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같은 온라인 만능시대에는 이론적으로 따져 굳이 외국에 가지 않더라도 고급 수준까지 외국어 공부가 가능하다. 그렇지만 현지 어학연수는 온라인으로는 결코 얻을 수 없는 현장감을 제공해 준다. 식도락도 바로 그런 현장 공부의 대표적인 예다. 식도락이라고 해서 현지 요리를 맛있게 즐기는 차원에 그친다면 공부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요리명을 익히는 것에서 출발하여 주문 방법, 식당에서 접하는 현지 분위기, 나아가 요리 재료와 조리 방법, 요리의 역사, 그리고 요리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들을 해당 언어로 공부하고 배워 나가면 궁극적으로 해당 언어의 문화적 측면까지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대만은 어학연수를 겸해 식도락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나라다. 한마디로 ‘미식의 국가’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관광지를 제외한 대부분의 현지 음식들이 한 끼 5000원이 넘지 않을 정도로 가성비가 뛰어나다. 

대만을 대표하는 많은 음식 중에서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반드시 맛보아야 할 먹거리 15가지를 필자 나름대로 선정해서 소개한다.

 

1 뉴로미엔(牛肉麵)

 

‘뉴로미엔’, 즉 ‘우육면’은 글자 그대로 소고기를 넣은 면 요리다. 대만의 대표적인 국민 요리 중 하나다. 원래 중국과 동남아시아의 요리였는데 대만에서 인기를 끌게 된 데에는 약간의 역사적 배경이 있다. 과거 대만은 전통적 농경사회로 소에 의존해 농사를 짓고 살았다. 생업에 필수적인 귀한 소를 함부로 희생시켜가며 소고기를 먹는 식습관이 없었다. 그런데 국공내전에서 패배한 국민당 정부가 1949년 대만으로 건너오면서 많은 대륙 사람들이 같이 이주하게 되었다. 이 중 군대 주둔지인 남부 공군기지에서 근무하던 요리사들 상당수가 쓰촨 출신이었는데, 이들이 고향의 음식인 ‘홍탕’에다 당시 미국에서 원조를 받은 밀가루를 면으로 만들어 소고기와 함께 넣고 만든 것이 바로 쓰촨식 홍샤오뉴로미엔(紅燒牛肉麵)이었다. 이 음식은 당시 권촌(眷村·쥐엔춘)이라고 불렸던 기지촌의 주요 메뉴가 되었고 이후 전국적으로 폭발적 인기를 끌면서 오늘날의 대만 우육면의 원조가 됐다.

우육면에도 여러 가지 스타일이 있다. 가장 보편적인 것은 빨간색 국물의 홍샤오(紅燒) 우육면이지만, 칭둔(淸燉) 스타일로 개운하면서도 시원한 맛의 하얀 국물로 나오는 우육면도 있다. 또 도가니나 차돌박이를 추가한 종류도 있는데 그만큼 가격이 비싸진다. 최근에는 토마토를 첨가한 것도 선보이는 등 우육면의 변신은 계속되고 있다. 면발은 공통적으로 탱탱하고 쫀득한 식감이 나는데 매운 정도를 고를 수 있는 가게도 있다.

 

2 루로우판(滷肉飯)

우육면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인기가 있는 또 다른 대만의 국민 먹거리다. 대표적인 서민 음식으로 식당에 따라서는 2000원도 채 안 되는 돈으로 사 먹을 수 있다. 루로우판이 어떤 음식인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루(滷)’란 단어의 뜻을 알아야 한다. 대만에서는 곳곳에서 ‘루웨이(滷味)’라는 간판을 내건 음식점이나 메뉴를 만날 수 있다. 루웨이는 간장에 오향 등의 향신료를 넣은 루수이(滷水·‘다시’나 ‘씨육수’로 불림)로 조리한 음식을 말하는데, 조리 방법을 의미하기도 하고 그 자체로 음식명을 뜻하기도 한다. 루로우판은 바로 이 루웨이 식으로 만든 돼지 삼겹살을 하얀 쌀밥 위에 얹어 먹는 덮밥을 의미한다. 루로우(滷肉)의 적당히 짭짤하면서도 특유의 향기로운 식감은 아주 매력적이어서 특별히 다른 반찬이 없어도 밥 한 그릇이 순식간에 없어진다. 영어로는 ‘Braised Pork Rice’로 번역되는데 우리말로는 ‘오향 돼지고기 덮밥’ 정도로 부를 수 있다.

 

3 다창어아 미엔시엔(大腸蚵仔麵線)

미엔시엔(麵線)은 쌀과 밀가루를 섞어 만든 작고 가는 면발의 국수를 의미한다. 영어로도 누들(noodle)이 아니라 버미첼리(vermicelli)로 번역되는데, 가느다란 이탈리아식 국수의 일종으로 흔히 잘라서 수프에 넣어 먹는다. ‘미엔시엔’에는 몇 가지 종류가 있다. 다창미엔시엔(大脹麵線)은 향신료와 간장에 대창을 넣고 푹 끓여 졸인 후 식혀서 면과 흑식초를 넣고 다시 끓여서 만든다. 우리말로는 ‘곱창 국수’로 번역되는데 형태가 우리나라의 어탕국수와 비슷하다. 대창 대신 굴을 넣어 미엔시엔을 만드는 경우에는 ‘어아(蚵仔) 미엔시엔’이라고 부른다. ‘蚵仔’라는 한자는 굴이라는 뜻의 민남어다. 원래 중국어로는 굴이 무리(牡蠣)인데, 대만에서 ‘蚵仔’라는 단어를 쓰는 이유는 당초 민남어를 사용하던 푸젠(福建)성 음식이 이주민을 따라 대만으로 건너왔기 때문이다. ‘蚵仔’는 한국식 독음으로는 ‘가자’, 중국식 발음으로는 ‘커짜이’가 되지만 민남어 발음으로 ‘어아’가 된다.

최근에는 대창과 굴을 한꺼번에 즐기고 싶은 소비자들을 위하여 대부분 식당에서 두 재료를 함께 넣은 ‘다창어아 미엔시엔(大腸蚵仔麵線)’도 팔고 있다. 보통 고수 또는 바질을  얹어 준다.

 

4 어아젠(蚵仔煎)

대만식 굴전을 의미하는데, 굴에 밀가루를 묻히고 달걀과 함께 기름에 지져 부친다. 튀김옷 밑에 숨어있는 탱탱하고 부드러운 굴의 식감이 어우러져 우리나라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음식이다. ‘어아젠’의 기원은 일반적으로 중국 푸젠성으로 알려졌지만 대만에서는 흥미 있는 이야기가 하나 전해지고 있다. 바로 반청복명(反淸復明) 항쟁가로 대만에서 정씨 왕조를 열었던 정성공(鄭成功·1624~1662)과 관련된 기원 설이다. 1881년 정성공은 자신의 군대가 청나라의 반격에 밀려 위기에 처하자 군사 거점을 당시 네덜란드가 지배하고 있던 대만으로 옮기기로 결정하고 대만 남쪽에 있는 타이난의 네덜란드 요새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정성공 군의 격렬한 공격이 이어지자 당황한 네덜란드 측은 정성공 군의 식량 보급을 차단하기 위해 인근의 쌀들을 모두 숨겼다. 이때 정성공이 궁여지책으로 생각해낸 것이 풍부한 대만 해안의 굴이었다. 이를 재료로 고구마가루와 물을 섞어 만든 음식이 어아젠이었다는 것이다. 어아젠으로 허기를 달랜 병사들은 기운을 내 결국 대만 함락에 성공했다고 전해진다. 그 후 어아젠은 인기가 더해져 대만 전역으로 퍼지면서 일약 전국구 먹거리가 되었다.

대만의 어아젠과 우리나라의 굴전과는 맛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다. 가장 결정적인 것은 단맛이 나는 칠리소스를 어아젠 위에 얹어 준다는 것. 전체적으로 약간 달콤한 느낌이 난다. 이런 독특한 맛이 매력적으로 여겨져 우리나라 관광객 중에서도 대만 야시장 관광의 필수 먹거리 중 하나로 꼽는 사람들이 많다.

 

5 샤오롱바오(小籠包)

중국식 만두(包子·바오쯔)의 일종으로 샤오롱(小籠)이라는 대나무 찜통에서 쪄냈다 하여 이런 이름이 붙었다. 만두소로는 대부분 돼지고기를 사용하며 흥건한 육즙이 특징이다. 만드는 방법은 수프를 젤리처럼 굳힌 다음 만두소와 섞어서 만두피로 싼 다음 찌면 열을 받아 액체로 다시 돌아가게 된다. 원래 상하이 등 양쯔강 이남 지역에서 시작된 오랜 역사를 가진 음식인데 대만에 들어와서 ‘딘타이펑(鼎泰豐)’이라는 음식점을 통해 우리나라까지 소개될 정도로 유명하게 되었다. ‘딘타이펑’은 1958년에 창립한 음식점으로 원래는 골목의 작은 가게였는데 오늘날 일본에만 30개 가까운 매장을 뒀고 세계적으로는 15개국에 170개 이상의 매장이 운영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다섯 곳에 매장이 운영되고 있다.

타이베이에도 딘타이펑의 지점이 여러 곳 있지만 본점은 동문역(東門站)과 다안(大安) 삼림공원 사이 신의로에 위치하고 있다. 평소 대기 시간이 평균 1시간이 걸릴 정도로 항상 사람들로 붐비기 때문에 음식만을 즐기기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본점 맞은편에 테이크아웃 전문 점포도 만들었다. 필자도 이곳에서 샤오롱바오를 사서 먹었는데 5개 기준 135위안(약 5500원)으로, 저렴한 식당 음식에 비해서는 꽤 비싸다. 하지만 먹어 보면 외피를 통해 비치는 풍부한 육즙과 함께 그만큼의 돈 가치를 한다.

 

6 지파이(鷄排)

대만식 닭튀김이다. 닭가슴살을 두드려 넓적하게 펴서 달콤짭짤한 소스에 재운 뒤 밀가루, 감자튀김 옷을 입혀 튀긴다. 잘게 자르지 않고 통째로 뜯어 먹는 것이 특징이다. 속에 뼈도 일부 들어 있다. 대만의 대표적인 길거리 음식 중 하나로 워낙 인기가 있어 고춧가루, 김가루, 와사비 가루 등을 뿌린 지파이에서 꿀 지파이, 치즈 지파이까지 다양한 지파이가 있다. 매운 정도도 조절이 가능하다. 

그중에서도 우리나라 여행객들에게까지 잘 알려진 유명 브랜드는 핫스타지파이(豪大大鷄排)다. 스린 야시장 입구와 시먼딩(西門町)에 점포가 있는데 항상 대기 줄이 있을 정도로 인기가 있다. 영어로는 ‘Taiwanese Fried Chicken’으로 부른다.

 

7 로우위엔(肉圓)

고구마 전분으로 만든 젤라틴 반투명 외피에 돼지고기 속을 넣고 원반 모양으로 쪄서 만든 대만식 미트볼(고기 완자)을 말한다. 지역마다 주재료인 돼지고기와 함께 속을 채우는 부재료의 종류에서 약간씩의 차이를 보이지만 죽순, 표고버섯 등을 넣는 것이 일반적이다. 젤라틴 외피는 옥수수 전분, 고구마 전분, 쌀가루를 섞어서 만드는데 부드럽고 쫄깃쫄깃한 맛이 가히 일품이다.

한자 ‘肉圓’는 표준중국어로는 ‘로우위엔’으로 발음되지만 대만에서는 민남어로 ‘바완’이라고도 많이 부른다. 1898년 대만 창화현(彰化縣) 북두진(北斗鎭)에 큰 홍수 피해가 났을 때 범만거(范萬居)란 사람이 구재(救災) 음식으로 처음 소개했다고 전해진다. 그 후 맛있다는 소문이 전국적으로 퍼지면서 국민 먹거리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8 꾸아빠우(刈包·割包)

대만식 햄버거로 영어로도 ‘Taiwanese Hamburger’로 번역된다. 납작한 모양의 타원형 빵 안에 루로우(滷肉) 돼지고기와 절인 야채, 고수 등 각종 채소를 넣어 햄버거처럼 만든 요리다. 빵은 하얀색으로 식감이 아주 부드럽고 약간 단맛이 난다. 빵과 루로우 그리고 절인 채소와 고수가 훌륭한 조화를 이룬다. 꾸아빠우는 표준중국어 발음으로 하면 이바오(刈包) 또는 꺼바오(割包)가 되지만 대만에서는 대부분 민남어로 꾸아빠우라고 부른다. 모습이 마치 호랑이가 돼지를 물고 있는 것 비슷하다고 하여 글자 그대로 ‘虎咬豬’라는 재미있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虎咬豬’의 발음 역시 표준중국어로는 ‘후야오주’이지만 역시 민남어로 ‘호까띠’라고 주로 부른다.

대만에서는 기업의 연말 종무식에서 꾸아빠우를 먹는 풍속이 있다. 빵 모양이 돈으로 가득 찬 지갑과 비슷하다고 해서 다음 해에 큰돈을 벌게 해 달라는 기원을 담은 상징적 행위다. 한편으로는 ‘虎咬豬’의 민남어 발음이 ‘복을 물고 놓지 않다’라는 뜻의 ‘福咬住’와 비슷해서 복이 머물기를 기원하는 의미도 담고 있다고 한다.

 

9 다창바오샤오창(大脹包小脹))

다창바오샤오창(大腸包小腸)은 이름 자체가 재미있다. 글자 그대로는 ‘큰 창자에 싸인 작은 창자’라는 의미인데 불에 구워 익힌 대만식 돼지 소시지를 찹쌀로 만든 더 큰 소시지 형태의 외피로 둘러싼 음식을 말한다. 기본적으로 핫도그의 형태이지만 외피만 빵이 아닌 찹쌀 소시지를 쓴 셈이다. 이 때문에 영어로는 ‘Taiwanese Sausage with Sticky Rice’ 또는 간단하게 ‘Taiwanese Hotdog’라고도 한다.

원래 대만 화련(花蓮) 지역의 객가(客家)인들이 출근해서 일할 때 먹던 간식거리였는데 1990년대 들어 야시장을 통해 전파되면서 순식간에 전국적 인기 음식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기본 형태는 어디서나 동일하지만 고객의 기호에 맞추어 매운맛, 땅콩, 마늘, 와사비까지 다양한 소스를 제공한다. 찹쌀의 쫄깃한 식감과 소시지 특유의 깊은 돼지고기 맛에 소스가 주는 다양한 향이 어우러져 매력적인 맛을 선사한다.

 

10 더우화(豆花)와 더우장(豆漿))

두부로 만든 대만 음식으로 현지인들이나 여행객들에게 가장 유명한 것은 취두부(臭豆腐)다.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대만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것으로 더우화(豆花)와 더우장(豆漿)이 있다. 둘은 이름은 비슷하지만 다른 종류의 음식이다.

더우화는 연두부에 시럽을 가미해 달콤하게 만든 대만식 디저트의 일종으로 간식으로 먹기도 한다. 고명에 따라 더우화의 종류가 결정되는데 보통 삶은 땅콩(花生), 타피오카(粉圓), 쫄깃한 떡(粉粿), 팥(紅豆) 등을 얹는다. 영어로는 ‘tofu pudding’으로 번역된다. 반면 더우장은 중국식 콩국물인데 대만식 아침 식사의 중요한 구성 성분 중 하나다.

기본적으로는 두유와 비슷하지만 몇 가지 다른 종류가 있다. 먼저 특별한 첨가물을 넣지 않은 것은 칭더우장(淸豆漿)으로 불리는데 ‘맑은 더우장’이란 뜻이다. 전문점이 아닌 일반 조식 식당에서 파는 포장 제품들은 대부분 이 종류이다. 두유와 맛이 거의 같다. 그리고 설탕을 조금 넣어 단맛을 가미한 티엔더우장(甜豆漿)이 있다. 마지막으로 소금을 약간 넣어 짭짤한 간을 한 시엔더우장(鹹豆漿)이 있다. 보통 식용유 몇 방울과 함께 요우티아오(유탸오·油條)와 파를 넣어 주는데 맛이 잘 어울린다.

 

11 펑리수(鳳梨酥)

대만의 대표적인 과자 중 하나로 파인애플 잼과 밀가루, 버터, 달걀, 설탕 등을 재료로 구워 만든 케이크다. 펑리(鳳梨)는 파인애플을 뜻하는 대만식 중국어로 대륙의 보루오(菠萝)에 해당한다. 대만의 국민 간식으로까지 불린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쫀득하고 달콤한 파인애플 잼으로 채워져 있어 차나 커피 등과 함께 먹으면 환상의 조합을 만든다. 우리나라 관광객들이 선물용으로 가장 많이 사오는 것 중 하나다.

펑리수가 소개된 것은 1970년대였다. 당시 대만의 파인애플 생산량은 늘어나는 데 비해 전통적인 파인애플 상품인 통조림 수요는 오히려 감소 추세에 있었다. 그래서 대체 수요로 개발된 것이 펑리수였다. 그런데 초기의 파인애플은 산도가 높고 섬유소가 거칠어 식감이 그렇게 좋지 않았다. 그래서 1980년대 들어 동과(冬瓜)를 섞는 시도를 하기 시작했다. 동과는 상대적으로 단가가 싸서 경제적인 이점이 있는데다 식감도 개선되는 효과도 있었다. 이렇게 파인애플과 동과를 혼합한 제품(冬瓜鳳梨酥)의 성공에 고무된 업자들은 심지어 속을 동과만으로 채운 펑리수를 출시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최근 들어 신맛이 덜하고 섬유소도 부드러운 파인애플이 개발되면서 다시 100% 파인애플만 사용한 제품들이 나오고 있다. 이 경우 특별히 투펑리수(土鳳梨酥)라고 부른다.

 

12 디과치우(地瓜球)

대만의 모든 야시장에 공통적으로 있는 인기 메뉴 중 하나다. 우리말로는 고구마 볼, 영어로는 ‘sweet potato ball’로 번역되는데 고구마가루, 참마, 설탕을 주재료로 기름에 튀겨 만든다. 원래 황금색이지만 요즈음은 색깔의 조화를 위해 보라색 고구마 볼을 중간중간 섞는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쫄깃하면서 은은한 고구마 향이 풍기는 것이 매력적이다. 한 번 먹어 보면 왜 인기를 끄는지 금방 알게 된다.

중국 쪽의 기록으로는 유사한 형태의 음식이 당나라 시대부터 있었다고 하는데 오늘날 우리가 맛볼 수 있는 참깨 볼 또는 참깨찹쌀 볼이 그런 종류의 음식이다. 참깨 볼을 대만에서 풍부한 고구마를 재료로 해서 창의적으로 만든 것이 바로 고구마 볼이다. 참깨 볼은 속에 팥이 들어 있는 데 비해 고구마 볼은 속이 비어 있다는 것이 차이다.

 

13 후자오빙(胡椒餅)

후자오빙은 이름 그대로 후추(胡椒)를 넣어 만든 빵이다. 원래 푸젠성 푸저우의 특산 먹거리였으나 푸젠성 이민자들과 함께 대만으로 들어와 지금은 야시장 등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끄는 거리 음식이 되었다. 특히 라오허제 야시장 입구에 있는 가게는 마치 대만의 후자오빙을 대표하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항상 줄을 서서 대기하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후자오빙은 빵 속에 돼지고기, 파, 후추 등을 넣고 화덕에 구워 만드는데 겉은 찰지면서도 바삭하고 속은 만두처럼 촉촉하고 부드럽다. 깊은 후추 향이 일품이다.

 

14 바오빙(刨冰)

바오빙(刨冰)은 대만식 빙수를 말한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일제시대에 소개된 가키고리(かき氷)에서 출발하였다. 1960~1970년대만 하더라도 가키고리 형태에다 팥, 연유, 일본식 모치 등을 더한 빙수뿐이었으나 점차 각종 과일 위주의 화려한 토핑이 주가 된 오늘날의 바오빙 모습으로 바뀌었다. 바오빙은 중국식 용어이고 대만에서는 민남어로 ‘춰빙(剉冰)’으로도 불린다.

토핑에 따라 수많은 형태의 바오빙이 있는데 팥을 풍성하게 얹은 홍더우빙(紅豆冰)이 가장 표준이다. 망고를 네모 조각으로 잘라서 토핑한 망궈빙(芒果冰)이 관광객들에게는 가장 유명하다. 심지어 토란을 토핑으로 한 위토빙(芋頭冰)까지 있다. 일반 얼음이 아니라 우유로 만든 얼음을 사용하여 마치 눈꽃처럼 얼음 가루를 만드는 경우 특별히 쉐화빙(雪花冰)이라고 부르는데 조금 더 비싸다. 영어로도 각각 일반 바오빙은 ‘shaved ice’, 쉐화빙은 ‘snow flake ice’로 달리 부른다.

 

15 쩐쭈나이차(珍珠奶茶·버블티)

쩐쭈나이차(珍珠奶茶)는 열대 작물 카사바의 뿌리에서 채취한 식용 녹말로 작은 떡알갱이 같은 타피오카 펄을 만들어 음료수에 넣은 것이다. 영어로 버블티(Bubble Tea) 또는 버블 밀크티 등으로 부른다. 대만을 대표하는 이 유명한 음료수는 1980년대 대만의 찻집에서 탄생했다. 

버블티 또는 버블밀크티는 이름에 걸맞게 차와 우유로 만드는 것이 원칙이고 지금까지도 가장 보편적인 형태다. 그러나 과일즙, 청량음료를 베이스로 한 것도 있고 스무디 형태까지 등장했다. 대만에서는 전문점뿐만 아니라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에서까지 60위안(약 2500원)짜리 버블티를 팔고 있을 정도로 인기를 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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