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KBS 뉴스 화면 캡처
photo KBS 뉴스 화면 캡처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에서 역무원을 흉기로 살해한 30대 남성 A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해당 남성은 피해자를 스토킹하다가 재판에 넘겨졌고, 선고가 있기 하루 전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스토킹 후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채 강력 범죄로 이어지는 피해가 잇따르면서 실효성 있는 엄정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 중부경찰서는 15일 지하철 화장실에서 20대 역무원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30대 남성 A씨를 살인 혐의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A씨는 서울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 화장실을 순찰하던 20대 여성 역무원 B씨를 뒤쫓아가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화장실 콜폰으로 도움을 청했고, 동료 직원과 시민 등이 현장에서 A씨를 제압해 경찰에 넘겼다. B씨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A씨는 과거 서울교통공사에서 근무하다가 직위 해제된 전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B씨에게 만남을 요구하며 스토킹해 왔던 동료 역무원으로, B씨를 스토킹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 재판 선고를 하루 앞두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교통공사 20대 여성 역무원이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에서 14일 전 동료 역무원에 의해 살해됐다. 사진은 15일 신당역 여자화장실. photo 뉴시스
서울교통공사 20대 여성 역무원이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에서 14일 전 동료 역무원에 의해 살해됐다. 사진은 15일 신당역 여자화장실. photo 뉴시스

이번 신당역 사건처럼 스토킹이 강력범죄로 이어지는 사건은 매년 증가 추세다. 한국여성의 전화 자료에 의하면 스토킹이 일어나는 관계는 76%가 직장동료, 애인 등 아는 사이였고 낯선 사람은 18.3%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스토킹은 '살인의 전조'라고 불릴 만큼 폭행, 살인 등 강력 범죄로 발전할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사생활을 현저히 침해하는 만큼 처벌 기준을 강화해야만 한다고 주장한다.

이형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2,921건이었던 스토킹 관련 112 신고 건수는 2020년 4,515건으로 늘었다. 특히 지난해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되면서 신고 건수가 1만4,509건으로 전년 대비 3.2배 폭증했다. 올해 1~7월 집계 신고 건수는 이미 지난해 신고 건수를 넘어선 총 1만6,571건에 달한다. 

밀가루가 잔뜩 묻어있는 도어락. photo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밀가루가 잔뜩 묻어있는 도어락. photo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스토킹 방법은 상상을 초월한다. 남성 C씨는 전 직장동료인 여성 D씨에게 연락이 차단되자  계좌 이체할 때 발신인 정보가 표시되는 것을 악용했다. C씨는 D씨에게 10원씩 입금하면서 성적인 글이나 공포감을 일으키는 메시지를 수십 차례 보내 징역 8개월을 선고받았다. 또 다른 남성 E씨는 전 직장동료인 여성 F씨의 거주지에 찾아가 밀가루를 이용해 잠금장치 비밀번호를 20분간 풀려고 시도하다가 F씨의 남자친구에게 붙잡혔다. 또 여성 G씨는 전 직장 동료인 남성 H씨의 집에 수차례 무단 침입해 청소와 요리 등 집안일을 하다가 스토킹 처벌법에 따라 구금 조치되기도 했다.  

스토킹 대상자의 가족이 안타깝게 변을 당하는 일도 벌어졌다. 지난 4월 충남 당진에서는 여자친구를 살해한 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언니마저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가해자는 여자친구를 목 졸라 살해한 것도 모자라 다음날 새벽 같은 아파트에 사는 여자친구의 언니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해에는 서울 송파구에서 신변보호를 받던 여성의 어머니를 살해한 사건도 있었다. 가해자는 자신을 경찰에 신고한 것에 앙심을 품고 흥신소에서 해당 여성의 개인정보와 주소를 알아냈다. 심지어 택배 기사 행세를 하고 집에 찾아가 해당 여성의 어머니를 살해하고 당시 13살인 남동생도 다치게 했다. 온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노원구 세 모녀 사건도 있었다. 당시 가해자는 피해자인 세 모녀 중 온라인 게임에서 만난 여성이 연락을 거부한다는 이유로 스토킹하다가 지난해 3월 피해자 집에 찾아가 여동생과 어머니, 해당 여성을 살해했다.

지난 8월 17일 법무부에 따르면 현재 살인·성폭력·강도·미성년자 유괴범죄에 대해서만 가능한 전자장치 부착명령을 스토킹범죄까지 확대한다. 스토킹범죄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검사의 청구와 법원 판결로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부착하게 된다. photo 뉴시스 (그래픽=전진우 기자)
지난 8월 17일 법무부에 따르면 현재 살인·성폭력·강도·미성년자 유괴범죄에 대해서만 가능한 전자장치 부착명령을 스토킹범죄까지 확대한다. 스토킹범죄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검사의 청구와 법원 판결로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부착하게 된다. photo 뉴시스 (그래픽=전진우 기자)

전문가들은 스토킹처벌법으로는 피해자 보호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성범죄자와 같이 가해자 중심의 모니터링으로 전환하는 등 실질적으로 피해자가 보호받을 수 있도록 법안을 보완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검찰은 스토킹 범죄에 대한 ‘엄정 대응’을 예고해둔 상태다. 지난달 23일 대검찰청 형사부는 생명 및 신체에 대한 위해 가능성이 있는 스토킹 범죄에 대해 원칙적으로 구속 수사와 더불어 피해자 보호조치 시행 등을 주문했다. 법무부 역시 지난 17일 전자발찌 부착 명령 대상 범죄에 ‘스토킹’을 추가하는 등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기도 했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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