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31일 오후 경북 문경시 육가공 공장 화재 현장에서 인명구조 활동을 펼치다 '하늘의 별'이 된 고(故) 김수광 소방장과 박수훈 소방교의 영결식이 3일 오전 경북도청 동락관에서 거행됐다. 이런 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여전히 반복되고 있는 만큼, 두 순직 소방관의 희생이 헛되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이번에라도 소방관의 안전을 담보 할 수 있는 차고 넘치는 예방책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동료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두 영웅의 순직 소식이 전해진 1일부터 영결식이 거행된 3일까지 유족과 동료는 물론 평소 두 사람이 자주 찾던 동네 카페까지 추모 물결이 계속됐다.
문경소방서와 50m 떨어진 한 카페의 사장은 주문한 음료를 찾으러 카페에 자주 방문하던 소방관을 잊지 못했다. 소방서와 가까운 위치 덕에 소방관들이 자주 드나들지만 긴급 출동이 잦다 보니 매장을 이용하는 경우는 드물었던 이곳에, 그는 항상 말끔한 차림에 인사성이 발라 음료를 받아 갈 때마다 항상 “감사합니다”를 잊지 않았다. 제복 명찰에는 ‘김수광’ 이름 석자가 또렷하게 적혀있었다. 이 카페의 사장은 "교대 근무나 응급출동에 지쳐 있을법한데도 환한 미소를 항상 띠고 있어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졌다”며 “동년배 딸이 있는데 사위 삼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했다.
카페 사장에게 두 소방사의 순직은 그래서 더 충격이었다. 그는 “아침에 가게를 열 때마다 블라인드를 치며 보이는 소방서가 오늘(3일)은 유독 슬퍼 보였다”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고 전했다.
영결식이 거행된 날까지도 문경소방서 한쪽에는 두 사람을 위한 추모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소방차 주차 공간을 개조해 만든 이곳은 문경시 지역사회 관계자들은 물론, 소방 당국과 정계 인사들의 근조화환이 빼곡했다. 카페 주인은 “1일 이후로 문경 시민뿐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추모하러 오시는 분들이 많아졌다. 젊은 소방관의 순직에 안타까운 마음으로 공감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 위로된다”고 말했다.
김수광, 박수훈 대원과 한 팀에서 근무한 백영락 119구조구급센터 센터장은 “둘 다 자기 일에 열정적이었던 친구들”이라고 기억했다. 김 소방교는 구조대에 근무하고 싶어 ‘인명 구조사 자격증’까지 취득했다고 한다. ‘인명 구조사 자격증’은 필기, 실기 시험으로 나뉘며 실기 시험에는 수영 종목도 있다. 김 소방교는 문경에 수영 훈련 공간이 충분치 않아 외부로 나가 수영 연습을 할 정도로 열정적이었다고. 백 센터장은 “퇴근 전과 후에도 짧은 여가 시간을 이용해 자격증 공부를 하고 체력 훈련을 했다”고 말했다.
박수훈 소방사는 특전사 중사 출신으로 태권도 공인 5단 자격증을 활용해 주말에는 재능기부로 초등학생, 중학생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쳤다고 한다. 또 명절에는 문경지역 독거노인들을 보살피는 봉사활동도 할 예정일 정도로 구조 전문 소방관 임무뿐 아니라 지역사회의 보탬이 되는 활동에 남다른 보람을 느꼈다고 한다. 백 센터장은 “구조구급센터는 인명 구조가 주 업무인데 김수광, 박수훈 대원은 그런 면에서 가장 잘 어울리는 대원들이었다”고 말했다.
소방학교에서 박수훈 대원을 가르쳤다는 소방관 A씨 역시 “소방서 뒤편에 족구장이 마련돼 있다. 점심시간에 족구 내기를 자주 했다”며 “동료들과 막역하게 지내던 친구”라고 말했다.
두 영웅의 순직을 계기고 소방관들에 대한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나오고 있다. 참사가 반복될 때마다 나오는 이야기지만 이번 만큼은 말로 그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 현장 소방관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추도 기간 만난 소방관들은 ‘RIT(신속 동료 구조팀)’이 강화되길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장례식장에 조문을 온 소방관 B씨는 “소방관이 현장에서 순직했을 때 순직 업무를 처리하고 다친 소방관을 지원하는 조직 규모가 작다”며 “일선에서 움직이는 현장 대원들은 몇만 명인데 막상 이런 사람들을 뒤에서 받쳐주는 조직이 아직 열악하다”라고 말했다. 2015년 화재 현장 소방관 구출을 위한 긴급대응팀 운영 실태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실제 RIT가 현장에서 전혀 편성되지 않고 있다는 응답이 40.8%였으며, 항상 편성된다는 응답은 8.4%였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소방대원에 대한 인식과 개선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백영락 센터장은 “처음 소방관 일을 시작할 때 비해 차츰 나아지고 있다. 애로사항이 있다면 구조대원들의 안전을 책임질 구조구급과, 예방안전과 팀의 인력 충원”이라고 밝혔다.
소방관 B씨는 자녀에게 소방관 직업을 추천했고, 최근 합격을 했다고 한다. B씨는 “소방관은 남다른 사명감으로 국민의 목숨을 구하는 직업이다. 돈과 처우보다 우선되는 가치가 분명하다. 이번 일이 국민적 관심이 높은데 그만큼 우리의 노력을 알아주기만 해도 큰 힘이 된다. 소방관만큼 보람된 직업이 없다”며 추천한 이유를 밝혔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