸테크 스타트업

리걸테크(legaltech)는 법률서비스와 기술이 결합된 기업을 뜻한다. 법령을 기준으로 판결을 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판례를 기준으로 판결을 하는 미국과 영국에서는 판례 검색 서비스가 필수적인 도구로 이용되어 왔다. 법률 문서 검색 서비스로는 미국의 ‘렉시스 넥시스(Lexis Nexis)’와 ‘웨스트로(westlaw)’가 대표적이다. 초기 리걸테크가 판례 검색과 문서 분석에 집중되어 왔다면, 최근에는 자동 문서작성과 법률 자문 시스템 등으로 확장되고 있다. 

2016년 미국 대형 로펌 베이커앤드호스테틀러가 스타트업 로스인텔리전스가 개발한 인공지능(AI) 변호사 로스(ROSS)의 사용을 발표하면서 변호사라는 전문직도 인공지능기술에 의해 대체될 수 있다는 충격을 안겨주기도 했다.

로톡과 같이 법률소비자와 공급자를 연결하는 서비스인 미국의 리걸줌은 3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평가받는 나스닥 상장 기업이다. 일본의 변호사 광고 플랫폼인 벤고시닷컴은 변호사의 50% 이상이 가입해 이용하고 있다. 리걸테크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미국 스탠퍼드대 로스쿨의 코드엑스(CodeX) 프로젝트에 따르면, 미국에만 2020년 기준 1887개의 리걸테크 기업이 활동 중이라고 한다. 시장의 수요와 기술 개발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글로벌 리걸테크와 달리 우리나라의 리걸테크는 다른 분야에 비해 성장 속도가 더딘 편이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2020년 12월 리걸테크산업협의회를 구성해 이해당사자와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기술발전과 제도개선에 노력하고 있다.

규제의 장벽으로 성장세가 더디던 리걸테크 산업에 훈풍이 불기 시작한 것은 로톡과 변협 간 갈등으로 로톡에 이용자가 몰리면서다. 로톡과 변협 간 갈등이 미디어를 통해 자주 소개되면서 법률소비자들은 로테크 서비스를 인식하게 되었고, 로테크를 이용하는 법률소비자의 증가세는 자연스럽게 투자금의 증가로 이어졌다. 

로톡과 유사하게 변호사와 법률서비스 소비자를 연결하는 로앤굿이 로톡과 변협 간 갈등으로 반사이익을 얻게 된 대표적인 기업이다. 누적 투자 140억원에 이른 간편전자계약서 작성 서비스 ‘모두싸인’은 비대면 서비스 시장의 확장세를 타고 이용자가 증가해 기업 간 계약체결 방식을 전자문서로 바꿔가고 있다.

로톡과 변협 간 갈등은 변협의 로톡 가입 변호사들에 대한 징계의 정당성을 다투는 과정에서 다시 한번 공권력의 판단을 받아 정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까지의 상황으로 볼 때 시장은 변협이 아닌 로톡의 손을 들어주었다. 공익성이 높은 법률서비스 시장의 특성상 사회 전반의 이익을 위한 기준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로톡과 변협은 7년 전쟁을 이어가는 대신 법률 시장의 주체로서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시장의 성장을 이뤄내는 방향으로 역할분배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변협과 로톡 간 전쟁은 변호사 시장뿐 아니라 전문직 시장 전반에 재현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필요하고도 시급하게 해결되어야 할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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