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연애선언 프로젝트팀이 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정상 연애 장례식' 집회를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탈연애선언 프로젝트팀이 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정상 연애 장례식' 집회를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 최근 남자친구와 이별을 결심한 20대 대학생 A씨는 연인과 어떻게 헤어져야 할지 고민 중이다. A씨의 남자친구는 교제 기간 다툼이 있을 때면 폭언을 하거나 물건을 집어던지는 등 폭력적인 성향을 내비친 적이 많았다. 과거 한 차례 헤어지자는 이야기를 꺼냈을 때도 “너랑 헤어지면 죽어버릴 거야”라고 협박하는 등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태도를 보여 A씨는 쉽사리 헤어지자는 말을 꺼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 30대 직장인 B씨도 헤어진 전 남자친구의 보복으로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인들에게 B씨의 험담을 늘어놓는가 하면, 스킨십 등 은밀한 이야기까지 주변에 떠벌리는 통에 골치가 아프다. 그러면서도 B씨의 자취방 앞에 갑자기 나타나 다시 만나자고 하는 바람에 B씨는 집 밖을 나가기가 두렵다. 

헤어진 연인을 대상으로 한 ‘이별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여성의전화가 발표한 ‘2021년 분노의 게이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해 살해된 여성이 83명에 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살인미수 등으로 살아남은 여성은 177명이다. 1.4일에 1명꼴로 여성이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것이다. 가해자들은 ▲이혼·결별을 요구 ▲재결합·만남을 거부 ▲다른 남성과의 관계에 대한 의심 등의 이유로 이런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공유되는 안전이별법. photo 네이트 판 갈무리
공유되는 안전이별법. photo 네이트 판 갈무리

이별을 통보했다는 이유만으로 폭행이나 위협, 심지어 살해까지 당하는 일이 잇달아 벌어지자 여성들 사이에서는 ‘안전이별법’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는 추세다. ‘안전이별’이란  '물리적·정신적 폭력을 당하지 않고 연인과 헤어지는 것’으로 비슷한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커뮤니티에서는 ‘안전이별’, ‘안전이별법’ 등이 검색어 순위 상위권에 오르고 있다.

최근 전 직장동료를 스토킹하다 끝내 살해한 ‘신당역 살인사건’이 발생하면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안전이별을 위한 팁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누리꾼들은 ‘씻지 말고 다녀라’, ‘일상생활을 못할 정도로 연락을 많이 해라’, ‘불치병에 걸렸다고 해라’, ‘200만 원만 빌려달라고 해라’, ‘집안이 망했다고 해라’, ‘트림이나 방귀 등 정떨어질 만한 짓을 해라’, ‘서울에 집 없으면 결혼 안 하겠다고 우겨라’ 등 다양한 방법들을 추천하는 상황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안전이별 문의글. photo 네이트 판 갈무리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안전이별 문의글. photo 네이트 판 갈무리

전문가들은 데이트 폭력의 징후는 연애 초기부터 나타나기 때문에 일찍 헤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 교수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안전이별을 위한 최선의 방법은 초기에 징후를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관계가 더 깊어지기 전에 정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제 시에 상대방을 계속 감시하고, 의심하고, 일상생활을 통제하는 행위를 보이거나 폭력적인 행동을 보이면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며 “가정 폭력의 끝이 살인이듯, 데이트 폭력의 끝도 살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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