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항공자위대가 운용 중인 지대공 미사일 패트리엇(PAC-3). photo 뉴시스
일본 항공자위대가 운용 중인 지대공 미사일 패트리엇(PAC-3). photo 뉴시스

최근 한·일 의원외교에서 일본 측 핵심 역할을 하는 A 의원의 보좌관이 한국을 꾸준히 방문하고 있다. 그의 꾸준한 방문은 지난해 3월 한·일 셔틀외교가 복원된 직후부터다. 그의 방한은 한국보다 일본에서 더 주목받고 있다. 특히 그가 서울에서 외교·안보 주요 인사들을 폭넓게 만나면서 서울에 체류하고 있는 일본 기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그의 방한은 일본 기자들이 여러 곳에서 우연히 해당 보좌관을 만나고 나서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A 의원은 한국의 국방부에 해당하는 방위성에서 주요 경력을 쌓았고 외교·안보 주요 직책을 거쳤으며 장관까지 지냈다. 무엇보다 가와무라 다케오 일·한친선협회중앙회장 이후 한·일 관계에서 일본 측을 대표하고 있다는 평을 듣는 비중 있는 인물이다.

 

‘무기체인’ 완성시켜 총리 낙점? 

한·일 군사협력에 관심이 많은 일본 기자들은 “자타가 인정하는 총리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으로 알려진 A 의원 보좌관의 한국행은 한·일 상호군수지원협정(ACSA) 물밑 논의를 위한 것으로 본다. ACSA는 전·평시에 군수 물자를 서로 제공하는 협정이다. 만일 이 일이 성사되면 일본 총리로 가는 길이 열릴 수 있다는 것이 일본 기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일본 총리가 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미국의 낙점’인데 당장 미국은 ‘동아시아 무기체인’을 완성시키려 애쓰고 있기 때문이다. ACSA로 한국과 일본의 상호 무기 협력체계가 완성되면 한국과 일본이 각각 경쟁 우위에 있는 무기 생산을 늘릴 수 있게 된다. 만약 동아시아에 급변 사태가 벌어지면 무기와 탄약을 신속히 이동시킬 수도 있게 된다. 최근 중국과 러시아의 위협이 커지면서 무기 생산 능력이 상당한 한·일 양국의 협력 필요성이 커진 상황이다.

오랫동안 한·일 군사협력을 취재하고 무엇보다 A 의원과 그 보좌관의 동선을 추적해온 한 일본 기자는 “조만간 ACSA 논의가 시작될 것이다”라며 “A 의원이 막후에서 조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일본 국회 회의록을 찾아보면 2016년 지소미아(GSOMIA·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 직후인 2017년 4월 열린 안전보장위원회에서 ACSA의 필요성이 언급된다. 이 회의에 A 의원 역시 이사로 참석했는데, 당시 이나다 방위대신(장관)은 “한국과 일본의 방위협력을 진행하는 데 있어 ACSA 논의를 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ACSA 추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만 ACSA는 군사동맹 직전 단계로 가는 것으로 “일본 무기로는 나라를 지킬 수 없고, 일본만 이익이다”라는 한국 진보진영 측의 반발이 거세 과거 이명박 정부 당시 잠시 논의되다가 사라졌다. 국민적 거부감이 상당한 것이 사실이라 미리 서로 주고받을 것을 정리하는 물밑 협상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이 문제에 관한 한 일본은 다급하다. 동중국해에서 언제라도 분쟁이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일본은 동중국해 분쟁에 대비해 2027년까지 전시에 필요한 탄약을 마련하려고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 탄약비로만 방위비에서 9000억엔을 쓰는 이유다. 우리 역시 과거 한국전쟁 당시 일본을 통해 장비와 탄약을 들여온 역사가 있다. 상호협력을 통한 공동 대응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한·일 양국이 주고받을 수 있는 무기들 

최근 일본 측이 이 문제에 적극적인 것은 ACSA가 양국 모두에 이익이 된다는 계산이 있다. 한국 국민에게 거부감이 있는 ACSA를 미리 이야기하기보다 당장 서로 이익이 되는 부분을 찾으려 한다. 이것은 최근의 국제 정세와 관련이 있다. 

우리의 필요성도 있다. 현재 우리가 운용하는 해상 초계기 P-3C를 실질적으로 생산하는 나라는 일본뿐이다. 부품이 필요할 때 일본으로부터 직접 공급받으면 좋으나 현재는 미국을 거쳐서 가져오고 있다. 스텔스 전투기 F-35A의 경우는 정비가 문제다. 미국은 아시아태평양지역 정비창으로 일본과 호주를 지정해둔 상태다. 만일 일본이 정비를 거부하면 호주까지 가야 한다. 정비 능력은 호주에 비해 일본이 낫다고 평가된다. 패트리엇 미사일의 경우도 한·일 상호 협력이 필요한 무기체계로 평가받는다. 현재 일본은 미국으로부터 기술을 도입해 라이선스 생산을 하고 있다. 일본으로부터 패트리엇을 직접 수입하거나 부품 등을 들여오면 좋으나 현재는 어렵다. 모두 미국을 거쳐서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미국은 우크라이나 지원으로 미사일이 크게 부족한 상태다. 특히 지대공 미사일 패트리엇이 당장 부족해 일본으로부터 수입하려 한다. 일본 기업은 미국 기업에 특허료를 내고 일본 내에서 패트리엇을 생산하고 있는데, 지난해 12월 일본 정부는 운영 지침(방위장비 3원칙)을 바꿔서 수출은 가능하게 만들었지만 전투가 벌어지는 국가에는 여전히 보낼 수가 없다. 그래서 미국은 형식적으로 일본에서 공급받은 패트리엇은 부족한 재고를 보충하는 데만 사용해야 한다. 그렇다면 한국의 패트리엇을 미국에 우선 공급하고, 한국은 일본 패트리엇을 수입하는 방식을 생각할 수 있다. 만일 이러한 전례를 만들면 한국은 좀 더 쉽게 무기 수출에 나설 수 있다. 일단 무기를 팔고 부족한 부분은 일본에서 수입해 메우는 형식이다. 하지만 현재는 이런 방식이 어렵다. 미·일동맹과 한·미동맹은 그 수위에서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미국의 한국에 대한 신뢰가 일본에 비해서는 낮은 게 사실이다. 일본에서 국방무관을 지낸 국내 한 전문가는 “미국은 한국보다는 이미 협정과 보안 절차가 완료된 일본과 무기 거래를 진행하는 것을 원할 것”이라고 답했다. 

우리 정부는 ‘방산 수출 4대 강국’을 향해 뛰고 있다. 일본의 경우 T-4 중등훈련기를 운용 중인데, 현재 너무 낡아서 후속기를 개발해야 한다. 이것을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은 한국이 일본을 앞선 상태다. 우리의 T-50(골든 이글)이 T-4의 후속기로 가장 적합하다. T-50은 F-35A에 최적화된 고등훈련기다. 때문에 ACSA의 조건으로 우리의 T-50 수출을 요구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여기에 일본과 공동으로 무기 시장에 진출하는 것도 가능하다. 미국과 유럽의 첨단 무기는 가격이 매우 높은 반면 중국과 러시아제 무기는 가격 경쟁력이 있다. 상호 운용성이 높은 한국과 일본이 손을 잡고 비어 있는 시장을 찾아 공동 진출하면 경쟁력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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