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최소 비용으로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부당합병에 관여한 혐의에 대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2020년 9월 1일 검찰의 기소 후 3년 5개월 만에 나온 법원 판단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박정제)는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게 5일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징역 5년에 벌금 5억원을 구형한 바 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공소사실 모두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밝혔다.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 실장,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등 나머지 피고인 13명에게도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쟁점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불법적으로 합병됐는지 여부였다. 이 회장 측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부진에 빠져있던 삼성물산을 살리려는 경영상 판단이었다고 강변해왔다.
검찰은 이 회장과 미전실 등이 그룹 승계 계획안 ‘프로젝트 G’에 따라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유리한 방향으로 합병 작업을 실행했고, 이 과정에서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봤다. 구체적으로는 이 회장에게 유리한 합병비율을 만들어내기 위해 △거짓 정보 유포 △중요 정보 은폐 △허위 호재 공표 △국민연금 의결권 확보를 위한 불법 로비 △계열사인 삼성증권 조직 동원 △자사주 집중매입을 통한 시세조종 등이 이뤄졌다고 봤다.
더불어 검찰은 이 회장이 불법 합병을 은폐하고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자본잠식을 막기 위해 4조 5000억원대 분식회계를 저지른 혐의도 적용했다.
그러나 이날 재판부는 “이 회장과 미전실이 합병을 전단적(혼자 마음대로 결정하고 단행)으로 추진하지 않았고, 경영권 승계가 합병의 유일한 목적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합병비율이 불공정해 주주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도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삼성바이오에피스(에피스)의 성공 여부가 불확실했던 상황 등을 고려하면 바이오젠이 보유한 콜옵션에 대한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분식회계 혐의도 회계사들과 올바른 회계처리를 한 것으로 보여 피고인들에게 분식회계의 의도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 정부는 관련해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과 국제 재판을 진행 중이다. 엘리엇은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 의결을 이유로 우리 정부에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 7월 엘리엇에 약 1300억원을 지급하라는 국제투자분쟁(ISDS) 판정에 불복해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